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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115-117) 기사 문장 다르게 써 보기 연습

by 이우기, yiwoogi 2023. 5. 10.

115.

◐ 앞서 두 후보측은 설연휴 이전에 양자 TV토론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세부 날짜를 놓고서는 다시 신경전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2022. 01. 18. 16:19)

 

대통령선거 후보자 간의 토론회를 하긴 할 건가 보다. 하려면 텔레비전에 생중계해 주면 가장 좋겠다. 말 잘하는 게 전부는 아니지만 말도 못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고 싶지 않다. 열심히 준비한 사람은 말도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 머리에 든 게 없는 사람은 토론회를 안 하려고 한다. 그런 경험이 있다.

‘-을 거듭하는 모습이다’라고 문장을 끝맺었다. ‘모습이다’의 주어는 ‘후보측은’이다. 이 문장대로라면 ‘후보측=모습’이 된다. ‘신경전을 거듭하고 있다’라고 하면 어떤가. ‘신경전을 거듭한다’라고 해도 되겠다.

‘모습’은 ‘사람의 생긴 모양’, ‘자연이나 사물 따위의 겉으로 나타난 모양’, ‘ 자취나 흔적’이라는 말인데 여기서는 어디에 해당하는지 모호하다.

 

116.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5678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1001명이 응답했다. (2022. 01. 19. 14:04)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문장에서 흔히 보는 문장이다. 문장은 하나인데 문장 안 주체는 둘이다. 이 문장에서 서술어는 ‘시도하다’와 ‘응답하다’인데 이 둘의 주체는 다르다.

여론조사 기관에서 통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1001명으로부터 응답을 들었다. 통화를 ‘시도한’ 기관이나 응답을 ‘들은’ 기관은 같다. 한 문장에서는 이렇게 써야 한다.

위 기사는 통화를 시도한 주체와 응답한 주체가 다른데도 마치 하나인 것처럼 뭉뚱그려 썼다. 만약 위 기사처럼 쓰려면 ‘시도해’를 ‘시도했는데’라고 써야 한다.

그렇더라도 ‘이번 조사는’을 ‘이번 조사에서는’ 또는 ‘이번 조사에서’라고 해야 제대로 된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주어는 ‘우리는’일 텐데 생략됐다고 보면 된다. ‘이번 조사에서는 전국 만 18세 이상 5678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1001명으로부터 응답을 들었다.’ 또는 ‘이번 조사에서 전국 만 18세 이상 5678명에게 통화를 시도했는데, 1001명이 응답했다.’라고 쓰면 된다.

 

117.

◐ 기아는 전국 기아 스토어를 통해 어제(18일)부터 사전예약시작한 친환경 SUV 니로의 첫날 계약 대수가 16,300를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2022. 01. 19. 19:02)

 

전기차 인기가 높은가 보다. 내년쯤 사고 싶은데 충전소가 많지 않아 고민한다. 충전 요금은 점점 올라간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돈은 점점 줄어든다. 늦추면 늦출수록 손해다.

‘-를 통해’는 ‘-에서’라고 해도 되겠다. ‘-을 통해’는 벼논에 피처럼 자란다. ‘-부터’는 ‘어떤 일이나 상태 따위에 관련된 범위의 시작임을 나타내는 보조사’이다. 어떤 일이나 현상에서 시작은 그 시점이 있다. 시점은 한 점과 같다. 선이 아니다. ‘어제 시작했다’, ‘19일 시작됐다’처럼 쓴다. 만약 이 기사에서처럼 ‘어제부터 시작한’이라고 쓰면 어제도 시작했고 오늘도 시작하고 내일도 시작하는 게 된다. 시작과 비슷한 ‘돌입하다’, ‘착수하다’, ‘문 열다’ 따위 말도 쓰임은 같다. ‘사전예약’은 겹말이다. 사후에 하는 예약은 없다. ‘사전 접수’ 또는 ‘예약’이라고 쓰면 된다. ‘예약’이라는 말도 어긋났다. 예약은 소비자가 하는 것이다. 이 기사 문장에서는 기아 회사가 주체이니 ‘접수’라고 하는 게 맞다.

숫자 표기는 대부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 보통 공문서에서는 세 자리마다 쉼표(,)를 찍는다. 123,456,789처럼 쓴다. 이건 서양식이다. 만국 공통이라고 하는데 다른 나라와 교환할 문서가 아닌 데서도 이렇게 쓸 필요가 있을까. 한글맞춤법에서는 네 자리마다 마디를 두도록 했다. 그것은 만, 억, 조이다. 1억 2345만 6789처럼 쓴다. 만의 만 배는 억이고 억의 만 배는 조이다. 이건 동양식이다. 서양식, 동양식이라는 말은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대개 우리나라 사람은 만, 억, 조에 익숙하다. 세 자리에 쉼표를 찍는 것은 불편하다. 그래서 좀 긴 숫자를 만나면 맨 뒤에서부터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일억 이렇게 하나하나 짚어서 올라간다. 그러고 나서 다시 위에서 읽어 내려온다. 번거롭기 짝없는 일을 물색없이 해오고 있다. 단위가 천이면 천, 만, 십만 이렇게 세어 올라간다. 대부분 신문 기사에서 숫자는 네 자리마다 마디를 두어서 적는다.

동양식이든 서양식이든 한 가지로만 써 버릇하면 그나마 낫다. 이 기사에서처럼 ‘1만6,300대’라고 쓰는 건 동서양 짬뽕식이다. ‘1만 6300대’라고 하든지 ‘16,300대’라고 하는 게 낫다는 말이다. ‘1만 6300대’처럼 만, 억, 조로 쓸 때는 마디마다 띄어 써야 한다는 것도 덤으로 알아두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