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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산소 돌보기

by 이우기, yiwoogi 2024. 4. 28.

<일요일>

형제들이 아버지 산소 돌보기로 오래전 약속한 날이 오늘이다. 아침은 대충 때웠다. 큰형님 태우고 가다가 동생도 태웠다. 도착하니 8시 5분이다. 형님이 준비한 떡, 생선, 사과, 배를 진설하고 술 따른 뒤 절했다. 멧돼지들이 지렁이 파 먹느라 산소 여기저기를 파헤쳐 놓았다. 잡초도 제법 많았다. 제초제를 뿌리기로 하고 다시 시내로 왔다가 농약 가게 들렀다가 갔다. 그사이 동생은 멧돼지 흔적을 갈무리했다. 11시 30분쯤 물러났다. 맑고 더운 날이었다.
금산에 있는 횟집에서 도다리와 숭어를 먹었다. 회는 부드러웠다. 된장에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린 덕분에 회가 더 맛있어졌다. 운전을 해야 하는 처지라 맹물을 들이켰다. 매운탕도 맛있었다. 걸쭉하고 깊었다. 반찬도 좋았다. 창 밖에선 벚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렸다. 아이들 고함 소리가 들렸다. 봄 깊어가는 향기가 제법 상쾌하다.
집으로 왔다. 산소 주변에서 뜯은 고사리, 머위, 민들레, 취나물을 다듬고 데쳤다. 아내가 중앙시장에서 사온 두릅 다듬는 것도 내 몫이다. 두릅 데칠 땐 끓는 물에 밑동을 먼저 1분 정도 담가야 한다. 그래야 골고루 익는다. 고사리는 젖은 채로 냉장고에 넣었다가 라면, 찌개에 넣어 먹는다. 머위는 한 장 한 장 차곡차곡 쌓아 물기를 뺀다. 달래 양념장 만들어 쌈 싸 먹는다. 민들레와 취나물은 한번에 데쳐서 된장, 간장, 매실액에 버무릴 것이다.
이렇게 넉넉하고 푸짐한 날은 자주 있는 게 아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 막걸리 한 병이... 점심 때 회를 먹으면서도 소주 한 잔 하지 않았는데... 잠시 나갔다 오느냐 참느냐 갈림길에 나는 섰다. 집에 알코올 종류가 없는 건 아니지만, 오늘은 어쩐지 막걸리가 마구 당긴다.
2024. 4. 7.

ㅇㅇ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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