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이다. 어제 분 바람 때문에 사무실 창문이 열려 있다. 공기가 차다. 3시간째 열풍기 틀어놔도 소용이 적다. 손가락이 시리다. 발목도 시리다. 집에 가고 싶다. 12시에 컴퓨터를 끄는 게 목표다. 내일 또 나와야 한다. 일은 끝이 없다. 끝 없는 게 싫증나지만 고마울 수도 있다. 아직은 내 몸이 쓰이고 있으므로 다행 아닌가.
며칠 지나면 경칩이다. 아파트 화단에는 수선화가 예쁘게도 피었고 다솔사 절집 옆에는 매화가 피었다. 이미 오래전에 피었다. 지난해 그 자리에서 지난해와 똑같은 모습으로 향기를 뿜어낸다.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봄은 해마다 찾아오고 꽃도 해해연년 똑같은데, 마음 한 구석은 왜 이리도 이질적으로 낯설까.
달라진다는 게 좋을 때가 있었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것이 즐거웠다. 요즘은 익숙한 게 더 좋다. 밥집도 단골이 좋다. 사람도 오래 사귄 벗이 좋다. 그럴 나이가 되었다. 보수적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하면 올 봄은 좀 춥고 유난히 낯설고 때로는 지루하겠다. 그럴 만한 까닭이 많다.
2024. 3. 2.
ㅇㅇ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