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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제주 여행

by 이우기, yiwoogi 2024. 6. 3.

제주 함덕입니다...

일하러 왔습니다....
 

 

<범섬>

 

서귀포 범섬은 밤새 뒤척였습니다.

얼굴 없는 가면이 꿈자리를 방문했습니다.

수만 리 먼 곳에서도 발목이 묶였습니다.

하루라도 단 하루라도 놓여나고 싶습니다.

혹독한 사슬에서 놓여날 길은 단절뿐입니다.

전기 없는 범섬에서 하루만이라도 놀고 싶습니다.

 

2024. 5. 31.

서귀포에서 이우기

 

 

<서귀포>

서귀포 범섬이 바라보이는 곳에 방을 얻었습니다. 아침 때나 점심 때나 저녁 때나 다 예쁩니다. 2층 방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범섬은 아름답습니다. 길에서 우리가 묵는 방을 바라봐도 아름답습니다. 이런 데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날씨는 꾸무리하다가 비를 흩뿌리다가 개었습니다. 비 갠 뒤 구름은 더 멋집니다. 키 큰 종려나무를 올려다보면 흰구름이 우리를 내려다봅니다.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진주에서 날아오는 문자와 카톡과 전화는 거부할 수 없습니다. 발코니에 앉았습니다. 노트북을 켰습니다. 바닷바람이 좀 서늘합니다. 옷을 껴 입었습니다. 고개 들면 휴가요 숙이면 업무입니다. 스트레스 풀려고 왔다가 더 쌓입니다. 전봇대도 기지국도 와이파이도 없는 범섬이 부럽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모든 건 지나가겠지요.

올레길을 좀 걸었습니다. 왕복 2시간도 되지 않습니다. 겉옷을 입었다 벗었다 했습니다. 해질녘 노을이 붉습니다. 이른 저녁 먹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나타납니다. 노을은 이내 사그라듭니다. 한순간 붉게 태우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스러집니다. 인생 같습니다. 태양은 내일 다시 뜨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5월이 다 갔습니다.

 

2024. 5. 31.

이우기

 

 

<쉼>

긴 하루였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돌아다녔습니다. 처음부터 갈 곳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동차 바퀴 굴러가는 데로 갔습니다. 하늘은 파랬습니다. 숲도 파랗습니다. 새소리는 정겨웠습니다. 하늘색과 나무색과 구름색이 시원하고 상쾌했습니다. 이대로 일주일쯤은 더 머무르고 싶습니다. 아니 뿌리를 내리고 영원히 주저앉고 싶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유월이네요.

 

 

2024. 6. 1.

ㅇㅇㄱ

 

<제주 이별>

제주를 떠났다. 아쉬웠다. 서귀포자연휴양림에 가서 산과 바다를 조망했다. 상쾌했다. 1000고지대 습지도 돌아보았다. 신기했다. 제주공항이 마주 보이는 언덕에 올라 뜨는 비행기 내리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시간을 죽였다. 시간은 잘 갔다.

숙소에서 보낸 전자우편에 첨부파일이 누락됐다고 연락이 왔다. 공항에 쪼그려앉아 노트북을 켰다. 어디에서든 와이파이가 연결되는 대단한 우리나라가 고맙다.

제주는 늘 반갑고 고맙고, 결국은 아쉽다. 통풍으로 인해 제주흑돼지, 고등어찜, 갈치조림, 찹쌀순대, 한라산을 제대로 즐기진 못했다. 역대 가장 착하고 얌전한 여행이었다. 그래서 더 아쉽다.

 

2024. 6. 2.

ㅇㅇ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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