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아고11

너는 어찌 그러한 빛깔이냐 너를 무엇이라고 부르겠냐 너에게 뉘 사랑이 씌었더냐 너만한 맑음이 어디 있더냐 너만큼 밝음이 또 있겠더냐 너에게 묻지 않을 수 없구나 네게 감탄할 수밖에 없구나 너를 두고 발길이 떨어지랴 너를 돌아보고 또 돌아본다 너를 숲속에 두기가 애닯다 널 야생에 방치하기 아쉽다 너를 그냥 두고 갈 수가 없다 눈에 담고 마음에 넣고 또한 사진에 새겨 오늘을 기록한다 아름다운 풀잎이여, 꽃이여 —숙호산을 지나며 2020. 4. 7. 시윤 2020. 4. 8.
숙호산 숙호산아 반갑구나 호랑이는 잠깼느냐 봄바람이 차갑구나 잰걸음을 놓아보자 꽃향기가 어지럽다 두다리에 힘을주자 주안상은 집에있고 나는이제 내리막길 서산해는 어서가자 장딴지는 묵적지근 숙호산아 잘있거라 호랑이는 달리거라 2020. 4. 6. 시윤 2020. 4. 8.
쉬엄쉬엄 ‘쉬엄쉬엄’, ‘쉬어 가며 천천히 길을 가거나 일을 하는 모양’을 가리키는 말이다. ‘유유자적, 안분지족, 행운유수’ 이런 말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동기 모임 산악회 이름을 ‘쉬엄쉬엄산악회’라고 한 건, 앞을 향하여 바쁘게 달려온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이제는 좀 쉬엄쉬엄 걸어가고 싶은 마음을 반영한 것이리라. 빠른 속도로 뛰지 않아도 결국 목적지에 도달하게 되리라는 진리를 깨달았음인지 파랑새 같은 행운이란 애당초 없는 것이니 현재에 충실하며 만족하면서 살자는 것을 득도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토요일마다 아침에 모인다. 어떤 날은 7시쯤, 어떤 날은 8시쯤 모인다. 모이는 곳은 늘 같다. 신안동 공설운동장 근처 언니콩나물해장국(055-742-5399)이다. 고등학교 동기가 운영하는 해장국집이다. 이른아침부터 .. 2020. 3. 14.
<오작교 아리랑> 대아고 공연 1990년대 중후반의 일이다. 진주에 있는 남자고등학교(진주고, 동명고, 대아고)들은 깊이와 넓이를 알 수 없는 자존심 경쟁을 벌였다. 어디에서건 흔히 있는 일이다. 서로 자기 학교가 명문고라고 자랑하는 일은 나쁜 게 아니다. 서울에 있는 유명 대학에 어느 고등학교가 더 많이 들어가는.. 2019. 4. 23.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발길에 눈길에, 그 길에 [대아고18회30주년] 설레고 들떠 잠을 설쳤다. 전날 밤 술을 너무 적당히 마신 탓이다. 제주에서 올라오는 장마는 일요일쯤 경남에 닿을 것이라 했다. 토요일 오전 11시 좀 넘은 시각 서울에서 친구들이 버스를 대절하여 출발한다고 단체 카톡방에 사진을 올린다. 운전기사는 두 살 후배란다. 흐릿한 사진 속 .. 2016. 6. 19.
주제넘는 일 깜냥에 감당하기 어려운, 주제넘는 일을 하게 되었다. 할까 말까 망설였다. 하더라도 잘할 것 같지 않았고 그럴듯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단 한 명에게라도, 0.1%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신청해 버렸다. 후회하지는 않지만 이만저만 걱정되는 게 .. 2016.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