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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어머니의 봄

by 이우기, yiwoogi 2016. 4. 18.

어머니는 8시 40분 시내버스로 아버지 산소 근처에 갔다.
미리 전화하여 오후에 태우러 오라고 하였다. 
짐도 많을 테고 차 시간도 애매하니까.
3시쯤 가겠다고 하니 “그리키나 일찍?” 한다. 
 
오후에 가니 장바구니용 수레에 뭔가 잔뜩 들었다.
아버지 산소에 담배 두 개비 불 붙이고 소주 부어놓고 나는 절하였다. 
마른안주 놓고 어머니와 막걸리 한잔씩 들이켰다.
삶은 달걀 2개로 점심을 때우셨으니 막걸리는 달았을 것이다.  
 
산소 바로 아래에서 고사리를 꺾었다. 
벌써 누군가 몇 차례 꺾어간 흔적이 역력하다. 
대밭 아래에 들르니 야들야들 무공해 머위가 지천이다. 
봄을 짐칸 가득 싣고 돌아오늘 길 햇살은 맑고 따사로웠다. 
 
집에 와서 어머니 보따리를 펼쳐보니
쑥, 돈나물, 재피잎, 머위, 고사리, 취나물 들이 엄청나다. 
옥상 텃밭 마늘 틈에 솟아난 민들레도 뽑고 상추도 뽑았다.
싱싱하고 부드러운 푸성귀가 넉넉하다. 봄이 가득하다. 
 
보리쌀 얻으러 온 앞집 아지메가 쑥, 취나물을 가려 준다
나는 밥을 안치고 고기를 녹이고 머위와 취나물을 데쳤다.
쑥은 외삼촌 큰딸 시집 보낼 때 쑥떡 해 먹을 것이고
재피잎은 장아찌로 담가 두고두고 먹을 것이란다. 
 
아내는 취나물에 된장을 치댄 뒤 참기름을 뿌리고
실파와 마늘을 넣어 머위 싸먹을 양념간장을 만들었다.
둥근 밥상 마주하여 나는 막걸리 어머니는 소주로 목을 축였다.
돌아오는 길 우리 손엔 봄과 사랑이 주렁주렁 매달렸더랬다. 
 
2016.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