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고구마는 어린 시절 거의 유일한 간식이었다. '거의'라고 말한 건, 감자, 자두(풍개), 옥수수(강냉이) 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소 여물 끓인 아궁이 숯불에 구워 먹는 고구마는 황홀했다. 13살 이전 이야기다. 진주로 이사 와서는 학교 앞 분식점에서 파는 밀가루와 설탕에 매료됐다. 고구마는 잊었다.이따금 고구마를 샀다. 밤고구마, 호박고구마, 꿀고구마 따위 이름을 붙인 것이었다. 한두 개 먹을 땐 옛 기억이 되살아났다. 동치미 국물도 한몫했겠지. 그러나 서너 개를 잇따라 먹지는 못했다. 찌개, 국밥, 달걀, 삼겹살, 햄에 밀려난 것이다.며칠 전부터 다시 고구마를 애써 먹기로 했다. 무슨 커다란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계기가 생긴 것도 아니다. 그냥 문득, 무심코, 갑자기 먹고 싶어졌다. 텔레비전..
2025.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