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 망경동에 망경횟집이 있다. 아는 사람은 잘 알고 모르는 사람은 통 모를 것이다. 아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가기를 꺼려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모르는 사람 가운데에도 소문만 들었다 하면 하루빨리 가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망경횟집에 대략 열 번 정도 간 것 같다.
예전에는 좀 허름하고 비좁았는데 몇 해 전에는 새 단장을 하여 깨끗하고 널찍하게 바뀌었다. 2층도 있다. 웬만한 단체 손님, 가족 모임을 모두 수용할 수 있다. 주차장도 너른 편이다. 하도 손님이 많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주차장이 좁게 느껴져서 그렇지 횟집 주차장으로는 괜찮은 편이다, 라고 생각한다.
이 횟집에 가게 된 것은 순전히 아버지, 어머니 덕분이다. 회를 좋아하시는 어른들은 이것저것 반찬이나 안주를 많이 주는 곳보다 회를 많이 썰어주는 곳을 훨씬 자주 가고 싶어 한다. 망경횟집에는 회, 야채, 쌈, 초장, 된장, 고추, 마늘, 장어구이, 옥수수, 매실, 새우 정도를 기본으로 내놓는다. 산낙지나 튀김 같은 요란한 안줏거리는 없다. 대신 회를 그만큼 많이 준다.
작은 접시는 3만 5000원이고, 중간 접시는 4만 5000원이고, 큰 접시는 5만 5000원인데, 어른 셋이 가면 작은 접시를 다 먹기 힘들다. 매운탕에 공깃밥 한 그릇 할 요량이면 작은 접시도 많다. 양이 많다고 맛이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초장에 야채를 비비고 거기에다 회를 얹어 깻잎ㆍ상추에 싸 먹으면 아주 맛있다. 양만 많고 맛이 없으면 절대로 그렇게 많은 손님이 찾을 리 없다.
아버지, 어머니 모시고 서너 번은 갔고, 아버지 돌아가신 뒤 어머니만 모시고 두어 번 갔고, 한번은 온 가족이 방 하나를 차지하고 들어가서 실컷 먹은 적도 있다. 경기도 안산에서 처가 식구들이 대거 놀러왔던 지난해 유등축제 기간에도 점심을 거기서 먹었다. 회를 좋아하시는 장인어른이 특히 맛있게 많이 드시는 것을 보면서 나는 아주 기뻤다. 가면, 누구든 회를 실컷 맛있게, 즐겁게 먹는다. 커다란 접시에 얇은 회를 납작납작 뉘어놓고 서로 눈치 보며 많이 먹어라 하며 서로 미루곤 하던 그런 횟집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가끔 가는 곳이다.
어머니는 회 먹으러 가자고 하면 무조건 망경횟집이다. 아직 젊은 우리는 회 핑계 삼아 갖가지 해산물 맛도 보고, 나중에 나오는 새우튀김 같은 것도 먹고 싶은데 어머니는 요지부동이다. 삼천포 바닷가에서 경치 구경하며 먹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그냥 망경횟집이다. 그 횟집에 앉아 회를 오물오물 씹고 있노라면, 손님이 끝도 없이 들어온다. 주로 나이 드신 어른들이다. 젊은 사람끼리만 들어오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이 집의 단골은 나이 지긋하신 어른들이다. 우리처럼 부모님 모시고 오는 가족도 많다. 일요일 저녁시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들이닥친다.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는 아줌마들은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손님이 이렇게 많고, 잠시라도 쉴 짬이 없으면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파 짜증이 날 만도 한데 그런 기색이 없다. 손님이 많으니 그만큼 기쁜가 보다. 지난해 처가 식구들과 함께 이 집에서 점심을 먹었을 때 마침 처제의 막내아들 이유식 통이 잘 열리지 않아 애를 먹었다. 기운 센 우리들이 모두 손을 대어 봤으나 끝내 이유식 통을 열지 못했는데, 2층 주방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일부러 물을 데워 어찌어찌하여 통을 열어 주었다. 처제의 배고픈 막내아들에게 한 끼 식사를 먹일 수 있게 한 것이다. 손님의 이런저런 속사정을 꿰뚫어보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그런 노력과 정성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지 않으면 쉽게 하기 힘든 일이다.
아무튼 망경횟집에는 나 스스로 가고 싶어서 가는 경우는 별로 없고 주로 어머니의 요청에 의하여 가게 되지만, 갈 때마다 맛있게, 즐겁게 신나게 회를 즐기고 오게 된다. 셋이서 3만 5000원 짜리 회 한 접시에, 좋은데이 한 병(3500원), 사이다 한 병(1000원), 매운탕 하나(4500원), 공깃밥 하나(1000원), 이렇게 하여 4만 5000원밖에 안 들었다. 술은 딱 알맞고 배는 엄청 부르다. 우리는 실컷 잘 먹었다 하며 배를 두드리고 일어서 나오는데 손님은 아직도 줄을 잇고 들어오고 있다. 망경횟집은 그런 집이다.
2015.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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