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
"왜 울었어요?" 아내가 물었다. "아니, 무슨..." 말끌을 흐렸다. 영화 <모가디슈>가 끝난 뒤 밥 먹는 자리에서였다. 사실 나는 울었다. 울리는 영화가 아니었는데도.
내전이 한창인 소말리아. 남한 대사 부인이 젓가락으로 깻잎을 한 장 든다. 두 장이 따라 올라온다. 몇 번 젓가락이 곰지락거린다. 잘 안 된다. 북한 대사 부인이 젓가락으로 밑에 달라붙는 깻잎을 살짝 눌러준다. 두 장은 짜다. 그걸 아는 한민족이기 때문이다.
남한 대사관 직원이 어느 반찬에 젓가락을 갖다댄다. 동시에 북한 대사 직원도 젓가락이 닿는다. 양보한다. 다른 데로 젓가락이 간다. 거의 동시에 북한 대사 직원 젓가락도 그 접시에 놓인다. 장난이 아니다. 양보하려는 마음이 동시에 일어났고 다음 눈길을 준 반찬도 우연히 똑같았던 것이다. 밥상 위 반찬이 눈에 들어오는 순서도 거의 같다. 같은 겨레이니까.
아래 이야기가 먼저 나오고 위 이야기가 나온다. 두 대사관 직원의 젓가락으로 울컥했는데, 깻잎 장면이 나오자 나는 한숨과 함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다른 모든 장면보다 큰 울림을 준 명장면이다. 우리끼리만 알고 느낄 수 있는 그것.
2021. 7. 31.(토)
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