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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큰들 마당극 보러 가기

축제는 끝나도 마당극은 남았다

by 이우기, yiwoogi 2021. 10. 3.

축제는 끝나도 마당극은 남았다

 

 

산청이 주는 감동의 축제 ‘2021 산청한방약초축제’가 9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산청군 동의보감촌 일원에서 열렸다. 올해 축제는 코로나19의 상황에 따라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산청한방약초 온라인 과거시험, 도전! 허준 골든벨, 동의보감상 시상식, 해설가가 들려주는 약초 시 감상 등 수많은 행사가 온라인으로 열려 거리와 시간 제약 없이 전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추억을 선사했다.

 

그중 극단 큰들의 마당극도 큰 인기를 끌었다. 평소 마당극을 즐기는 애호가에서부터 처음 마당극을 접하는 분들까지 마당극을 즐길 수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극히 일부 관광객은 공연이 펼쳐지는 현장에서 마당극을 관람했고 그 외 관객들은 온라인으로 마당극을 관람했다. 현장에서 마당극을 즐기던 분들은 유튜브로 실시간 재생(스트리밍)되는 마당극을 보면서 새로운 즐길 거리를 찾았고, 시간과 거리의 제약 때문에 한 번도 마당극을 보지 못한 분들도 비록 유튜브이긴 했지만 마당극을 만날 기회를 얻었다.

 

산청한방약초축제 기간에 마당극은 9월 17일부터 22일까지 6일간 3작품을 각각 2회씩 공연하기로 돼 있었다. 나중에 일정이 추가되어 추석 연휴가 끝난 주말인 9월 25, 26일에도 이틀 더 공연이 이어졌다. 공연한 작품은 <효자전>, <오작교 아리랑>, <남명>이다.

 

<효자전>은 지리산 약초골 산청에서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두 아들의 지극정성 효도 이야기 속에서 산 좋고 물 맑은 약초골 산청에서 자생하는 약초의 우수성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오작교 아리랑>은 앙숙인 두 집안의 처녀 총각이 선비의 고장 산청에서 결혼을 계기로 그동안의 모든 갈등을 끝내고 마침내 소통하고 화해하는 내용이다. <남명>은 조선 중기 실천유학자 남명 조식 선생의 삶과 정신을 마당극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효자전>은 9월 17일 공연은 유튜브로 실시간 송출했고 18일 공연은 녹화, 편집하여 산청한방약초축제 누리집에 올렸다. <오작교 아리랑>은 9월 19일 공연은 유튜브로 실시간 송출했고, 20일 공연은 녹화, 편집하여 누리집에 올렸다. <남명>은 9월 21일 공연은 실시간 송출했고, 22일 공연은 녹화, 편집하여 누리집에 올렸다. 극단 큰들 단원들과 배우들은 추석 명절도 잊은 채 공연에 모든 걸 바쳤다. 이렇게 3작품의 공연 6회를 모두 축제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 축제는 끝나도 마당극은 남았다고 하는 이유이다. 산청한방약초축제위원회와 극단 큰들은 누리집에 올려놓은 마당극 작품을 30일간 게시한다고 했다. 축제 끝난 날로부터 30일이라고 본다면 10월 한 달 동안은 실컷 감상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고맙고 고마운 일 아닌가.

 

이번 공연은 온라인 산청한방약초축제 특별기획으로 공연한 것인 만큼, 마당극 시작할 때는 이 점을 강조하여 소개한다. 비대면 공연이어서 실제 공연 현장에는 마당극 공연을 위해 꼭 필요한 최소 인원인 20명 정도만 함께하게 되어 미안하다는 말도 한다. 어쩔 수 없이 관객이 20명 정도 있지만 무관중 비대면으로 상정하여 하는 공연인 만큼 관객과 함께하는 요소는 상당 부분 생략된다. 가령 <오작교 아리랑>에서는 관객과 함께하는 버나 이어달리기가 생략됐다. <오작교 아리랑>과 <남명>에서는 관객 한 명이 반드시 마당판으로 나와야 하는 상황(남돌이와 5분 사또)이 있는데, 이때는 어쩔 수 없이 관객 한 명을 불러들인다. 그마저도 없으면 공연이 성립되지 않는다.

