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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큰들 마당극 보러 가기

큰들 <까망극장> 개관식에 다녀오다

by 이우기, yiwoogi 2024. 7. 11.

큰들 <까망극장> 개관식에 다녀오다

 

큰들 <까망극장> 개관식에 다녀왔다. 비가 오면 어쩌나 했는데 오지 않았다. ‘우기’ 덕분이다. 공식 행사는 6시 30분에 시작한다. 우리는 5시 30분쯤 도착했다. 식전 공연을 6시 10분쯤 시작한다고 했다. 반가운 큰들 식구들과 인사 나누었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무 데나 돌아다니면 안 되는 거였다. 마을은 온통 꽃밭이다. 땅에 뿌리 내린 식물만 꽃을 피우는 게 아니었다. 한 마을에 뿌리 내리고 웃음과 행복과 문화를 나누는 사람도 아름다운 꽃이었다.

 

 

마당극마을에 까만 건물이 들어섰다. 까만 게 유행인가 보다. 까만 게 오래가는가 보다. 까만 게 영원성을 지니는가 보다. 까만 건물은 공연장이다. 마당극을 비롯해 이런저런 공연을 언제든 할 수 있다. 비가 와도 할 수 있다. 눈이 와도 할 수 있다. 추워도, 더워도 공연할 수 있다. 그 공연장 이름을 ‘까망극장’이라고 지었다. ‘까망’이 프랑스어 같다고 누군가 말했다. “꼬망 딸레 부?”라는 말이 생각난 것일까. ‘까망’이 표준어인지도 궁금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극장 이름은 ‘까망극장’이다.

 

개관식이다. 처음 문을 연다. 손님을 청해 놓고 잔치를 벌이는 것이다. 큰들은 늘 큰들답게 한다. 122개 객석이 찼다. 산청군, 산청군의회에서 당연히 많이들 왔다. 마당극마을이 있는 한 동네 손님도 가운데 자리잡았다. 일본에서도 귀한 손님이 여섯 분 왔다. 진주, 창원 큰들풍물단원도 보인다. 후원회원이 많이 찾아왔다. 식전 공연으로 플루트를 연주했고, 아코디언을 연주했다. 후원회원은 2300여 명이라고 한다. 내가 후원회원이 되던 2017년 즈음엔 1900여 명이라고 했던 것 같다.

 

 

경과보고를 하고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패를 드렸다. 전민규 예술감독이 인사말을 했다. ‘고맙다’고 말했다. 짧은 몇 마디 말을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뚝 떨어졌다. 숨이 멎을 뻔했다. 40년 큰들 역사를 다 알지 못한다. 공연을 여러 번 보았고, 마당극 마을을 만들 때 몇 번 가보았을 따름이다. 마당극마을이 다 만들어지고 나서도 여러 번 놀러갔다. 아, 맞다. 2019년 10월 25일 마당극마을 개소식을 할 때에도 나는 울었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는 울었다. 큰들을 이끌어가는 예술감독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울리는데, 눈물샘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또 하나의 높은 산을 넘어가는 그들의 긍지와 자부심이 느껴졌고, 그런 역사를 이루도록 도와준 많은 분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마음에 깊이 공감했다.

 

 

그리고 큰들 단원을 소개했다. 한 명 한 명 이름을 다 말해주면 좋았겠지만 시간이 모자라 그러지 않은 듯했다. 거의 절반이 20-30대였다. 큰들의 미래가 보였다. 큰들 가족 거의 다 아는데 낯선 이도 이제 한둘 보인다. 요즘 마을에 놀러간 지 좀 되었다는 뜻이다. 끊임없이 맑은 물이 샘솟는다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20대 초반에 큰들에 들어와 쉰 살을 넘어간 단원도 많다. 역사란 이런 것이다. 시작한 이가 있고 이어가는 이가 있고 새롭게 길을 여는 이가 있고 그 길에서 노는 이가 있고 이 길이 맞을까 고민하는 이가 있고 가끔은 길을 이탈하는 이도 있다. 역사의 길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다듬어지고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다. 큰들은, 지금은 시작하고 이어가는 중인 듯하다. 새롭게 길을 열었다고 해도 되겠다.

