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큰들 놀이터 ‘공간오늘’을 소개합니다
예술공동체 큰들은 산청에 있다. 산청군 산청읍 정수산 아래 물안실에 마당극마을을 만들어 살고 있다. 진주에서 가면 30분 조금 더 걸린다. 이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몇몇 분만 모른다. 모르는 분도 조만간 알게 될 것이다.
원래 큰들은 진주에 있었다. 1984년부터 꽤 오랫동안 진주에 있다가 사천 완사에 있다가 지금의 산청마당극마을로 옮아간 게 2019년 10월이다. 큰들의 많은 인연은 진주에 있다. 후원회원은, 지금은 전국 방방곡곡 전 세계에 흩어져 있지만 그 시작은 진주사람들일 것이다. 창립기념 정기공연은, 지금은 산청마당극마을에서 하지만 대부분 진주에서 했다. 창원에서 한 적도 있다. ‘진주큰들풍물단’이 있다(창원큰들풍물단도 있다). 큰들 식구들이 먹고 자고 사는 곳은 산청마당극마을이고 활동무대는 온 나라이며 때로는 세계무대를 개척해 나가지만, 진주와 맺은 인연은 매우 소중한 것이리라.
우리들의 아지트, 진주큰들 놀이터 공간오늘
큰들은 진주시 이현동 이현웰가아파트 앞(진주시 진주대로 1317-3 (이현동 크린에이스세탁소 2층))에 ‘진주큰들 놀이터 공간오늘’을 만들어 2021년 3월 문을 열었다. 공간오늘이 무엇을 하는 곳인가 물으면 한마디로 대답하기 쉽지 않다. 놀이터라고 이름 붙인 게 이해된다. 삼삼오오 모여서 회의를 하거나 수다를 떨 수 있다. 술을 마시고 밥을 먹을 수 있다. 그림, 서예 같은 예술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다. 우리말이나 외국어를 가르치고 배울 수 있다. 그러니 놀이터라고 할 수밖에.
큰들은 공간오늘을 후원회원 전용공간이라고 소개한다. 주로 후원회원이 찾아와서 떠들고 논다. 술 마시고 논다. 후원회원 아닌 사람도 간다. 가 보면 서로서로 알 만한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논다. 그렇게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친구가 되고 큰들 후원회원이 된다.
국내외 맥주와 소주가 냉장고에 가득
공간오늘에는 술이 있다. 냉장고에는 후원회원의 눈길과 손길을 기다리는 술이 가득하다. 소주도 있고 맥주도 있다. 막걸리는 없다. 중요한 건 맥주다. 맥주는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카스, 테라, 한맥 따위도 있지만 이것 말고도 칭따오, 하이네켄, 산미구엘, 스텔라, 호가든, 필스너 우르겔, 파울라너, 사무엘 아담스, 이네딧 담, 버드와이저 같은 세계 맥주가 꽉꽉 쟁여져 있다. 냉장고 유리에는 이 맥주들의 값이 적혀 있다.
안주도 있다. 큰들은 안주를 황태채구이 하나만 제공한다. 물론 이에 따르는 양념도 준다. 눈치가 빠르면 고소하게 볶은 멸치를 얻어먹을 수도 있다. 이 안주 말고 다른 것을 먹고 싶으면 배달시켜 먹거나 집에서 갖고 오면 된다. 친절하고 꼼꼼한 큰들은 손님들이 주로 배달시켜 먹는 안줏거리를 정리해서 연락처를 적어 두었다. 치킨, 족발·보쌈, 회, 중국요리, 식사류, 떡볶이, 샐러드 등으로 분류하여 쉽게 시켜 먹을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었다. 미식가들의 추천도 받는단다.
안주는 갖고 오거나 배달시키거나
큰들은 매주 목, 금요일 공간오늘의 문을 연다.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영업을 한다. 그러자니 이틀 동안은 큰들 단원 한두 명이 와서 손님을 맞이한다. 여기서는 손님이 술과 술잔을 직접 챙겨야 하므로 주인장이 할 일은 별로 없는 듯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자주 가는 사람이라면 익숙하여 능숙하게 볼일을 보고 마실 일을 해결하겠지만 처음 가거나 띄엄띄엄 가는 사람은 헷갈려서 어리둥절할 수도 있다. 큰들 단원은 그런 분들을 위해 빈틈없이 신속하게 몸을 움직인다. 손님 나간 뒤 뒤처리도 해준다.
목, 금요일 예약하면 음악공연 관람 기회가
목, 금요일 공간오늘에 가서 한잔할 사람은 예약을 하면 좋다. 큰들은 목, 금요일에 손님이 예약을 한다면, 그 숫자와 관계없이 큰들 단원 가운데 노래를 잘하는 단원이 와서 몇 곡 불러준다고 한다. 그만큼 분위기가 좋아질 것은 불문가지이다. 예약을 하면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앉을 수도 있다. 마당극 배우가 분장을 하지 않고 직접 기타와 하모니카를 갖고 와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마당극 팬이 아니라도 굉장한 추억이 될 것이다. 다른 배우 한 명은 아코디언을 갖고 와서 흘러간 옛노래 두어 곡을 연주해 준다. 아코디언을 처음 보는 사람도 간혹 있는데, 문화적 충격은 더운 여름을 보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망콩과 번디’라는 전속 가수도 있는데, 설명은 생략한다. 연주가 마음에 들면 팁을 안겨줘도 된다. 팁은 다다익선이다.
