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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큰들 마당극 보러 가기

2021년 큰들 사람들

by 이우기, yiwoogi 2021. 12. 19.

<2021년 큰들 사람들>

 

 

12월 17일 금요일 오후 1시 극단 큰들은 진주 관봉초등학교에서 <효자전>을 공연했다. 올해 마지막 공연이다. 이 소식을 페이스북에서 보았다. 갑자기 머리가 멍했다. 11월 20일 산청 동의보감촌에서 <남명>을 본 뒤로도 여러 곳에서 공연했지만 갈 수는 없었다. ‘코로나가 심각해져서 마지막 공연을 알리지도 못하고 올해를 마감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공연 소식에서 배우들이 마당에서 힘차게 뛰어오르는 사진을 보았다. 도약이다.

 

겨울은 짧지만 기다림은 길다. 내년 3월 또는 4월 어느 날 어느 곳에서 마당극 공연을 다시 시작하려면 100일쯤은 기다려야 한다. 할 수 없지, 나만의 비장의 무기를 장착할 수밖에. 극단 큰들이 지난 1년 동안 페이스북에 올려둔 사진으로 나만의 사진첩을 만든다. 어디 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줄 것도 아니고 어디에 내놓을 것도 아니어서 내 마음대로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보물창고이다. 내 애장품이 될 것이다. 기분 참 좋다.

 

 

올해 큰들 사람들의 소식은 공연 연습하기, 마을 가꾸기, 공연하기, 식구들 기념일 챙기기, 부업하기, 재미있게 놀기, 다른 사람과 조심조심 교류하기 등으로 가득하다. 코로나 때문에 계획한 수많은 일을 미루거나 포기했다. 연기와 포기는 수입의 감소를 의미한다. 아마 큰들 창립 이후 가장 힘든 한 해가 아니었을까.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큰들 사람들은 모두 언제나 웃는다. 흰 이를 드러내고 눈가 주름 가득하도록 웃는다. 그들을 보면 나도 웃는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딱딱한 글 쓰다가 문득문득 큰들 페이스북을 들락거리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큰들 사람들이 살아온 2021년을 질 낮은 사진으로나마 한 곳에 모아두고 이따금 꺼내 넘겨보며 나도 웃을 것이다. 배우들의 일상생활을 잠시잠깐 엿보며 염화미소를 지을 것이다. 배우는 무대에 있을 때에 가장 빛난다는 것을 확인하며 그들을 응원해야지. 배우 아닌 단원들이 마을을 지키며 큰들을 꾸려 나가는 장면을 들여다보며 또 응원해야지. 모든 식구가 우르르 몰려나와 김장을 하고 나무를 심고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을 천천히 넘겨봐야지. 그러다 보면 엄동설한은 지나가고 북풍한설도 물러나고 꽃 피고 새 우는 새봄이 올 것이다. 그러면 나도 기지개를 켤 것이다. 그때그때 놓치지 않고 사진을 올려준 큰들과 아주 간단한 손가락 놀림만으로도 근사한 사진첩을 만들게 해준 어느 업체에 감사드린다.

 

2021. 12. 19.(일)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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