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생신은 음력 8월 1일이시다. 1941년생이시다. 올해 일흔아홉이시다. 양력으로 8월 30일 금요일이 생신이셨는데, 이틀 미뤄 일요일 저녁에 가족이 모였다. 창원 사는 작은형은 추석 때 뵙기로 하고 나머지 모든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보통 생일을 앞당겨 쇠는데, 마침 벌초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늦추게 됐다.
큰형은 토요일 욕지도로 갔다. 돌돔인지 줄돔인지 나는 잘 모르겠는 물고기를 제법 많이 잡아왔다. 큰형이 도착하기 전에 형수가 시장 횟집에서 회를 썰어 왔다. 전어는 알겠는데 나머지 고기는 잘 모르겠다. 물고기보다 뭍고기를 더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돼지고기 두루치기도 샀다. 아내와 나는 미리 시장에 가서 깻잎과 배춧잎을 샀다. 도토리묵도 한 모 샀다. 그 사이 동생네 가족이 왔다. 큰형의 아들 둘, 우리 아들, 동생네 아들과 딸 다 합하여 12명이 모였다.
동시에 한자리에 모여지지 않아 도착하는 대로 회도 먹고 고기도 먹고 묵도 먹고, 배고픈 이들은 밥을 먼저 먹었다. 횟집에서 얻어온 뼈다귀들을 오랫동안 고아 맑은탕을 만들었는데 인기가 높았다. 좀 늦게 도착한 큰형의 전리품은 동생이 장만했다. 회칼로 능수능란하게 잡도리하는 걸 보면서, 나는 죽었다 깨어도 못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욕지도 앞바다에서 잡은 돔들은, 시장 횟집에서 떠온 회보다 훨씬 맛있었다. 왜 자연산을 노래하는지 알 만했다. 네 마리가 금세 동났다. 나머지 고기들은 큰형수가 칼금 내고 소금 뿌려 집집이 몇 마리씩 나눴다. 내다버릴 내장과 매운탕거리 뼈들도 따로 정리했다.
술이 없을 수 없다. 소주와 맥주를 댓 병씩 꺼내놓고 혹은 맥주만 혹은 소주만 혹은 소맥으로들 입을 축였다. 어머니는 소주 넉 잔을 드셨다. 과음이다. 갈 길 바쁜 동생네가 먼저 나서고 뒤이어 우리도 출발했다. 큰형은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다. 집에 와서 보니, 돔 네 마리에다 참기름 한 병을 비롯해 갖가지 먹거리들이 한가득이다. 시장에서 산 것도 있고 어머니께 얻은 것도 있고 농협마트에서 일하는 제수가 준 것도 있다. 어머니 생신 덕분에 모두 모여 즐겁게 놀고 맛난 음식들 나누고 보니, 사는 재미는 다른 데 있지 않음을 알겠다.
2019. 9. 1.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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