 

 

 

그리고 큰들은 노래를 불렀다. 모든 단원이 합창을 했다. 스스로는 자축하는 뜻이었을 것이고 손님들에게는 고마운 마음을 담은 인사였을 것이다. 한돌이 지은 <한뫼줄기>라는 노래이다. 큰들 단원이 부르는 이 합창을 나는 적어도 다섯 번 이상은 직접 들었다. 노래하는 장면을 찍어 수십 번 보았다. 그렇지만, 마당극을 수십 번 보아도 번번이 어느 대목에서는 눈물이 쏟아지듯, 이 합창에서도 번번이 울컥하는 대목이 있다. 느릿느릿 시작한 아리랑이 점점 빨라지다가 마지막 대목에 이르러 덩실덩실 춤을 출 땐 마치 해방세상이라도 온 듯하여 저절로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참 희한한 일이다. 번번이. 앞소리(선창)를 젊은 배우 손리현 씨가 했다. 잘했다. 

 

산청군수, 산청군의회 의장, 일본 손님 대표가 축하 인사를 했다. 으레 하는 인사가 아니었다. 큰들을 품은 산청이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큰들을 돕고 이끌고 지원할지 느꼈다. 일본 로온과 맺은 인연의 줄기가 얼마나 두꺼운지도 알았다. 내년에 일본에서 큼지막한 공연이 잇따라 열리는가 보다. 부럽다.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어찌 없겠는가마는 진정으로 응원하고 마음으로 동행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1부 행사가 끝났다.

 

까망극장의 구조는 참 특이하고 이채롭다. 극장 안에 들어가면 영락없는 극장이다. 무대가 있고 객석이 있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조명이 있다. 벽면은 방음을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다. 무대 뒤, 그러니까 관객의 정면은, 그렇지 그냥 벽이거나 천막이겠지. 까망극장도 그렇다. 마당극 공연하기에 딱 알맞은 크기와 구조다. 마당극 말고 이러저러한 다양한 공연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까망극장은 그것으로 만족하지를 않는다. 비밀이 있다.

 

 

무대 뒤, 그러니까 벽이거나 천막이라고 생각하는 곳은 자유롭게 열고 닫을 수 있는 창문이다. 전문용어로 뭐라고 하던데 까먹었다. 여닫이 문인가 하면 아니고, 접이식 문이라고 하면 될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 문을 열면, 좁은 마루 같은 무대가 있고 그 아래는 마당이다. 거꾸로 마당에서 극장 쪽을 쳐다보면 색다른 또 하나의 근사한 공연장, 즉 무대이다. 직접 가서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는데, 글로 설명을 하려니까 어렵다. 아무튼 그러하다.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완전히 새로운 극장이자 무대이다.

 

이날 개관식 2부는 마당에서 시작했다. 밥상에 돼지고기 수육과 두부와 무말랭이김치와 배추김치와 깻잎김치와 파전과 막걸리와 소주와 맥주와 물과 음료수가 차려져 있다. 조금 있으니 소고기국밥을 갖다 준다. 자연스럽게 한 자리를 차지했다. 함께한 분들은, 여기서 소개하기는 좀 그렇고, 이날 손님 가운데 아주, 매우, 무척 중요하고 귀한 분들이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말을 섞고 잔을 따랐다. ‘만나면 좋은 친구’라는 옛 문화방송 로고송이 생각났다. 아직 비는 오지 않았다. 운전을 책임진 나는 사이다와 물만 마셨다.

