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출근길 신호등 체계가 바뀌었다.
이전에는 10호광장에서 좌회전 받으면 '거의' 막힘 없이 내동5거리까지 통과했다. 중간중간 제한속도를 훌쩍 넘기기도 했다. 내비 아가씨가 경고음을 보내왔다. 거의 무시했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15분 정도 걸렸다. 운 좋으면 1-2분 단축했다.
이제는 10호광장에서 좌회전하여 희망교 입구에 다다르면 빨간신호등으로 바뀐다. 속절없이 잠시 대기한다. 이전에는 조금 속도를 내면 여기도 무사 통과했다. 이제는 안 된다. 60km를 제한하는 단속카메라는 어찌 보면 무용지물이다.
다음 내동초등학교 앞 신호를 잘 받았지만 7979 짜장면집 앞에서 다시 빨간불이 된다. 30초도 채 달리지 않아 다시 서야 한다. 뒤 신호를 받아 적당한 속도로 달렸지만 신호는 빨간불이다. 별수 있나. 서야지. 뒤비치거울에는 잇달아 줄이어 선 차들이 보인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가령, 오늘 신호등 맨 앞에 서서 파란불이 되기를 기다리며 신호등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웬걸.
한참 뒤에서 달려오던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좌회전할 차를 위하여 마련된 3차로로 살짝 비껴나는가 싶더니 그대로 추월해 버린다. 명백한 신호위반이다. 대단한 운전솜씨다.
몇 초 뒤. 내 뒤에 있넌 경승용차 한 대가 옆으로 살짝 벗어나는가 싶더니 그길로 추월해 버린다. 나는 신호등 바뀌기만을 기다린다. 예전에는 나도 신호위반하고 달려가는 차를 마치 잡으러 가는 듯이 슬금슬금 따라가기도 했다.
또 몇 초 뒤. 그 뒤에 있는 트럭 한 대가 똑같은 방법으로 3차로를 이용하여 추월해 간다. 나는 바보처럼 그대로 섰다. 내가 그들 출근길을 막고 있는 느낌이다. 좀 억울하다. 내 블랙박스에 찍힌 저 차들을 신고해버릴까, 잠시 생각했다.
그렇게 빨간신호등을 무시하고 추월해간 차들은 바로 다음 신호에 걸려 그대로 서 있다. 나는 그 차들 뒤를 졸졸 따라갔다. 10초도 벌어지지 않는 거리다.
나는 생각한다. 이전에는 10호광장에서 좌회전 신호를 한번 받으면 중간중간 속도를 높여가며 한번에 여러 개 신호를 다 통과했다. 이제는 적어도 두 번은 꼼짝없이 서야 한다. 아, 이게 내 삶의 모습이었구나 느낀다. 앞차 뒤꽁무니만 무조건 따라갈 것이 아니라 한번씩 섰다가 좌우도 살피고 앞뒤도 봐가며 달려가자, 라고 생각한다.
출근길 신호가 바뀌었다. 내 삶에서 달리기 방식도 바꾸어야겠다. 여유, 느림, 돌아보기, 비춰보기, 생각하기 같은 것을 한번이라도 더 실천하며 살아야겠다. 그래서 나는 신호등을 명백하게 위반하고 추월해 가는 차들을 신고할 생각도, 욕할 생각도 없다. 저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나니까.
2017. 6. 20.
아침 출근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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