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시내버스 이용하기(1)

by 이우기, yiwoogi 2017. 6. 27.

오후 5시에 경상대에서 승용차로 출발하여 520분에 하대동 홈플러스 앞에 있는 아내에게 자동차를 맡기고 다시 630분까지 경상대 앞으로 가면 되는 일정이었다. 그 정도 거리는, 전체를 걸어가기엔 빠듯하고 택시를 탄다는 건 말도 안되고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 중간에 내려 걸어가면 알맞을 정도다. 걸어가다 버스를 타도 된다. 그런 점에서 버스는 참 좋은 교통수단이다. 시간대별로 따라가 본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시내버스를 자주 이용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61일이던가, 진주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한 이후 많은 사람이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예사로 여겼다.

 

1. 오후 520분 하대동 홈플러스 건너편 버스승강장. “오늘은 도동에서 출발해 볼까...”라며 여유만만했다. 목표 지점은 원점이었다. 어디서 내려서 걸어갈까 고민했다. 상평교 건너자마자 내려서 걸어가면 딱 맞을 것 같았다. 덥지는 않았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몇 있었다. 시내버스 몇 대가 지나갔다. 시청 앞을 지나 뒤벼리로 가거나 칠암동으로 가는 것들이었다.

 

2. ‘경상대’, ‘공영차고지같은 이름표를 단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 시간을 알리는 기계에 470번 버스가 명신고 근처에서 오고 있다고 나왔다. 8분 걸린다고 하는데, 신호등을 감안하더라도 넉넉하게 15분이면 오겠거니 여겼다. 역시 그다지 덥지 않았다. 그러나 그 버스 470번은 망경동으로 돌아서 내동초등학교 지나서 공영차고지까지 가는 것이었다. ...

 

3. 버스 승강장에서 많은 버스를 그냥 보내고 나서 30분만에 홈플러스 앞에서 경상대까지 바로 가는 차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도 내가 잘못 안 것이기를 바란다. 버스승강장 노선 안내표지판에 경상대라는 말은 보이지 않았다. 보통 버스 안내 표지판은 아파트나 공공기관들을 중심으로 안내하는데, 경상대가 없을 리 없다고 여겼다. 그리고 내동 공영차고지라는 표지도 많지 않았다. 기껏 찾은 게 망경동으로 돌아서 차고지까지 가는 것이지 경상대 앞을 지나는 것은 아니었다.

 

4. 홈플러스 앞에서 30분 기다려도 경상대 바로 가는 버스가 한 대도 없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할 수 없었다.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았다. 일단 아무거나 타자고 판단했다. 무엇이든 타고 가다 보면, 조금 에돌아가는 것이긴 하지만 오히려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번호도 모르고 아무것이나 타고 공단광장까지 갔다. 길을 건너 120번을 기다렸다. 120번은 평거동에서 경상대 갈 때 희망교를 건너는 가까운 길 말고, 시내를 통과하여 뒤벼리를 지나 상평교를 건너는 노선이다. 시간으로는 40-50분 걸린다. 희망교 건너는 차를 타면 15분 정도 걸리지만 그 차는 자주 오지 않기 때문에 나는 120번을 곧잘 이용했다.

 

5. 하지만 120번도 자주 오지 않았다. 경험에 따르면 5분 정도 기다리면 버스가 왔다. 운 좋으면 1-2분 사이에 다음 차가 오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오늘은 많이 기다린 것 같다.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다. 15분쯤 기다려 겨우 120번을 탔다. 후회가 몰려왔다. 홈플러스에서 그나마 버스를 탔을 때 그냥 시내까지 가거나 제일병원 근처까지 가는 게 맞았다. 거의 30년만에 콩나물시루 버스를 탔다. 학생들이 많았고 어른도 많았다. 빽빽했다. 하는 수 없었다.

 

6. 목적지인 경상대 앞에 도착하니 635분이었다. 그래도 5분밖에 늦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기운도 빠지고 넋도 달아나고 기분도 잡쳤다. 술을 몇 잔 마셨다. 버스 기다리고 갈아타느라 늦었다고 변명했다. 나는 약속시간 지키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약속시간보다 5분 정도, 아니면 1-2분 정도는 일찍 도착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만약 늦을 상황이 생기면 기다리는 사람이 전화하기 전에 늦는 사람이 먼저 전화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버스에서 내려 전화를 보니 두 번이나 전화를 했었다. 비좁은 버스 안에서는 전화기를 들여다볼 겨를이 없었다.

 

7. 845분쯤 1차 술자리를 마치고 귀가할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119. 경상대에서 내동을 돌아 희망교 건너 우리 아파트 앞을 지나던 버스가 있었더랬다. 132번이다. 경상대 부설고등학교 학생, 경상대 학생, 그리고 나같은 사람들이 탄다. 9시 전후쯤엔 승객이 제법 많았다. 나는 120번 타고 개양-상평교-공단광장-시청-뒤벼리-장대동-중앙광장-이마트앞-진주교대로 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새로 생긴 버스를 확인하고 싶었다. 내동 공영차고지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저녁 850분부터 기다려 9시 정각 352번 버스를 탔다. 번호가 바뀐 것은 대강 알고 있었다. 그 버스는 나 한 사람을 태운 채 평거동 진주문고 근처까지 내처 달렸다. 그 뒤 두 명 더 태웠다. 경상대에서 우리집까지 다니던 버스가 없어진 까닭을 알 것 같다. 아니면 그 노선버스가 없어진 때문에 승객이 다른 노선으로 갈아탄 것인지도 모르겠다.

 

8. 결국 버스는 2회 이용한 것이다. 교통비로 2500원 정도 썼으려나. 택시를 타지 않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기다린 덕분이다. 버스는 참 많았는데 마침 내가 탈 차가 없었던 것이다. 마침 그 시간에 그 장소에서 탈 버스는 나와 인연이 없었던 것이겠지. 오늘의 교훈은 이것이다. “버스와 인연을 많이 맺자. 버스와 친하자.” “나는 많이 불편했지만 다른, 많은 사람은 그 전보다 많이 편해졌을 것이라고 믿자.” “어지간하면 진주시내버스 애플리케이션 하나 받아놓고 잘 이용하자.” , 이런 것이다.

 

2017. 6. 27.

'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잠을 흔들어 깨우는 도둑괭이들  (0) 2017.07.06
깨진 밥그릇  (0) 2017.06.28
함양 이모  (0) 2017.06.26
아침 출근길 느낌~!  (0) 2017.06.20
어머니와 이모  (0) 2017.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