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33 말티고개를 넘다 말티고개를 걸어서 넘어가기로 한 건 나름 까닭이 있었다. 어머니 아버지는 오십 리 떨어진 미천면 안간에서 수레 가득 나무를 싣고 진주 중앙시장에까지 와서 팔았다. 아버지는 앞에서 힘껏 당기고 어머니는 뒤에서 안간힘을 다하여 밀었다. 장딴지가 빳빳해졌을 것이다. 왕복 백리 길을.. 2017. 5. 31. 조부모 산소 돌본 이야기 큰형과 사촌형은 죽을 둥 살 둥 삽질을 했다. 40kg짜리 시멘트 20포를 비빈다는 게 그리 어려울 줄 몰랐을 것이다. 나는 작은 양동이 두 개를 번갈아가며 부지런히 물을 퍼 날랐다. 물이 졸졸 흐르는 작은 계곡에서 작업 현장까지는 30m쯤 되었을까. 300m는 더 되는 것 같았다. 시멘트에 모래가 .. 2016. 5. 8. 어머니의 봄 어머니는 8시 40분 시내버스로 아버지 산소 근처에 갔다.미리 전화하여 오후에 태우러 오라고 하였다. 짐도 많을 테고 차 시간도 애매하니까.3시쯤 가겠다고 하니 “그리키나 일찍?” 한다. 오후에 가니 장바구니용 수레에 뭔가 잔뜩 들었다.아버지 산소에 담배 두 개비 불 붙이고 소주 부.. 2016. 4. 18. 목욕탕에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할아버지 한 분이 혼자 목욕탕에 왔다. 왼발이 10센티미터쯤 나가고 오른발이 그만큼 따라붙고 다시 왼발이 10센티미터쯤 앞으로 전진하면 오른발은 마지못한 듯 따라간다. 일어날 때도 수도꼭지를 잡고 한참 동안 씨름한 뒤에 겨우 무릎을 펴고 그러고서 또 한참 끙.. 2016. 1. 16. 2015년 보내고 2016년 맞이한 이야기 연말연시에 큰형 아파트에 모여 떠들고 논 것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아버지 계실 때부터였으니 예닐곱 번은 되지 않을까.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며칠 전부터 어디서 모일까, 밖에서 모일까, 안에서 모일까, 언제 모일까, 연말에 모일까, 연초에 모일까, 무엇무엇 먹을까 하는 이야.. 2016. 1. 1. 망경횟집 진주시 망경동에 망경횟집이 있다. 아는 사람은 잘 알고 모르는 사람은 통 모를 것이다. 아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가기를 꺼려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모르는 사람 가운데에도 소문만 들었다 하면 하루빨리 가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망경횟집에 대략 열 번 정도 간 것 .. 2015. 9. 13.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