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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꽃 진 자리

by 이우기, yiwoogi 2017. 6. 9.

5월 20일 오후... 

경남도문화예술회관 근처 대숲 아래에 장미가 예쁘게 피어 있었다. 장미의 계절이었다. 5월이 계절의 여왕인 것을 알았다. 이런 붉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사진을 여러 장 찍었더랬다. 한잔 하고 되돌아오는 길에서도 사진을 찍었다. 장미는 희미한 가로등 아래에서도 그 자태가 고왔다.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 술 때문이었을까.



6월 8일 오후...
경남도문화예술회관 근처 대숲 아래에 장미는 지고 있었다. 정열적이던 꽃잎은 한 잎 두 잎 떨어져 초라하게 탈색해 가고 꽃 떨어진 빈 자리엔 가을 빛깔의 꽃받침만 남았다. 비를 맞았을까. 바람이 들씌웠을까. 인간들의 고임보다 더 깊은, 다른 꽃들의 시샘을 받았을까.



우리 인생과 흡사하다. 빨갛게 뜨겁게 피어나는 시기가 30-40대라고 한다면 저렇게 한 잎 두 잎 꽃잎 지는 때는 60-70대라고 할까. 그 사이에 어중간하게 시들어 가는 모습, 그건 혹시 50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비도 많이 맞았고 바람도 많이 쐬었으며 이런 사람 저런 사연 속에서 시샘 또한 많이 받지 않았을까. 이제 천천히 잎을 떨궈낼 생각을 해야 하는 걸까.



우리 인생 진 자리도 장미 꽃 진 자리처럼 깔끔한 별처럼 말쑥한 정장차림처럼 단정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꽃 진다 한들 무에 서글프고 잎 진다 한들 무엇이 두렵겠는가...우리 인생도 그럴 수 있을까... 나 간 자리 저렇게 깨끗할 수 있다면, 그 자리에 작은 열매 하나 맺힐 수 있다면... 그러려면 활짝 피어 있을 때, 붉게 타오르고 있을 때 더욱 더 온 정열을 다해야겠지. 뛸 수 있을 때 더 열심히 뛰고 놀 수 있을 때 더 신나게 놀아야겠지. 그런 사람에게만 그 간 자리도 깨끗함과 단정함이 허락되지 않을까. 


2017.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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