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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밥 한 끼

by 이우기, yiwoogi 2019. 1. 9.




주식은 쌀밥이다.

국은 유부우동국이다(꽃게탕을 먹는 사람도 많다).

반찬은 짜장소스, 생선까스, 새송이버섯볶음, 꼬들단무지무침, 포기김치다.

후식은 치커리유자샐러드와 레몬홍차가 있다. 안 먹는다.

값은 5000원이다.


학교 식당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간다. 혼자 간다. 무엇이든 생각할 거리가 있게 마련이다. 여럿이 가면 정신 사납다. 밥 먹는 속도까지 계산하며 먹는 것에서 한 번쯤 놓여나고 싶다.


새벽에 운명하신 둘째 이모를 생각했다. 2남4녀 가운데 큰외삼촌은 내 고등학생 때 돌아가셨다. 두 번째로 동생을 잃은 어머니 마음을 헤아렸다. 넉넉지 못한 집으로 출가한 맞이로서, 동생들 알뜰히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과 한스러움과 동생들을 바라보는 애잔한 마음을 잠시 생각했다.


어머니나 돌아가신 이모나, 평범한 밥 한 끼가 얼마나 그리웠을까 싶다. 서울에서 진단 받고 함양 찬 바람 속에서 삶의 의욕을 다질 때, 아무것도 아니어서 더 귀중한 일상을 얼마나 바랐을까. 골수를 타고 다니는 암에 맞서면서, 암 세포와 친해지면서 그리워했을 이모의 그 무엇을 생각했다.


기억나지 않는다. 큰언니가 줄줄이 아들 낳을 때마다 달려와 안아주고 업어주고 달래주던 소녀적 이모는 기억나지 않는다. 가냘픈 몸으로 논농사 밭농사 사과농사 짓던 이모의 거친 손가락은 본 적 많다. 이제 그 목소리 그 얼굴까지 잊혀질까 두렵다. 부디 영면하시길 빈다.


2019. 1. 9.

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