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산청마당극마을로~!
주말이면 어디로 갈까 궁리한다. 무엇을 할까 고민한다. 누구랑 무얼 할지 생각한다. 덧없이 뜻 없이 보내는 주말도 있겠지만, 무엇인가 추억거리를 만들고 싶을 때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어린 아이와 가도 좋고 연세 많은 부모님과 가도 좋을 곳, 친구들과 가도 좋고 연인과 함께해도 좋을 그 무엇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산청마당극마을이 있다. 큰들문화예술센터가 2019년 10월 마련한(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준비한) 마당극마을이다. 산청읍에서 10분쯤 떨어져 있고 진주시 이현동에서는 국도로 천천히 가면 30분 걸린다. 마을에는 마당극 공연을 세상에서 가장 잘하는 극단 큰들을 보유한 큰들문화예술센터 단원 45명이 산다. 그들의 집은 30채이다.
큰들은 이곳에 둥지를 튼 다음 산청 동의보감촌, 하동 최참판댁을 비롯하여 전국 각지로 공연을 하러 다닌다. 한 해 평균 100회 공연한다. 그 공연 수익과 풍물 강습 등으로 많은 큰들 가족이 먹고 산다. 2000명 가까운 후원회원이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진주, 완사 등지에 사무실과 공연장을 두고 있던 큰들이 산청마당극마을로 집단 이주하여 정착한 것은 대단한 실험이고 도전이다. (세계적인 일이라고 하고 싶은데, 세세하게 확인할 수 없어 ‘세계적인 대사건’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들이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풍물’과 ‘마당극’을 날마다 신명나게 하며 살고 싶다는 지극히 소박하고 당연한 소망을 이루기 위한 큰 진전이었지만 사실, 결코 쉽잖은 도전이었다.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
큰들 관계자는 마당극마을에서 주말 상설공연을 하는 날을 기다린다고 말한 적 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는 대부분 술에 취한 상태여서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이 될지 막연했다. 막연한 것은 또 있다. 주말 상설공연을 하기에는 마당극마을에 갖춰야 할 시설이 아직은 많기 때문이다. 설계는 해 놓았지만 150명이 들어갈 실내공연장과 의상실, 연습실 등은 아직 착공도 못하고 있다.
주말마다 마당극 보러 다니는 게 거의 유일한 취미인 나는 산청마당극마을에서 주말마다 마당극을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다. 점심 먹다가 문득 생각나서 차 몰고 가면 공연을 볼 수 있는 곳, 먼데서 가까운 데서 손님이 찾아와도 부담 없이 모시고 갈 수 있는 곳, 그런 곳에 가서 멋진 마당극 한 편을 보고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간 김에 막걸리라도 한잔 하고, 그냥 거기서 눌러앉아 하룻밤 새고 온다면 참말로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큰들은 그런 큰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주말N 산청마당극마을’이라고 이름 붙인 재미있는 장난 같은 잔치가 그것이다. 5월 14일 토요일부터 11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7시 30분까지 마당극마을에서 마당극 공연, 예술·놀이·먹거리 체험, 민박 등으로 재미있게 놀 수 있다.(원래 토, 일요일 하던 행사를 5월 마지막 토요일부터 일요일엔 하지 않기로 함)
5월 14일 그 첫날에 마당극마을을 다녀왔다. 진주시 이현동 집에서 오후 2시에 출발했다. 진주~산청 국도를 천천히 달려도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빨간 장미가 길을 안내했다. 이팝나무는 이제 지고 있다. 고속도로 건너편 지리산은 푸르게 푸르게 흐르고, 그 사이 경호강은 파랗게 파랗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바람이 제법 불었고 하늘에는 구름이 옅게 퍼졌다. 그런 날이다.
원래 주말N 산청마당극마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전 예약을 하는 게 좋다. 주말N 산청마당극마을 이용권을 예약하려면 다음 사이트로 가면 된다(https://forms.gle/bHhqeJGpWY6gSyFX9) 들어가면 예약하는 사람 이름, 연락처, 인원(대인/소인), 방문 날짜, 요금 등이 안내되어 있다. 요금이라고? 보통 큰들 마당극 공연은 무료이다. 따라서 이런 주말 프로그램에 돈이 든다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생각을 달리 해야 한다. 주말엔 산청마당극마을은, 우리 것, 마당극, 풍물, 자연, 문화와 예술, 사색, 산책, 힐링 따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새롭고 다양한 놀이마당이지만, 무료는 아니다. 이 일은 큰들문화예술센터의 재정사업이기도 하다. 사업이라고 하는 게 좀 어색하다.
