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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384

산소 돌보기 형제들이 아버지 산소 돌보기로 오래전 약속한 날이 오늘이다. 아침은 대충 때웠다. 큰형님 태우고 가다가 동생도 태웠다. 도착하니 8시 5분이다. 형님이 준비한 떡, 생선, 사과, 배를 진설하고 술 따른 뒤 절했다. 멧돼지들이 지렁이 파 먹느라 산소 여기저기를 파헤쳐 놓았다. 잡초도 제법 많았다. 제초제를 뿌리기로 하고 다시 시내로 왔다가 농약 가게 들렀다가 갔다. 그사이 동생은 멧돼지 흔적을 갈무리했다. 11시 30분쯤 물러났다. 맑고 더운 날이었다.금산에 있는 횟집에서 도다리와 숭어를 먹었다. 회는 부드러웠다. 된장에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린 덕분에 회가 더 맛있어졌다. 운전을 해야 하는 처지라 맹물을 들이켰다. 매운탕도 맛있었다. 걸쭉하고 깊었다. 반찬도 좋았다. 창 밖에선 벚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렸다.. 2024. 4. 28.
파묘 영화 를 보았다. 내가 영화를 본 4월 25일엔 엠비씨네에서 단 한 번 상영했다. 8관이었는데 관객은 나 혼자였다. 예매할 땐 서너 명 더 있었던 것 같은데 모두 취소한 모양이다. 관객 수가 1182만 1157명(4월 26일 오전)이라고 하니 대략 1182만 몇 번째 되지 않을까.처음엔 긴장했다. 어릴 적 보던 만큼은 무서웠다. '이 영화의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까' 생각하며 집중하여 보았다. 일본 귀신이 등장할 때부터 긴장이 풀렸다. 관객이 놀라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음악이 커져도 놀라지 않았다. 웃음이 나왔다고나 할까. 이야기를 미리 조금 알아버린 탓이겠지.과학으로 설명하거나 증명하기 힘든 신비스러운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더러 본다. 나는 귀신이나 혼령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생각한다. 있다고 하면 있고.. 2024. 4. 28.
자전거 자전거를 한 대 얻었다. 동문회 체육대회에 참가한 덕분이다. 동네 나불천 근처를 두어 번 돌아보았다. 자전거방 가서 플래시를 사고 물받침을 달았다. 사무실까지 달려보기로 했다. 일요일이니까. 8시 5분에 집에서 출발하여 40분에 칠암동 사무실에 도착했다. 엉덩잇살이 아프고 허리도 욱신거린다. 등에는 땀이 난다. 운동 효과는 있는 것 같다.자전거를 가진 적이 띄엄띄엄 있었지만 열심히 타지 않았다. 엉덩이 아프고 허리 아픈 걸 왜 타는지 몰랐다. 방치되다시피 한 자전거는 어느새 없어졌다. 제대로 타 보려고 고르고 골라 좋은 걸 산 적은 없다. 누가 주거나 행사 기념품으로 받은 게 전부였다. 그러니 애정이 갈 리 없었다.형과 동생은 초등학생도 되기 전에 자전거를 잘 탔다. 아버지가 짐바리를 잡고 함께 달리다가.. 2024. 4. 28.
길 - 하만주 선생님 퇴직에 부쳐 길이 열렸다 길손이 많은 덕분이다 반질반질 반짝반짝 길은 빛났다 모두 편하게 걸어갔다 딴전 피우며 놀았고 눈 감고 즐겼다 처음엔 고마워하면서, 나중엔 당연한 듯이 아주 나중엔 길의 역사도 잊었다 잊힌 길이 있었다 누군가 곁눈질을 했다 청미래 덩굴도 있고 아까시 가시도 있었다 낫 하나 들지 않은 맨몸으로 빨간 장갑 하나 없는 맨손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뚜벅뚜벅 걸었다, 마치 맹인처럼 망설임 없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순진무구하게… 길이 있었다 길이 열렸다 새 길이 열렸다 모두 한 번쯤 걸어간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길은 전인미답이다 모두 익숙한 듯 행동하지만 사실, 모두 낯설었다, 낯섦에 당당해진 건 그다지 오래지 않아서이다 그런 길이 있다 길이 있다 뒤돌아보면.. 2024. 3. 26.
복붙의 반란 컴퓨터가 주인을 닮아 게을러졌다. 처음 전기를 켜서 화면이 밝아지는 데 5분 더 걸린다. 그 시간에 스마트폰 라디오를 켜고 물을 마신다. 신문도 넘긴다. 화면이 밝아지면 비로소 윈도를 켜고 업무를 위한 로그인을 한다. 출근 도장을 찍는다. 이런 건 괜찮다. 컴퓨터도 쉬엄쉬엄 일하고 싶을 테니까. 본체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길게 나는 건, 컴퓨터의 비명이라 여긴다. 2019년 12월 제품이다. 아래한글은 1992년 한글1.5 때부터 써 왔다. 얼마나 훌륭한 무른모(소프트웨어)인가. 그런데 며칠 전부터 복사하기, 붙여넣기 기능이 잘 안 되었다. 문서 작업을 하는 사람은 컨트롤 시, 컨트롤 브이 기능이 얼마나 유용한지 잘 안다. '복붙'이라는 말도 유행한다. 오늘은 아예 말을 안 듣는다. 이게 안 되니까 아.. 2024. 3. 6.
경칩 앞두고 3월 2일이다. 어제 분 바람 때문에 사무실 창문이 열려 있다. 공기가 차다. 3시간째 열풍기 틀어놔도 소용이 적다. 손가락이 시리다. 발목도 시리다. 집에 가고 싶다. 12시에 컴퓨터를 끄는 게 목표다. 내일 또 나와야 한다. 일은 끝이 없다. 끝 없는 게 싫증나지만 고마울 수도 있다. 아직은 내 몸이 쓰이고 있으므로 다행 아닌가. 며칠 지나면 경칩이다. 아파트 화단에는 수선화가 예쁘게도 피었고 다솔사 절집 옆에는 매화가 피었다. 이미 오래전에 피었다. 지난해 그 자리에서 지난해와 똑같은 모습으로 향기를 뿜어낸다.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봄은 해마다 찾아오고 꽃도 해해연년 똑같은데, 마음 한 구석은 왜 이리도 이질적으로 낯설까. 달라진다는 게 좋을 때가 있었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것이 즐거웠다. .. 2024.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