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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코로나19 피시알(PCR) 검사

by 이우기, yiwoogi 2022. 2. 4.

1월 30일 일요일 오후 4시께 진주시보건소에서 카카오톡으로 기별을 보내 왔다.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으니 빨리 가까운 선별진료소에 가서 검사 받으라고 했다. 낮술 먹고 낮잠 자다 날벼락 맞은 기분이었다.

 

보건소에서 시키는 대로 미리 문진표를 작성했다. 보내준 카카오톡 문자를 따라 클릭클릭만 하면 되었다. 질문, 답변은 간단했다. 그러고서 진주시보건소 선별진료소로 달려갔다.

 

동선이 겹친 상황은, 1월 24일 월요일 오후 4시 30분에서 5시 사이에 어느 병원에 다녀왔는데, 거기를 확진자가 다녀갔단다. 아뿔싸. 가장 안전하다고 믿은 병원에서라니. 월요일 다녀왔는데 일요일 기별이라니. 아무튼 그렇다.

 

선별진료소는 옛 진주의료원 자리를 차지한 진주시보건소 한 귀퉁이에 있다. 자동차를 몰고 들어갔다. 차가 줄을 지어 서 있다. 나는 그 차들을 비켜서 한바퀴 빙 돌았다. 돌아 나갈 즈음에 주차장이 있는데 차를 세우고 바로 검사를 받으면 되는 거였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앞차 뒤꽁무니에 붙어 차 안에서 한참 기다릴 것 같다. 

 

고불고불 뱀처럼 줄을 섰다. 대충 40명은 되어 보였다. 그리 많지 않았다. 공항에서 표를 받을 때 줄 서는 기분이었다. 20분쯤 기다린 듯했다. 그 사이 보건소 직원인지 아르바이트인지 알 수 없는 분이 나와서 어린이들의 이름을 미리 받아 적었다. 

 

내 차례가 되었다. 주민증을 보여주고 모퉁이를 한번 더 돌아 서 있다가 코를 디밀었다. 순식간이었다. 아프지도 않았고 기분 나쁘지도 않았으며 슬프지도 않았다. 첫 경험이었는데 너무 짧아 오히려 섭섭할 정도였다. 그러고 나니 집으로 바로 가란다. 내 앞에서 검사를 받은 뒤 울던 어린이는 왜 울었을까. 무서웠을까. 미처 무서워할 겨를도 없었는데 말이다.

 

끝이다. 이렇게 단순하고 간단한 것이었다니. 설 연휴 중간이라서 검사하는 분이 많지 않은 탓에 시간을 줄였다. 이전에 듣기로는 콧구멍을 후벼서 피가 나느니 기분이 나쁘다느니 하는 말을 들은 듯한데, 그런 건 기우였다. 집으로 돌아와 근신하면서 엎드려 있었다. 

 

다음날 오전 9시 10분께 진주시보건소에서 문자를 보내 왔다. 검사 받을 때 "양성이면 전화를 하고, 음성이면 문자를 보낸다"라고 했던 터라 마음이 놓였다. 백신을 3차까지 맞은 데다 병원 갈 때도 마스크를 잘 썼고 병원 다녀오자마자 손까지 깨끗이 씻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세상 일이란 알 수가 없는지라, 조마조마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설 명절을 거꾸로 쇨 뻔했다. 그러면서도 참 다행스럽고 고맙다 싶은 게 있다. 처음으로 피시알 검사라는 걸 해보았다. 경험이라고 치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선별진료소를 다녀가는지 알게 됐다. 추운 날씨에 바깥에서 시민들 발길을 안내하는 많은 분도 직접 보게 됐다. 확진자 동선을 추적하고 동선 겹치는 사람에게 연락하고 재빠르게 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알려주는, 이 나라가 참 잘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귀한 경험이다. 어쨌든 그렇다.

2022. 2. 2.(수)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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