요금은 대인과 소인으로 구분한다. 사전 예약하면 10% 깎아준다. 되도록 예약을 하는 게 좋다. 큰들 후원회원이 사전예약을 하면 20%를 깎아 준다. 큰들은 후원회원에게는 다양한 혜택을 언제나 안겨준다. 민박을 할 경우 5000원을 더 깎아준다. 대충 퉁 쳐서 어른이 가면 2만 5000~3만 원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면 큰들은 알아서 계산해서 깎아준다. 대인은 20살 이상이고 소인은 19살 미만이다.
마당극마을에 도착하니 단원 서넛이 주차장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 나는 예약은 하지 않았지만 후원회원이라서 할인 혜택을 받았다. 바람과 햇살을 받으며 환하게 웃는 큰들 단원들을 보니 반갑고 고맙기 그지없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낸 이의 뿌듯함도 보이고, 그런 것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긍정적 에너지도 보인다.
결제를 하면 작은 봉투를 준다. 봉투 안에는 큰들마당극마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폐를 준다. 1냥짜리가 있고 5냥짜리가 있다. 합하여 15냥을 준다. 마당극 관람권도 들었다. 내가 낸 돈을 마을 이용권으로 교환해 준다고 보면 된다. 주말에 마당극마을에 가면 일반 사회에서 쓰는 화폐는 사용할 수 없다. 입구에서 교환해주는 마당극마을 화폐를 사용해야 한다. 이런 건 우리끼리만 통하는 암호 같아서 재미있다. 마을 화폐가 떨어지면 다시 교환하면 된다.
마당극마을은 참 많이 변했다. 2019년 10월 개소식을 한 이후 여러 번 간 곳인데, 갈 때마다 다르게 보인다. 이날은 주말엔 산청마당극마을을 준비하느라 더 달라 보인다. 공연장 주변에 천막을 쳐 놓고 그 아래엔 평상을 배치했다. 평상은 한눈에 새것임을 알아본다. 거기서 파전, 도토리묵, 두부김치 안주 삼아 막걸리 한잔하기에 딱이다. 막걸리, 소주, 맥주는 4냥이다. 파전, 도토리묵 같은 안주는 10냥이다. 음료수, 생수는 1냥이다.
평소 식당으로 사용하는 공간은 카페다. 큰들은 주차장 뒤 공터를 공식 카페로 만들기 위해 준비를 마쳤다. 올해 10월경 문을 열 예정이란다. 그때까지는 단원 식당 겸 연습장을 카페로 이용한다. 아메리카노 찬 것은 4냥이고 따뜻한 것은 3냥이다.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했다. 아이스크림은 3냥, 산양삼주스는 10냥이다. 이런 식으로 주문하고 팔고 산다. 카페 창가에 앉으면 멀리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데 가까이에서는, 나는 이름을 잘 모르는 새가 노래하고, 그 옆에는 칼 대신 꽃을 든 건담이 빙그레 웃는다. 카페에는 무대감독 박춘우 화백의 수채화가 여럿 걸려 있다. 그의 그림을 처음 보는 이는 당연하거니와 여러 번 보아온 사람도 발길을 한참 동안 멈추게 될 것이다.
카페 바깥에서는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체험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하나는 화덕피자 만들기 체험이다. 15냥이 필요하다. 미리 마련해 둔 반죽을 넓게 편 뒤 그 위에 피자소스를 올리고 토마토, 야채, 치즈 등을 올린다. 그걸 큰들 단원에게 주면 장작 숯불로 구워 준다. 커다란 가마솥 아궁이가 둘 있는데 거기에는 이미 장작이 활활 타고 있다. 피자 맛은 직접 먹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정말 군침이 돌게 하는 모양과 빛깔이다. 부모와 아이들이 둘러앉아서 흥미진진하게 피자를 만드는 장면은, 주말 마당극마을의 상징이 될지도 모르겠다.
다른 하나는 돌그림 그리기 체험 공간이다. 강변이나 바닷가에서 흔히 볼 만한 돌에다가 물감을 바르고 예쁘게 그림을 그려 나가면 된다. 상상 속 그림이든 주변 풍경이든 내 솜씨를 마음껏 뽐내는 데 드는 비용은 10냥이다. 예술적 끼가 많은 청춘들이 둘러앉아 깔깔거리며 그림을 그린다. 다 그린 그림은 코팅하여 맞춤한 나무판자에 붙여 준다. 작은 돌 그림 액자가 되는 셈이다. 이렇게 곳곳에 즐기고 체험할 것들이 마련돼 있다.
그 위쪽 정자는 ‘동락정’인데, 거기 앉아 둘러보는 마당극마을 풍경은 수채화 같고 지리산 쪽 원경은 한 폭의 수묵화 같다. 어쩌다 해질녘 거기 앉아 막걸리를 한잔 하게 되면 별유천지비인간이라고 스스로 읊조리게 될 것이다.
