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11월 14일 일요일 오후 2시 산청군 금서면 특리 동의보감촌에서 극단 큰들이 마당극 <오작교 아리랑>을 공연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기온이 제법 포근했는데 구름이 햇살을 가릴 때는 뒷덜미가 서늘했다. 코로나19 때문에 80명만 객석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아서 볼 수 있었다. 미처 들어가지 못한 분들은 주위에 빙 둘러서서, 그러나 간격을 두고 서서 공연을 관람했다.
<오작교 아리랑>을 수없이 보아 왔는데, 오늘 공연은 유난히 재미있었다. 배우들이 집중력을 최고조로 발휘하면서 극과 물아일체를 이루는 듯했다. 관객들도 웃음과 손뼉으로 화답하였고 간혹 추임새를 넣는 관객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그런 반응을 느끼는 배우들은 더 신명나게 공연에 몰입하는 것 같았다.
2팀 공연은 1팀 공연과 또 다른 맛이 있다. 1팀이 공연하는 작품과 같은 듯 완전히 다른 느낌이 있다. 자주 보는 사람은 그것을 분명히 느낀다. 맨 처음 마당극을 보러 다닐 때 <오작교 아리랑>에서 꽃분이 부모로 호흡을 맞추던 오진우 씨와 최샛별 씨가 다시 2팀에서 환상의 호흡을 맞추고 있다. 보면 볼수록 찰진 연기라고 할 만하다.
원래 1시간 짜리 공연인데, 남돌이 가족과 꽃분이 가족이 버나 이어달리기 경기를 하는 대목을 빼고 55분 정도 공연했다. 아직은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기에 관객과 배우의 접촉, 관객끼리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한 때문이다. 그래도 남돌이로 선발된 관객 한 분의 연기는 폭소를 자아냈다. 그 곁에 앉아 있던, 부인으로 보이는 분의 행동도 눈에 띄었다.
예전처럼 공연 끝난 뒤 관객과 사진 찍는 재미도 없고 극 내용도 일부 조정하여 공연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야외에서 신명나게 떠들고 웃고 손뼉 치며 놀 수 있는 게 어디냐 싶다. 공연이 끝난 뒤 큰들 배우들이 공연을 초청해 준 산청군과 동의보감촌 관계자들에게 특별히 감사드린다는 말을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나도 그런 고마움을 느낀다.
<오작교 아리랑>은 맨 마지막 부분에 남돌이 부모와 꽃분이 부모가 함께 버나를 돌리는 장면이 가장 멋지다. 가장 감동적이다. 가장 아름답다. 오늘은 사진을 안 찍어야지 생각하다가도 이 장면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연속 촬영을 한다. 공연마다 같은 장면이지만 공연마다 다른 장면이다. 감동의 깊이는 깊어진다. 이 작품을 보고 또 보는 이유는 아주 많다.
이제 다음 주 11월 20일(토)과 21일(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남명> 공연 볼 일정이 남았다. 다음 주에도 공연을 보러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다음 주에는 옷을 제법 두껍게 입고 가야 할 것 같다. 다음 주 토요일엔 공연 보고 진주 돌아와서 어디 둘러앉아 막걸리라도 한잔 하고 싶어질 것 같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올해 마지막으로 마당극을 보는 주말이 될 것 같아서이다. 일요일 공연은 못 갈 것 같으니 더욱 그러하다.
2021. 11. 14.(일)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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