목, 금요일은 공식적으로 문을 여는 날이다. 장사를 한다는 뜻이다. 그 외 월, 화, 수, 토, 일요일에는 큰들에 예약하면 공간을 빌릴 수 있다. 이 공간오늘은 큰들의 ‘사업’이므로 무료는 아니지만, 이만한 공간에서 어떤 모임이든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은 꽤 유용한 정보가 될 것 같다. 시끌벅적한 맛집과 달리 ‘우리끼리’ 소담스레 오순도순 조용조용 다양한 모임을 할 수 있다.
특별 회원에게는 특별한 혜택이
‘스스로’ 많은 걸 해야 하는 공간오늘 싱크대에는 접시, 수저, 가위 같은 주방도구가 깔끔하고 깨끗하게 정리돼 있다. 주문 배달하거나 갖고 온 음식이 그 무엇이라도 요리조리 해 먹을 수 있다. 그 대신 불을 피우는 건 안 된다. 버너나 가스가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단원에게 문의해야 한다.
큰들은 공간오늘의 특별 회원도 모집하고 있다. 20명을 모집하는데 아마 인원을 초과하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특별회원은 월 3만 원의 회비를 내야 한다. 혜택은 2가지다. 술을 무엇을 얼마나 많이 마시든 30% 깎아준다. 알아주는 주당이라면 술값 아낄 수 있다. 또 있다. 원래 여기에는 ‘외부 주류 반입 금지’인데, 특별회원은 집에 있는 귀한 술(담금주나 양주 따위)을 갖고 와서 마셔도 된다. 특별회비 3만 원을 내고 본전을 찾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것으로 쓸데없이 고민할 필요는 절대 없다. 그저 큰들을 후원한다고 여기면 그만이다.
박춘우 감독의 수채화 감상은 최고의 화제
공간오늘은 놀이터이다. 놀이터에 문화와 예술이 없을 수 없다. 큰들의 무대미술감독 박춘우 화백의 수채화 그림 2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능소화, 자작나무, 코스모스, 구절초 같은 꽃 그림을 실컷 볼 수 있다. 그림에 문외한인 사람도 감상하는 데는 문제가 전혀 없다. 그림을 감상하노라면 문득 한 점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돼 있다. 멋진 그림 한 점 사서 집 거실에 걸어놓고 싶은 사람을 위해, 큰들은 친절하고 다정하게도 그림 밑에 가격을 붙여 놓았다. 사실 이런 그림을 사본 적이 없는 사람은 값을 물어봐야 할지, 물어본 뒤 깎아달라고 해도 되는지, 물어본다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물어봤다가 생각보다 비싸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잘 모를 것이다. 그런 분들을 위해 미리 값을 붙여 놓으니 참 좋다. 그림 제목도 적어 놓았다. 그림이 팔려나가면 다른 그림을 갖다 걸어 놓는다. 그러니까 그림을 사든 안 사든 공간오늘에는 20여 점의 그림이 늘 걸려 있고, 그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박춘우 화백의 그림에 대해서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우며 포근하고 넉넉하며 부드럽고 상쾌하다. 한번 매료되면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빈틈없고 깔끔한 큰들의 손님맞이에 감탄
큰들의 공간오늘에 가면 많은 게 있다. 벗들이 있고 음악이 있고 술이 있고 안주가 있다. 그림이 있다. 그러니 당연히 웃음이 있지. 그 순간에도 인터넷에 접속해야 할 이들을 위한 와이파이도 있다. 한두 시간 앉아서 맥주 마시며 수다 떨고 나면 온갖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 이야기하다가 고개를 돌려보면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이 눈을 맞춘다. 운 좋으면 목, 금요일 저녁에는 큰들 단원의 기타 반주 노래와 아코디언 연주도 감상할 수 있다.
테이블은 10개 남짓 있다. 보조 의자도 몇 개 있다. 그러니까 40명에서, 조금 비좁게 앉으면 5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다. 혼자 가면 큰들 단원이 일보는 주방쪽에 걸터앉아 한잔할 수 있다. 다정한 연인이나 부부 2명이 앉을 자리는 창 쪽에 있다. 여섯 명 정도 앉을 테이블은 방에 있다. 아, 맞어, 이런 일에 민감한 분도 있겠는데, 화장실은 남녀 각각 나뉘어 있다.
나는 공간오늘에 여러 번 갔다. 그림 보러 갔다. 술 마시러 갔다. 수요일 저녁 시간을 빌려서 20명 남짓 참여하는 모임도 해 봤다. 가족도 데려가고 친구도 데려가고 아내의 친구들과도 놀아봤다. 안주를 배달시켜 먹기도 하고 집에서 이런저런 주전부리를 갖고 가서 먹기도 했다. 큰들에서 판매하는 황태채구이도 먹어봤고 볶은 멸치도 먹어봤다. 운이 좋아서 남들이 먹어보지 못한 안주도 시식해 본 행운아다. 큰들 배우가 불러주는 노래도 여러 차례 들었다. 똑같은 노래를 여러 번 들어도 번번이 대만족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누구와 언제 가도 만족도가 아주 높다.
기쁘고 즐거운 일 가득한 공간오늘
이 공간오늘에서 많은 분과 인연을 맺었다. 이름만 알던 분을 만나 명함을 주고받았다. 한번 뵐 날이 있을까 하던 분도 만났다. 처음 만난 뒤 우연찮게 자주 만나게 되는 분도 있다. 희한한 일이라고 여긴다. 큰들 단원들과 더 친해졌다.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진주큰들 놀이터 공간오늘에 가면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일이 자꾸만 생겨난다. 이런 기쁨과 즐거움과 행복은 나눌수록 좋겠다. 자꾸 사람들을 데려가고 싶은 까닭이다.
더 자세히 알고 싶거나 예약을 하실 분은 공간오늘을 담당하는 김영난 단원에게 연락하면 된다(010-9985-0803).
2022. 7. 15.(금)
ㅇㅇ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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