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수술

by 이우기, yiwoogi 2021. 12. 27.

<수술>

 

동네 병원에 갔다. 코로나19 세 번째 예방주사를 맞기 위해서이다. 12월 23일부터 맞을 수 있었는데 여차저차하여 며칠 늦추었다. 예약한 시각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2분 정도 기다려 주사를 맞았다. 의사 선생님은 아주 천천히 주사액을 찔러 넣어 주었다. 아프지 않았다. ‘모더나’이다.

 

간 김에 왼쪽 발가락을 흉하게 한 무좀을 보였다. 이 병원이 무좀을 잘 치료한다고 소문이 났다. 피를 뽑았다. 나중에 알았는데, 피를 검사해서 간수치를 확인한 뒤 약을 먹을 것인지 못 먹을 것인지 판단한단다. 내일 오전에 전화해 준단다.

 

옆방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의사 선생님이 오신다. 비닐장갑을 끼고 펜치 같은 기구를 든다. “발톱을 뽑을 것이냐?” 물었더니 웃는다. 그 날카로운 도구로 무좀균이 묻어 있는 발톱을 잘라 낸다. 발톱 구석구석 지저분한 찌꺼기 같은 무좀균 덩어리를 발라낸다. 참을 수 있을 만큼 아프고 예상한 만큼 피가 난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라고 했지만 참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다행인 건, 무좀이 오른발에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4주 뒤에 오라고 한다.

 

약국에 갔다. 이 병원이 무좀 전문인지라 약국에도 맞춤한 약을 갖추고 있는 듯하다. 내일 병원에서 전화 오면 먹을 약, 이건 일주일에 한 번씩 먹는다. 요일을 정확하게 기억하란다. 발톱에 바르는 약은 이틀에 한 번씩 바른다. 사포로 발톱을 약간 갉아내라고 한다. 발 전체에 바르는 로션 같은 약은 날마다 발라야 한다. 이렇게 복잡한 치료를 스스로 할 정도로 내 정신은 멀쩡한가, 스스로 물었다. 글쎄다.

 

요즘 왼쪽 눈두덩이 가늘게 떨린다고 하니 약을 준다. 마그네슘이 모자라면 그렇단다. 까닭을 물으려다가 참았다. 보나마나 스트레스, 술, 담배, 과로 같은 말이 나올 것이다. 눈두덩이 가늘게 떨리니 불편한 게 몇 가지 있다. 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무슨 짓을 하다가 들킨 것 같아 움찔한다. 눈 앞에 무엇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 헛손짓을 자꾸 한다. 남들이 보면 바보라고 하겠지. 아침저녁 약 잘 챙겨 먹으면 나아지겠지.

 

그나저나 ‘모더나’ 맞자말자 집에 와서 ‘타이레놀’ 한 알 먹고, 저녁 먹고 다시 한 알 먹었는데, 내일 별일은 없겠지. 지난번과 같은 증상이 오면 그때는 할 수 없지. 2021년 연말은 고요히 조용히 묵묵히 담담히 지내는 수밖에. 저녁 먹고 난 뒤 휴대전화를 보니 질병관리청에서 3차 백신 맞은 것 확인했다고 문자가 와 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마음이 놓인다.

 

2021. 12. 27.(월)

시윤

 

'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19 피시알(PCR) 검사  (0) 2022.02.04
2021년 한 해 정리  (0) 2022.01.03
시험  (0) 2021.11.17
백신 접종 일기  (0) 2021.09.26
깻잎  (0) 2021.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