마당극마을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은 무료다. 사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마당극마을 곳곳에는 아기자기 재미있는 소품이 너무나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아름다운 꽃이 예쁘게 피어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 놓인 돌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다. 또한 꽃 사이에, 나무 사이에, 돌 사이에 여러 동물들 모양의 조형물도 서 있다. 얼마나 재미있고 앙증맞게 만들었는지 이 친구들을 보는 것만 해도 마당극마을 이용료가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간 부모라면 흡족한 웃음이 저절로 나올 것이다.
또 있다. 마당극마을에서 저 멀리 천왕봉을 바라보는 풍경은 1등이다. 마을 오른쪽 가까운 소나무 산을 보는 것은 2등이다. 마을 어귀 오동나무 꽃을 보는 것은 3등이다. 마을을 돌아 올라가 뒷산을 산책하며 느끼는 풀냄새와 꽃냄새와 새소리와 바람소리는 4등이다. 아니다. 등수를 매길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는 본인 스스로가 1등이다. 누구로부터도 간섭받지 않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면 선경이 따로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오늘뿐만 아니라 나는 이 마을에 갈 때마다 그렇게 느낀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작전을 잘 짠다면 민박을 하루 정도 하면서 이 모든 것을 더 열심히 신나게 즐길 수 있다. 민박 프로그램은 다음 사이트로 가면 알 수 있다.
(산청마당극마을 민박, 프로그램 소개 ☞ https://blog.naver.com/small_field,
민박 예약 ☞ https://forms.gle/YuXRz82uK9BJzQEeA)
숙소는 10평, 15평, 20평형으로 나뉘는데 10평형은 최대 3명, 15평은 5명, 20평형은 7명까지 들어갈 수 있다.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규정인원 이외 인원이 늘어나면 조금 더 내야 한다. 이 또한 후원회원은 할인해 준다. 10평형은 6개이고 15평과 20평은 각각 하나씩이다. 자세한 것은 아래 표를 보면 되겠다.
A-1~3(10평) 단층형 | 2인 기준(최대 3인) | 100,000원 |
B-1~3(10평) 복층형 | 2인 기준(최대 3인) | 100,000원 |
C- 1(15평) | 2인 기준(최대 5인) | 150,000원 |
C-2(20평) | 4인 기준(최대 7인) | 250,000원 |
* 1인 추가 시 15,000원
개구리 소리, 풀벌레 소리, 새 소리를 배경삼아 밤하늘 별들과 함께하는 산청마당극마을에서 하룻밤을 즐긴다면 다시없을 멋진 추억이 될 것이다. 안내 사이트로 들어가면 월별, 날짜별로 예약 현황을 알 수 있다. 어떤 주에는 단체 손님이 오기로 돼 있어 예약을 할 수 없기도 하단다. 벌써 이렇게 소문이 났다는 말이다.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즈음 마당극마을의 밤에는 개구리 소리가 가득할 것이다. 좀더 따뜻한 여름이 되면 매미를 비롯한 풀벌레들이 합창을 할 것이다. 반딧불이들의 운동회를 구경할 기회도 있겠지. ‘할딱벗고새’도 어김없이 우리를 반길 것이다.
자, 그러면 마당극마을에서 열리는 마당극은 어떤 것이 있을까. 5월 14일과 15일에는 <영웅의 부활 정기룡>을 공연한다. <정기룡>은 2020년 처음 제작하여 대단한 관심을 끈 훌륭한 작품이다. 당시에는 여러 여건상 40분짜리로 만들었는데 이번에 50분짜리 작품으로 확대했다고 한다. 5월 24일 오전 정기룡 장군 유허지 경충사에서 마당극 <정기룡>을 공연할 예정인데, 5월 14일과 15일 마당극마을에서 열린 공연은 ‘미리보기(프리뷰)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2020년에 본 <정기룡>에 견주면 내용이 훨씬 풍성해졌다. 배우들의 역동적인 전쟁 장면이 많이 가미되었고 원래 없던 장면이 많아졌다. 이야기 전개가 더 단단해졌고 배우들의 연기는 훨씬 물이 올랐다. 물론, 2020년 공연을 열심히 본 사람은 이런 비교가 재미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냥 이날 공연하는 것을 충분히 즐기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이었다.
마당극 공연 중간 중간 터져나오는 웃음과 손뼉, 환호성, 그리고 마당극이 끝난 뒤 들려오는 손뼉과 환호성을 보면 안다. 얼마나 재미있게 몰입을 했는지 알게 된다. 5월 14일 오늘은 대성공이었고 내일도 당연히 잘할 것이다. 관객은 재미와 흥미와 몰입과 집중, 그리고 감동으로 마무리하지만 큰들은 관객의 반응을 점검하면서 더 세련되고 더 완벽한 작품으로 다듬어 갈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 공연은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면서 동시에 더 나은 작품을 향하여 달려가는 중간 단계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렇든 간에 큰들이 가진 갖가지 재능, 특히 임진왜란 당시의 전쟁 장면을 실감나게 표현하면서도 마당극이라는 연희 양식에 맞게 잘 연출한 장면을 만끽하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땀 흘리며 열연한 배우들에게 진정으로 큰 손뼉 쳐 드린다. 작가와 연출과 배우들의 호흡이 돋보인 짧은 시간이었다.
