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자전거를 한 대 얻었다. 동문회 체육대회에 참가한 덕분이다. 동네 나불천 근처를 두어 번 돌아보았다. 자전거방 가서 플래시를 사고 물받침을 달았다. 사무실까지 달려보기로 했다. 일요일이니까. 8시 5분에 집에서 출발하여 40분에 칠암동 사무실에 도착했다. 엉덩잇살이 아프고 허리도 욱신거린다. 등에는 땀이 난다. 운동 효과는 있는 것 같다.
자전거를 가진 적이 띄엄띄엄 있었지만 열심히 타지 않았다. 엉덩이 아프고 허리 아픈 걸 왜 타는지 몰랐다. 방치되다시피 한 자전거는 어느새 없어졌다. 제대로 타 보려고 고르고 골라 좋은 걸 산 적은 없다. 누가 주거나 행사 기념품으로 받은 게 전부였다. 그러니 애정이 갈 리 없었다.
형과 동생은 초등학생도 되기 전에 자전거를 잘 탔다. 아버지가 짐바리를 잡고 함께 달리다가 어느새 놓았을 때 다른 형제들은 곧장 앞으로 나갔다. 나는 넘어졌다. 중학생이 되어서야, 그러니까 다리가 좀더 길어진 뒤에야 혼자 자전거를 탈 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애정이 있을 리 없다.
나불천, 천수교, 남강변은 아름다웠다. 강 건너 촉석루, 동방호텔, 새벼리도 예뻤다. 봄이니까. 걷는 사람도 더러 만났지만 자전거를 탄 사람은 제법 많았다. 죄다 헬맷을 쓰고 검은 안경을 쓰고 마스크를 했다. 누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저 강변을 달릴 뿐인데도 그들은 대부분 쫙 달라붙은 옷을 입었다. 등산복이 있듯이 자전거복도 있나 보다.
이제 돌아갈 일이 걱정이다. 오후 두세 시쯤이면 햇볕도 제법 따가울 텐데, 아픈 엉덩이를 들썩들썩거리며 허리를 좌우로 비틀어가며 한 바퀴 한 바퀴 돌려볼 요량이다. 모르지. 제법 속도를 내면 귓가와 목등을 시원한 강바람이 타고 돌는지. 오는 길엔 경치를 찍지 않았다. 가는 길엔 풍경을 찍어봐야겠다.
2024. 4. 28.(일)
ㅇㅇ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