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가을바람 비비고 붉은 노을 끓여 저녁 간단히 때운 뒤 슬리퍼 신고 뒷짐 지고 이름 고약한 뽕네프의 다리 건너 어슬렁어슬렁 밤마실 가기 딱 좋은 곳. 대가리 안 딴 멸치 몇 마리 꼬추장에 찍어 먹으며 이 맥주 저 맥주 한두 잔 하면서 걸상에 기대 앉아 음악 감상하기 좋은 곳. 눈길 멈추는 데 걸린 그림 감상하고 발길 가는 데 걸린 그림 감상하며 그렇게 서서히 조금씩 취해가도 좋은 곳. 그러다 아는 얼굴 들어오면 마주앉아 퐁퐁 맥주병 뚜껑 따면서 황태구이 먹태구이 주방에 시키고 닭튀김은 닭집에 시키고 전어회는 횟집에 시켜 본격적으로 세상 이야기 하기 딱 좋은 곳. 운 좋으면 프로인 듯 아마추어인 듯한 가수들이 와서 기타 튕기고 아코디언 연주하며 조금 옛날 노래 최근 노래 요즘 노래 몇 곡 들려주면 그에 맞춰 발가락 까딱까딱하고 고개 끄떡끄떡해도 좋은 곳. 취한 사람 먼저 일어나고 덜 취한 사람 조금 늦게 일어나고 아직 안 취한 사람 냉장고 안 맥주병 세든 말든 내버려두고 그렇게 이슬 내리는 밤이 깊어가도록 두어도 좋을 곳... 그런 놀이터 그대는 가졌는가?
2022. 9. 8.(목)
ㅇㅇ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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