어머니38 제삿날의 짧은 생각 아버지 돌아가신 지 10년이 됐다. 처음 몇 해는 제삿날 다가오면 우울하였다. ‘이제 좀 괜찮네’ 하는 마음이 생길 즈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슬픔과 그리움은 연장되었다. 제삿날 아침부터 하루 종일 왔다 갔다 하며 제수 준비를 했다. 전 부치는 일은 쉽지 않다. 지금은 조카가 사는 옥봉 본가 처마 밑에 전을 펼친다. 두부, 새우, 산적, 동태살 따위를 굽는다. 곁에서 형수가 거들어 준다. 주방에서는 아내가 재료를 미리 다듬어 준다. 손발이 척척 잘도 맞다. 술안주 겸 간식으로 부추전도 부친다. 올해는 양을 많이 줄였다. 간 보느라 부추전을 뜯어 먹다가 소주, 맥주를 마신다. 퍼질러 앉은 다리가 저리고 발가락에 쥐가 난다. 낮 동안 벌어질 온갖 가지 자질구레한 일이 걱정될 형제들을 위해 전 굽는 장면을 찍.. 2022. 8. 24. 어머니 생신 어머니 생신은 음력 8월 1일이시다. 1941년생이시다. 올해 일흔아홉이시다. 양력으로 8월 30일 금요일이 생신이셨는데, 이틀 미뤄 일요일 저녁에 가족이 모였다. 창원 사는 작은형은 추석 때 뵙기로 하고 나머지 모든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보통 생일을 앞당겨 쇠는데, 마침 벌초 일정과 .. 2019. 9. 2. 어머니와 마당극을 비는 내렸다. 어머니와 친구 네 분을 모시고 마당극 보러 갔다. 11시에 출발하여 11시 40분에 동의보감촌에 도착했다. 그중 가장 연세 많으신 분이 차에서 내려서는 움직이지 않는다. “오늘 밥값은 내가 낸다.”라고 선언하신다. “아이고, 그건 안됩니더. 그것 얼마 된다꼬예?”라며 내가 .. 2019. 5. 20. 우리네 어머니들과 함께 <효자전>을 보며 “쟈들은 형제간 아이가? 똑 닮았다야!” 최샛별 배우와 박정민 배우를 보고 하는 말씀이다. “아입니더예. 나중에 시작하모 배우로 나올 낀데 잘 보이소예.” “이 사람은 딱 봉께 감독인가 뭐인가 거긴가 보네.” “우찌 알았십니꺼? 저 분이 무대감독인데예, 저기 있지예? 저 그림하고 .. 2019. 4. 28. 밥 한 끼 주식은 쌀밥이다. 국은 유부우동국이다(꽃게탕을 먹는 사람도 많다). 반찬은 짜장소스, 생선까스, 새송이버섯볶음, 꼬들단무지무침, 포기김치다. 후식은 치커리유자샐러드와 레몬홍차가 있다. 안 먹는다. 값은 5000원이다. 학교 식당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간다. 혼자 간다. 무엇이든 생각.. 2019. 1. 9. 비 오는 날 무거워서 떨어지든 태풍에 떠밀려 날려오든 비는 비다. 준비할 게 몇 가지 있다. 우산, 장화, 비옷... 덤으로 뽀송한 마음과 상쾌한 기분도 갖추면 좋겠다. 여기에다 국수든, 칼국수든, 수제비든 밀가루 음식 한 그릇이면 만점이다. 비오니까. 사천 완사에 밀면집이 있는데 다슬기칼국수를 .. 2018. 10. 5. 이전 1 2 3 4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