 

 

이윽고, 사회자의 소개에 따라 새로운 무대가 열렸다. 벽이거나 천막이었던 그 유리창이 활짝 열렸다. 큰들 단원 여럿이 기다렸다가 풍악을 울렸다. 풍물을 쳤다고 할까. 이규희 대표가 <액맥이 타령>을 선창했고 우리는 후렴을 따라했다. 주변에서 열심히 음식을 나르던 단원들이 장단에 맞춰 춤을 추었다. 맥주와 막걸리 병이 가벼워졌다. 여기저기서 환호가 터졌다. 손뼉을 쳤다. 저마다 스마트폰을 치켜들고 사진을 찍었다. 조명은 밝았다가 어두웠다가 다시 밝아지며 먼 곳 하늘을 향하여 길게 뻗어 나갔다. 그 하늘 어디메를 희망이라고 할까, 미래라고 할까 생각했다. 그곳 역시 큰들이라고 마음속으로 결론지었다.

 

마당극마을 개소식 때 부산에서 오셨던 양일동 님의 비나리와 진주국악단원의 가야금 연주로 2부 공연도 끝났다. 비나리는 가사가 무척 재미있고 의미심장한데 적어두지 못했다. 가야금 연주자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아무튼 멋진 자리에서 좋은 공연을 해주었다. 그분들도 오래도록 기억하지 않을까. 2부가 끝나고 남은 안주와 술을 비워갈 즈음 빗줄기가 시작됐다. 일어설 시간이 지났다. 행사를 열심히 준비한 큰들 단원들도 얼추 식사를 마쳤다. 마지막 한 잔을 비울 즈음엔 천둥소리마저 들린다. “이제 다들 집으로 돌아가거라.”라는 지리산 산신령의 기침으로 들린다. 비가 이렇게 알맞게 내려준다면 얼마나 고맙고 좋을까.

 

마당극마을이 만들어진 뒤 이곳에서 정기공연을 몇 차례 했다. 번번이 갔는데, 그때마다 하늘부터 올려다봤다. 공연의 성패 여부가 하늘에 달렸던 것이다. 큰들은 말했다. 실내 공연장을 만들 것이라고. 사실 마을을 만들 때부터 계획한 일이다. 쉽지 않았다. 코로나도 이유였을 것이다. 결국 해냈다. 설계도를 그려놓은 지 3년인가 4년인가, 아무튼 많은 세월이 지났다고 했다. 5년 전 마당극마을 개소식을 하던 날, (까망극장 자리를 가리키면서) “여기가 실내 공연장이 들어설 자리다”라고 말하던 전민규 예술감독의 그 표정이 생각났다.

 

까망극장 안으로 들어갈 때는 못 봤다. 큰들은 2300여 명 후원회원에게 이렇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까망극장 뒤편에 공터가 아직 남았다. 이 정도 큰 마을이 제대로 그 역할을 하려면 더 많은 건물이 필요할 것이다. 자세한 것까지는 모르지만 애초 마당극마을을 조성할 때 세운 계획대로 하나하나 차근차근, 그리고 얼른얼른 짓고 만들고 넓히고 다져 나가기를 바란다. 오늘 개관한 <까망극장>에서 항상 마당극이든 노래이든 춤이든 무엇이든 공연이 열리기를 바란다. 그런 바람을 안고, 돌아왔다. 행사 내내 웃음 가득하던 큰들 가족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하며 달려왔다.

 

7월 12일과 13일에는 본격적인 공연축제가 열린다. 나는 12일에도 가고 13일에도 간다. 1인극 <담배의 해로움에 대하여>, 청춘 버스킹 <푸르른>, 풍물 퍼레이드 <흥성흥성 동네 한 바퀴>, 물안실 음악회 <기타와 아코디언>, 축하공연 <정병인류 북청사자놀음>, 힐링 마당극 <찔레꽃>, 시극 <아내와 나 사이>, 물안실 음악회 <플루트와 아코디언>, 축하공연 <동해 삼오장춤>·<영남 채상 설장구> 등의 공연이 이틀 연속 열린다. 최근 한두 달 피폐해졌던 정서가 조금 촉촉해지거나 보드라워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2024. 7. 11.

이우기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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