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랄까 고민이랄까 갈등이랄까, 아니 행복이랄까 자랑이랄까.
11월 13일(토) 오후 2시 산청 동의보감촌에서 극단 큰들이 마당극 <오작교 아리랑>을 공연한다. 극단2팀이 할 것으로 예상한다. 11월 13일(토) 오후 4시 산청 한국선비문화연구원에서 극단 큰들이 마당극 <남명>을 공연한다. 하루에 두 편을 공연한다. 1일 2공이다. 대단한 날이다. 두 편 다 보고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즐기고 싶다.
내가 알기로, 큰들이 1일 2공을 한 적이 몇 번 있다. 한 번은 저녁 7시에 동의보감촌에서, 한 번은 그로부터 한 시간 뒤 8시에 강원도 양구에서 각각 <오작교 아리랑>을 공연한 것이다. 1팀과 2팀이 모두 출동한 날이었다. 나는 동생 가족과 산청에 있었다. 여름이었다. 하동 최참판댁에서 오전 11시, 오후 2시 두 번 공연한 날도 있다. 나는 두 번 다 본 적 있다. 하나는 거리상 불가능한 그림이었고, 하나는 같은 작품이었다. 이번에는 거리도 한번 씨루어볼 만하고 작품도 다른 것이다. <남명>은 한국선비문화연구원에서 각 3곳에서 공연한 적 있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위치라고 한다. 그러니 마음이 하염없이 설레지 않을 수 있겠나.
문제는 동의보감촌에서 한국선비문화연구원까지 거리는 30.1km로 승용차로 부지런히 가도 52분쯤 걸린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1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그나마 밤머리재 터널이 개통된 덕분일 것이다. <오작교 아리랑> 끝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말 열심히 달리면 <남명>도 처음부터 볼 수 있을 것이다. 시도해 볼 만한 일정이다.
그러려면 가을 단풍객이 많이 줄어들어 길 위에 자동차가 많지 않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공연장 부근에 재빨리 주차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날 선비문화연구원에는 유명 가수들도 온다는데(상호.상민, 박애리&팝핀현준 등). 고민의 시작점이다. 무리할 것인가 미리 포기할 것인가.
<오작교 아리랑>은 11월 14일(일) 오후 2시에도 동의보감촌에서 공연할 것인데, 이번에는 <남명>에 몰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그러면 <남명>은 일찌감치 달려가서 가장 좋은 자리에서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겠지. 하지만 동의보감촌에서 “오늘은 칠월칠석~”이라는 노래가 자꾸만 들려올 것 같아 어찌 견딜지 그게 걱정이다.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까, 풀 수 없는 수수께끼라고 할까, 정답 없는 퀴즈라고 할까.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나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다. 최소한 10명은 넘을 것이다. 이토록 고급스러운 정보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100명은 넘겠지. 집단 지성의 힘이 필요한 시점이다. 축지법이 더 필요하다고 할까.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 데 있다. 토, 일요일을 통째 바쳐도 해내지 못할 거대한 일거리가 내 앞에 놓여 있다. 거대한 일거리는 각각 다른 여러 가지 일이 실꾸리처럼 얽힌 그 무엇이다. 난공불락이고 만수산 드렁칡이다. 사실은 늘 그렇다. 주말 오후 2시에 열리는 공연을 보기 위해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토, 일요일 아침 6시에 일하러 나가곤 했다. 어쨌든 오늘부터 금요일까지 온 정열과 열정을 다 바쳐 시간을 벌어보자. 이것만이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책이다.
2021. 11. 9.(화)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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