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10 경대포차 사진이 붉게 보이는 건 큰 양산 탓이다. 마치 유월 햇볕 같은 날 점심시간, 바람은 마음에 점 하나 찍듯 두어 번 짧게 지나갔다. 반소매 입은 사람이 낯설지 않고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온갖 봄꽃들이 철없어 보이기조차 한다. 튀김, 순대, 떡볶이, 닭강정, 어묵을 묶어 파는 '대박' 세트다. 콜라도 하나 준다. 3명이 먹었는데 조금 남았다.일요일이라 아점을 먹은 뒤이긴 하지만 양이 만만찮음을 알겠다. 1만 5000원이라면, 시쳇말로 가성비 최고다. 경상대 북문에 줄지어 있던 포장마차들이 여차저차하여 지난해 모두 사라졌다. 몇몇 분이 뜻을 모아 그 부근에 가게를 차렸다 한다. 포장마차이기도 하고 일반 가게이기도 한 '포차'를 네 분이 운영한단다. 튀김을 빨리 많이 고르라는 둥, 계산은 셀프라는 둥 안내가 자.. 2020. 4. 8. 동백 경상대학교 대학본부 앞에 동백나무가 한 그루 있다. 무심코 지나가는 나에게 봄이 왔음을 알리고 봄이 가고 있음을 전해 준다. 겨울에도 윤기 반지르르한 잎사귀를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생존을 증명하는 나무다. 벌써 16년째 이 동백과 눈인사 나눈다. 꽃잎을 사진으로 찍은 게 여러 번이고 이 나무를 배경으로 내 얼굴 사진을 찍은 적도 있다. 앞으로 동백꽃 피고 지는 걸 열 번 정도 더 보면 나도 이 학교를, 이 직장을 떠나겠지. 모르지. 그사이에 근무 부서가 바뀌면 다른 건물로 가게 되고 그러다 보면 동백도 잊어버릴지도. ‘동백’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게 몇 가지 있다. 김유정의 단편 이 맨 먼저 떠오른다. 나는 국문학도이니까. 1936년 5월 발표했다 하니 84년쯤 됐다. “향토색 짙은 농촌을 배경으로 인생의 .. 2020. 3. 27. 경상대학교 총장 선거 경상대학교 제11대 총장 선거가 시작됐다. 후보로 두 분이 나섰다. 두 분 다 공과대학 교수다. 전공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최고 석학이고 인품 또한 매우 훌륭하다. 어느 분이 총장으로 되든 꽃길보다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그만큼 대학 환경이 녹록하지 않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와 통합하는 일도 만만치 않고 인구감소로 인한 문제, 12년째 등록금 동결ㆍ인하로 인한 재정 부담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아주 훌륭하게 잘하면 칭찬을 조금 듣겠지만, 조금만 잘못하면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이 길을 기꺼이 가겠다고 나선 두 분께 진정으로 경의를 표한다. 경상대학교는 경남을 대표하는 거점 국립대이다. 경상대학교 총장은 장관급으로서 관선 시절에는 도지사보다 높은 대우를 받았다. 경상대학교 총장 선거는 한.. 2020. 2. 7. 내 직장으로 배달 온 마당극 한 판 내 일터에서 매주 수요일은 야근을 할 수 없다. 이른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일찍 퇴근하는 날이다. 문화가 있는 날이라고 해도 되고 가족 사랑의 날이라고 해도 되겠다. 정말 일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 한다면 소속 부서의 장 외에도 총무과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매달 .. 2018. 12. 2. 꿈-오작교 아리랑 경상대 공연을 기다리며 (이 그림은 극단 큰들 국제교류팀장 무로하라 쿠미 님이 오작교 아리랑 주요 장면을 직접 그린 겁니다. 공연을 직접 보시면 어쩌면 이렇게 잘 그렸을까 싶을 겁니다.) 2018년 5월 18일 산청군 동의보감촌에서 극단 큰들의 마당극 <효자전>을 아내와 함께 보았습니다. 웃다가 울다가 했습.. 2018. 11. 24. 척척 착착 세 사람 호흡이 척척 맞아야 한다. 오른발, 왼발 박자가 착착 맞아야 한다. 어긋나면 넘어진다. 찰나 딴 생각하면 엎어진다. 잠시 곁눈질하면 자빠진다. 다리 모양만 봐도 누가 이길지 알 수 있다. 이런 놀이를 하는 건, 직장에서 화합과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눈빛.. 2018. 10. 15.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