큰들은 5월 21일과 22일 4시 30분에는 <오작교 아리랑>을 공연한다. 극단 2팀이 공연할 것이다. 이날은 극단 1팀이 산청 동의보감촌에서 <효자전>을 공연하는 날이다. 오후 2시에 동의보감촌에 가서 <효자전>을 관람한 뒤 쉬엄쉬엄 마당극마을로 가면 <오작교 아리랑>을 볼 수 있다. 하루에 두 편을 볼 수 있는 대단한 일이 벌어지려고 한다. 다시 그다음 주 5월 28일 오후 5시에는 <효자전>을 마당극마을에서 공연한다.
공연까지 보았으니 이제 돌아올 시간이다. 많은 사람은 미처 하지 못한 체험을 하느라 여기저기로 흩어져 논다. 오후 7시까지 놀 수 있다. 연을 날리기 위해 달려가는 사람, 딱지치기를 하는 어린 친구들, 손녀 앞에서 팽이를 멋들어지게 돌려 보이는 어르신, 피자와 돌 그림과 파전과 막걸리 곁으로 사람들은 흩어졌다. 나는 미련 가득한 표정으로 시동을 걸었다.
큰들의 실험은 참 대단하다. 그 언젠가 “주말마다 마당극마을에서 공연을 하겠다.”라고 말했을 때 ‘그때가 언제일까’ 궁금하면서도 ‘과연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큰들은 그것을 보기 좋게 해내고 있다. 아직 완성된 형태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큰들은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이 직면했을 때 그것을 극복할 방안을 내부에서 찾아내었다. 극단 2팀을 만든 게 그러하고, 진주 ‘공간 오늘’을 연 게 그러하고, 푸드 트럭 ‘청이네’를 운영하는 것도 그런 방안 중 하나이다. 자신들이 가진 굳은모(하드웨어)와 무른모(소프트웨어)를 최대한 활용하여 관객을 마을로 모이게 하는 실력을 보여주는 것도 큰들답다. 그런 과정에는 큰들 단원들의 지혜와 노력이 집결되어 있을 것이다. 다 알 수는 없다.
산청마당극마을은 하나의 터전이다. 그 안에 무엇을 담고 심고 그려서 채울 것인지는 오로지 큰들의 생각에 달렸다. 불어오는 바람이나 흘러가는 구름은 어쩔 수 없지만, 사슴을 세우고 전쟁 로봇 건담의 손에 꽃을 쥐어 주고 갖가지 동물 조형물을 만들어 예쁘게 배치하는 건 큰들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멀리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것은 그것 자체로 커다란 보물인데, 더 큰 보물은 그 풍경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 아닐까. 큰들은 그런 엄청나고 재미있는 일을 지금 스스로 즐겁게 하고 있다. 마당극마을에 만들어 놓은 온갖 가지 볼 거리, 즐길 거리, 놀 거리 들을 그야말로 제대로 갖고 놀 줄 아는 사람을 주말마다 불러 모으는 것, 그것이 지금 큰들이 하는 일이다.
주말엔 산청마당극마을 첫날을 즐겨 보았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건성으로 보지 않고 열심히 보았고, 좀더 정확하게 쓰기 위해 여러 장면을 사진으로 담았다.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열고 들여다보아야 그들의 열정이 보이는 법이다. 애정을 갖고 바라보면 그들의 진정성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나는 그들의 진정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가 보고 싶었다.
집에 돌아와 다시 생각해 보니, ‘참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날이 되었구나’ 싶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고 새로운 인연이 맺어진다. 이미 알던 인연은 더 단단해진다. 내가 아는 큰들 사람들이 무엇을 하나 하더라도 얼마나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지 오늘도 배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좋다. 큰들을 후원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까닭이다. 11월까지는 주말에 어디로 갈지, 누구랑 갈지,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어 더없이 고맙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큰들 만세다.
(큰들 서지은 국장님께 찍힘)
2022. 5. 14.(토)
이우기
'극단 큰들 마당극 보러 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찔레꽃 (0) | 2022.07.09 |
---|---|
주말엔산청마당극마을 (0) | 2022.06.13 |
마당극 끝나니 갈 데가 집밖에 없구나 (0) | 2022.05.07 |
외출 (0) | 2022.04.17 |
103돌 3·1절 기념 특별공연 (0) | 2022.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