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큰들 사람들>
올해도 만들었다. 큰들이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사진을 모조리 내려받아 대강 시간순으로 엮었다. 내려받은 사진은 500장가량 되는데 아쉽고 아쉽게도 모두 담지는 못했다. 이런 사진첩은 가로 또는 세로로 편집하도록 미리 틀이 정해져 있어서 내 마음대로 엮을 수가 없었다. 가로 사진을 세로로 넣기도 하고 그 반대로 하기도 했다. 아무튼 지난해에 이어 두 해 연속으로 만들었다.
사진첩에는 큰들 사람들이 나온다. 배우도 나오고 사무국 직원도 나온다. 큰들을 방문한 개인과 단체도 나온다. 공연 장면도 있고 그 공연을 보는 관객도 있다. 그들은 웃고 또 웃는다. 즐겁고 또 즐겁다. 즐겁게 웃는 걸 바라보는 나도 빙그레 웃는다. 행복과 긍정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큰들이 찍은 무지개도 나오고 꽃도 나온다. 장 담그는 장면, 곶감 거는 장면, 농사 짓는 장면, 김장하는 장면도 나온다. 모여서 무슨 발표회 하는 사진도 있고 생일이나 입단기념일 잔치하는 사진도 있다. 모두 모두 정겹다.
앞표지는 큰들 단원이 만든 비빔밥 재료이다. 비빔밥은, 각각 개성 넘치면서도 잘 어울려 조화롭게 사는 큰들을 상징하는 듯하여 표지에 놓았다. 뒤표지는 올해 정기공연 때 마당극마을에 세운 객석 사진을 놓았다. 관객이 없는 텅 빈 객석이다. 비워야 채울 수 있는 법이다. 빈 객석에 100명, 150명, 200명 관객이 자주자주 채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 사진들이 낳은 추억과 사연 속에서 한 해 동안 행복하게 지낸 내 행복도 찾아본다. 한 번 보면 일 년 젊어지고 두 번 보면 십 년 젊어지는 것만 같은, 마당극이라는 황홀하고도 도수 높은 술 한 잔을 마셔본다. 이 사진으로 돈 벌 것도 아니고 여기저기 나눠줄 것도 아니므로 큰들 페이스북 사진을 빌려 써도 나무라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그저 책꽂이에 꽂아놓았다가 공연 없는 긴긴 겨울 동안 한두 번씩 꺼내어 갈피 속에 녹아 있는 행복한 추억을 찾아보련다. 그저 고마운 일뿐이다.
2022. 12. 28.(수)
이우기
'극단 큰들 마당극 보러 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효자전> (0) | 2023.05.19 |
---|---|
<남명> (0) | 2023.05.19 |
마당극 31번 관람 (0) | 2022.12.28 |
마당극 목화 (1) | 2022.12.18 |
고들빼기김치 (0) | 2022.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