 

이 마당극은 10월 3일 현재도 산청한방약초축제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 누리집으로 찾아가서 작품을 누르면 유튜브로 자동 연결된다. 각 작품의 첫 공연은 실시간 송출이고 두 번째 공연은 녹화, 편집본이다. 실시간 송출 공연은 카메라 1대가 고정적으로 마당판 전체를 비춰준다. 역동성은 조금 떨어진다. 대신 마당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배우들의 움직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녹화, 편집 공연은 카메라 2대를 이용하여 전체 화면을 중심으로 비춰주되 내용에 따라 중요한 장면을 확대하여 보여주기도 한다. 확대하여 보여줄 때는 배우들의 익살스런 표정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혼신의 연기를 하는 것 등을 볼 수 있다. 이는 실제 현장에서도 보기 힘든 장면들이다. 현장에서도 거리와 각도에 따라 안 보이는 장면이 있기 마련이니까.

 

각각 작품의 길이는 1시간이다. 추석 연휴 끝난 뒤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모자랐던 분들, 고향에 가지 못해 부모님 생각이 간절한 분들, 부모님이 연로하시거나 아프시거나 돌아가시거나 하여 마음 한 구석이 정말 허전한 분들은 <효자전>을 보기를 권한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고민하거나 남북통일에 관심이 있거나 남과 북에서 각각 미사일 쏘기 경쟁을 하는 데 눈귀가 솔깃한 분들이라면(좀 거창한가?) <오작교 아리랑>을 권한다. 역사에 관심이 있고 우리 겨레의 사상사, 인물사나 우리 지역의 위대한 역사적 인물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남명>을 보기를 권한다.

 

버스나 기차를 타고 3시간쯤 여행을 할 일이 있으면 각각의 작품을 이어서 보면 좋다. 3시간 금방 간다. 직접 운전하면서 보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3작품 중 마음을 끄는 한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실시간 송출한 것과 녹화, 편집한 것을 이어서 보면 더 좋다. 10월에 찾아온 3일간의 특별 연휴때 특별한 일도 없고 약속도 없고 시간이 하염없이 무료한 분들이라면 6회 공연을 쭉 이어서 본다면 이보다 더 좋은 연휴 선물은 없을 것이다.

 

마당극을 볼 때의 마음은 어때야 할까. 첫째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내가 극 속으로 온전히 빨려 들어가서 선한 역할의 주인공도 돼 보고 악한 역할의 주인공도 되어 보면 좋다. 둘째 비평, 비판의 마음을 거두어야 한다. 마당극은 역사와 사실과 전설이 마구 뒤섞인다. 옛날과 오늘날의 경계가 없다. 심지어 저승과 이승의 구분도 없다. 그런 걸 따질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셋째, 여러 작품에 등장하는 배우들을 좀더 꼼꼼히 봐준다면 더 좋다. <효자전>에 나오는 귀남이 <오작교 아리랑>에서는 무엇으로 나오는지, 또 <남명>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살피면서 감상하면 더 재미있다. 넷째, 마당극의 재미와 즐거움을 만끽했으니 이 극단을 후원하려는 마음까지 가져 주면 금상첨화이다. 코로나 시대, 공연을 예년처럼 못하게 되어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있는 극단을 응원하는 마음도 가져주면 마당극 관람자로서 가장 멋진 모습일 것이다.

 

◎ 2021 온라인 산청한방약초축제 누리집 가기: http://onlinescherb.or.kr/?page_id=564

 

◎ 유튜브로 바로 보러 가기(실시간 송출 작품은 3-4분 기다려야 함)

 

<효자전>

실시간 송출: https://www.youtube.com/watch?v=96ZbPcVwpYk

녹화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uy_gOq_w2w4

 

<오작교 아리랑>

실시간 송출: https://www.youtube.com/watch?v=0HUIH7X2gsw

녹화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dWzyNXG0-x0

 

<남명>

실시간 송출: https://www.youtube.com/watch?v=CzbcT8ztJ38

녹화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N26OVH_al4o

 

2021. 10. 3.(일)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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