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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즐거움54

그림 동화 이 책을 만화책처럼 생긴 동화로 생각하기 쉽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200가지 이야기에 그림은 400개 정도 나온다. 제목이 인 것은 책을 지은 사람이 독일사람 야코프 그림과 빌헬름 그림 형제이기 때문이다. 철 들어 세상 물정을 제법 알기 전까지는 만화책이로구나 여겼다. 분량이 엄청나다. 2권짜리인데 1700쪽이 넘는다. 글씨가 크고 그림도 군데군데 나오므로 읽어나가는 데는 문제 없겠다. 일요일 아침 새벽밥 먹고 나왔다. 2시간 넘게 일한 뒤에는 동화 한두 편 읽으며 머리를 식혀야 한다. 갈 길이 멀수록, 뒷골이 아플수록, 어깨근육이 당길수록 더욱 필요한 과정이다. 잡지의 중간중간에 놓인 간지(도비라)라고나 할까. 전반전에 한 일과 후반전에 할 일이 완전히 다를 경우, 판서한 것을 선생님이 한번 완.. 2024. 1. 18.
신화 요즘 를 읽고 있다. 5권짜리를 한 권으로 모아놓은 두꺼운 책이다. 토머스 불핀치가 쓴 도 거의 읽었다. 신화 읽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흥미진진할 뿐만 아니라 교훈적이기도 하다. 그때는 그랬지. 그들은 그랬다. 그것을 보고 읽고 상상하며, 오늘날 인간이 지녀야 할 희망, 도덕, 사랑, 정의 같은 걸 얼핏 배운다. 신화의 시대에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르는 신과 인간이 많았고 지금의 도덕으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을 일도 수없이 벌어졌다. 도무지 가 닿지 못할 머나먼 시공간의 여행, 어지간해서는 따라갈 수 없는 상상의 세계를 몇 번씩 왕복한다. 책 읽느라 연말에 내가 해오던 일 몇 가지를 미루거나 포기했다. 이윤기가 쓴 신화는 아주 재미있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 쓰는 재주가 대단하다. 서양의 신화.. 2024. 1. 2.
국어 문법 고등학교 때 현대 문법을 곧잘 했다. 어렵지 않았다. 이해하기 어려운 건 외우면 되었다. 대학 국어국문학과 가서 알았다. 문법은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이해하기 어려웠고 외워지지 않았다. 반쯤 포기했다. 형태론, 통사론, 의미론, 음소론 따위는 나에게 영어나 수학처럼 어려웠다. '세상에서 가장 쉽고 재미있는' 국어문법 책을 읽었다. 읽어 나갈 때는 쉬웠다. 재미도 있었다. 밑줄 그어 가며 읽었다. 하지만 돌아서니 깜깜하다. 용어는 잊어지고 말았다. 공들여 읽은 게 허사다. 문법 책 읽은 게 벌써 몇 번째인가. 포기하지 않는다. 비록 문법 용어를 외우지 못해도 포기할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 이러고 저러고 설명할 수는 없어도 외면할 수 없다. '그래서 그렇구나, 그렇게 이해하니 쉽구나'라는 감탄사를 가슴.. 2022. 12. 27.
줬으면 그만이지 김주완 선배가 쓴 (피플파워)를 읽었다. 책에 등장하는 많은 분의 말씀과 삶이 고맙다. 배울 게 아주 많다. 이런 분과 같은 시대를 사는 것이 고맙다. 그리고 매우 부끄럽다. 김장하 선생님은 고사하고, 책에 나오는 분들 삶의 1만 분의 1이라도 따라 배워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할 때 진주교를 걸어서 건너는 선생님을 멀리서 뵌 적 있다. 내가 일하는 경상국립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드릴 때, 남성문화재단 해산하고 경상국립대에 기증식을 할 때, 가까이에서 뵌 적 있다. 경상국립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것도, 경상국립대에 재산을 기증한 것도 좋지 않게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결혼 후 곧바로 아기를 갖지 않았다. 어머니는 “남성당에서 약을 지어왔다”라시며 한약을 건넸다. 남성당은 한약방의 대명.. 2022. 12. 26.
파친코 이민진 작가가 쓴 소설 를 읽었다. 텔레비전 연속극은 보지 않았다. 8월 말부터 천천히 읽다가 추석 연휴에 좀 달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서부터 1980년대 말까지 주로 부산과 일본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담하면서도 치밀하게 썼다. 미국 이야기도 조금 나온다. 주인공 선자를 중심으로 그이의 부모와 자식들, 자식들의 각각의 아버지, 그들이 목숨을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4대의 이야기다. 일제강점기에도 그렇고 현대에 와서도 재일 한국인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이니치(재일; 在日)의 피와 의식에 흐르는 뿌리 깊은 상흔도 여러 사람의 입을 빌려 들려준다. 제목 는 일본에서 유행하는 구슬을 이용한 오락 도박 기계 이름이다. 주로 한국.. 2022. 9. 14.
도정일 도정일 진주문고와 카톡으로 연결돼 있다. 찾는 책 이름을 올려 놓으면 바로 연락이 온다. 일단 접수했다는 뜻이다. 하루이틀 안으로 다시 연락이 온다. 평거동 본점 1층에 책을 챙겨놓았다고 한다. 나는 퇴근길에, 아니면 주말 나들잇길에 진주문고에 들른다. 1층에서 주문한 책만 가지고 나오면 될 것을, 짐짓 모른 척하고 1-3층을 한 바퀴 돈다. 주문한 책만 책인 것은 아니니까. 3권을 주문했다. 모두 도정일 교수가 쓴 책이다. 이분의 책을 읽으면 삶과 생각과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 그 자체가 공부다. 인문학 공부즉, 역사, 문학, 예술, 종교, 철학 공부가 된다. 서울에 있는 어느 대학교의 교수로 퇴직한 분의 글을 이렇게 진주에 앉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고 행운이다. 책은 좋은 인연을 이어준다. .. 2021.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