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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큰들 마당극 보러 가기

덕산

by 이우기, yiwoogi 2021. 11. 14.

<덕산>

 

 

산청군 시천면 덕산은 남명 조식 선생이 만년에 ‘산천재’를 지어 제자를 양성하던 동네다. 산천재는 그대로 있고 그 앞에 남명 선생이 심어 ‘남명매’라 불리는 매화나무가 있다. 남명 선생의 묘소도 이 동네 뒷산에 있다. 남명기념관 앞마당에는 선생의 동상이 있다. 남명 정신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을묘사직소(단성소) 글귀도 새겨져 있다. 남명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덕천서원’도 이 마을에 있다.

 

제45회 남명선비문화축제가 열렸다. 코로나 때문에 예년처럼 하지 못하고 각종 문화행사는 따로 했고 11월 13일 오후 축하공연만 모아서 통합공연을 펼쳤다. 덕산에는 햇살이 포근했다. 극단 큰들이 마당극 <남명>으로 멋지게 무대를 열었다. 1시간 작품을 45분 정도로 압축해서 보여주었다. 남명 선생의 삶과 사상과 기개를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언제나 큰들답다. 덕산고등학교 학생들이 의병장 깃발을 들고 출연했다. 남명 후예들이 남명 마을에서 <남명> 공연에 함께한 뜻깊은 장면이었다. 시민 배우도 여러 명 있었던 것 같다.

 

 

웬 젊은 가수 팬들이 많이 모였다. 펼침막 붙여 놓은 걸 보니 전남, 제주, 경상 등 곳곳에서 버스를 전세 내어 온 모양이다. 나는 처음 보는 가수였다. 그렇게 본다면 그들은 인해전술로 홍보를 제대로 한 셈이다. 저녁 늦은 시간에 유튜브에서 이날 공연을 띄엄띄엄 넘겨 보았다. 개그맨 상호 상민 공연이 좋았고 박애리와 팝핀 현준 공연은 더 좋았다. 그 젊은 트롯 가수는, 미안하지만 연습을 조금만 더 해서 오면 좋았겠다 싶었다. 이런 공연에서는 노래 실력만으로 청중을 사로잡을 수 없는 법이니까. 그래도 그 팬들이 파란 풍선을 흔들며 어둠 속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켜준 덕분에 모든 공연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여긴다. 자기가 응원하는 가수가 노래하지 않는 시간에도 자리를 지긋이 지키고 있는 게 문화시민의 기본이라는 것도 좀 알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한다.

 

마당극 한 편을 보러 갔지만, 지난해 11월 14일 공연을 보러 갔을 때처럼 덕천서원 앞 은행나무를 알현하는 것도 덕산을 찾아간 큰 이유이다. 잎은 많이 떨구었지만 황금보다 더 빛나는 은행알을 아직도 나무에 조랑조랑 매달고 있었다. 나이와 자태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많은 은행알 밑에 웬 아주머니들이 은행을 줍고 있었다. 담장 안에도 은행은 있었다. 이 나무는 숫놈인 것 같았다. 담장과 은행나무와 바닥에 떨어진 은행잎을 보면서, 가을이 깊어감을 느꼈다.

 

덕산은 참 좋은 동네라고 생각한다. 대원사, 내원사 갈 때 들른다. 중산리 갈 때도 지나간다. 경상국립대 농생대 부속학술림에 갈 때도 반드시 들른다. 곶감축제 때도 한두 번 가 본다. 남명선비문화축제 때에도, 비록 주목적은 마당극 관람이지만 몇 번 가 본다. 지리산 천왕봉이 보인다. 마을 앞에는 맑은 덕천강이 흐른다. 그리 큰 동네는 아니다. 조선 중기 세상을 크게 흔들고, 그 제자들이 임진란 때 의병이 되어 나라와 백성을 구하게 한, 남명 선생 같은 분을 품을 만한 동네라고 생각한다. 이제 내년을 기다려야 하나 보다.

 

 

2021. 11. 14.(일)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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