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아침 출근길 느낌~!

by 이우기, yiwoogi 2017. 6. 20.

바쁜 출근길 신호등 체계가 바뀌었다.

 

이전에는 10호광장에서 좌회전 받으면 '거의' 막힘 없이 내동5거리까지 통과했다. 중간중간 제한속도를 훌쩍 넘기기도 했다. 내비 아가씨가 경고음을 보내왔다. 거의 무시했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15분 정도 걸렸다. 운 좋으면 1-2분 단축했다.

 

이제는 10호광장에서 좌회전하여 희망교 입구에 다다르면 빨간신호등으로 바뀐다. 속절없이 잠시 대기한다. 이전에는 조금 속도를 내면 여기도 무사 통과했다. 이제는 안 된다. 60km를 제한하는 단속카메라는 어찌 보면 무용지물이다.

 

다음 내동초등학교 앞 신호를 잘 받았지만 7979 짜장면집 앞에서 다시 빨간불이 된다. 30초도 채 달리지 않아 다시 서야 한다. 뒤 신호를 받아 적당한 속도로 달렸지만 신호는 빨간불이다. 별수 있나. 서야지. 뒤비치거울에는 잇달아 줄이어 선 차들이 보인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가령, 오늘 신호등 맨 앞에 서서 파란불이 되기를 기다리며 신호등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웬걸.

 

한참 뒤에서 달려오던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좌회전할 차를 위하여 마련된 3차로로 살짝 비껴나는가 싶더니 그대로 추월해 버린다. 명백한 신호위반이다. 대단한 운전솜씨다.

 

몇 초 뒤. 내 뒤에 있넌 경승용차 한 대가 옆으로 살짝 벗어나는가 싶더니 그길로 추월해 버린다. 나는 신호등 바뀌기만을 기다린다. 예전에는 나도 신호위반하고 달려가는 차를 마치 잡으러 가는 듯이 슬금슬금 따라가기도 했다.

 

또 몇 초 뒤. 그 뒤에 있는 트럭 한 대가 똑같은 방법으로 3차로를 이용하여 추월해 간다. 나는 바보처럼 그대로 섰다. 내가 그들 출근길을 막고 있는 느낌이다. 좀 억울하다. 내 블랙박스에 찍힌 저 차들을 신고해버릴까, 잠시 생각했다.

 

그렇게 빨간신호등을 무시하고 추월해간 차들은 바로 다음 신호에 걸려 그대로 서 있다. 나는 그 차들 뒤를 졸졸 따라갔다. 10초도 벌어지지 않는 거리다.

 

나는 생각한다. 이전에는 10호광장에서 좌회전 신호를 한번 받으면 중간중간 속도를 높여가며 한번에 여러 개 신호를 다 통과했다. 이제는 적어도 두 번은 꼼짝없이 서야 한다. , 이게 내 삶의 모습이었구나 느낀다. 앞차 뒤꽁무니만 무조건 따라갈 것이 아니라 한번씩 섰다가 좌우도 살피고 앞뒤도 봐가며 달려가자, 라고 생각한다.

 

출근길 신호가 바뀌었다. 내 삶에서 달리기 방식도 바꾸어야겠다. 여유, 느림, 돌아보기, 비춰보기, 생각하기 같은 것을 한번이라도 더 실천하며 살아야겠다. 그래서 나는 신호등을 명백하게 위반하고 추월해 가는 차들을 신고할 생각도, 욕할 생각도 없다. 저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나니까.

 

2017. 6. 20.

 

아침 출근길 느낌~!

'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내버스 이용하기(1)  (0) 2017.06.27
함양 이모  (0) 2017.06.26
어머니와 이모  (0) 2017.06.14
꽃 진 자리  (0) 2017.06.09
말티고개를 넘다  (0) 2017.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