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알부자집 달걀
진주시 지수면에 있는 ‘금포영농조합법인’을 다녀왔다. 이렇게 말하면 알아듣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알부자집’을 다녀왔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대번에 알아볼 것이다. 그만큼 유명한 달걀 전문 회사이다. 1992년에 처음 달걀 생산 사업을 시작하였고, 2011년에 금포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구체적으로 누가 대표인지 이사장인지 하는 것은 잘 모르겠다. 문영동, 문국동 형제가 운영한다고 보면 되겠다.
나는 문영동 사장님으로부터 아주 오래전부터 이 금포농장에서 생산하는 달걀을 얻어먹었다. 동네에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사먹은 적도 많다. 금포농장에서 생산하는 달걀의 상품이름은 ‘우리아리부자란’, ‘꽃미남’, ‘알부자집’ 등 여러 가지인데 요즘은 그냥 알부자집으로 더 잘 통한다. 달걀 이름에 ‘부자’라는 말이 유난히 많이 들어간 데는 까닭이 있다. 바로 이 동네가 우리나라 재벌 여럿을 배출한 진주시 지수면이기 때문이다. 부자 기운이 흐르는, 혹은 부자의 기운이 가득한 마을라는 것을 은연중 자랑한다. ‘겉보기보다는 실속이 있는 알짜 부자’를 ‘알부자’라고 하는데 이 달걀을 사 먹는 분들이 알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봐도 되겠다.
“고향에서 농장 운영하는 자부심과 책임감”
금포영농조합법인 농장은 마을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문영동 사장님 형제가 태어나 자란 고향 마을이라는데 예전의 번성했던 흔적은 많아 사라졌고 그저 여느 시골 마을 같이 보인다. 한적한 시골 마을처럼 보이는데도 그 옛날에는 초등학교(국민학교)를 오전반 오후반으로 2부제 수업을 했다 하니 마을의 크기와 인구를 좀 짐작하겠다. 그런 마을에 달걀농장이 있다. 문영동 사장님은 “10대조로부터 시작하여 아버지, 어머니를 거쳐 형제들이 살아온 마을에서 농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그만큼 자부심과 책임감이 크다.”라고 말한다.
알을 낳는 닭은 18만여 마리가 있다고 한다. 어마어마하다. 하루에 생산하는 달걀은 13만여 개다. 이 회사의 달걀이 유명한 것은 여러 가지 까닭이 있다. 어느 달걀 회사라고 그렇지 아니할까마는 알부자집은 집란에서부터 세척, 선별, 포장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첨단 자동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눈에 띄는 것은 세척과 선별이다. 세척을 하기 전에 눈썰미 좋은 직원이 문제가 있는 달걀을 골라낸다. 세척한 뒤에 한번 더 꼼꼼히 살핀다. 그런 뒤에 달걀판에 담을 때, 마지막 배달 상자에 포장할 때 한번 더 달걀을 검사한다. 하루 13만여 개의 달걀을 생산, 판매하지만 어떤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닭이 건강해야 달걀도 건강하다.”
첨단 장비는 달걀 내부까지 들여다본다. 사람의 가슴을 엑스레이로 찍어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이해한다. 자동으로 순식간에 지나가는 달걀들 가운데 내부에 빨간 핏줄 같은 게 보이는 ‘혈반란’이 있으면 자동으로 골라낸다. 사람의 눈으로는 아무리 봐도 모르고, 심지어 달걀을 깨어서 살펴봐도 잘 모르겠는데도 기계는 골라낸다. 그런 달걀은 ‘등외란’으로 분류하여 훨씬 싼값으로 판매한다. 영양으로도 맛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부자집은 소비자의 믿음을 저버릴 수 없다.
알부자집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증하는 무항생제 달걀을 생산한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하는 ‘안전관리인증(HACCP)’을 획득한 것은 물론이다. 사실 요즘 달걀 회사 운영하면서 이런 인증을 갖추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만하다. 항생제를 닭에게 먹였다가 들키면 그날로 영업 종료라고 하니 오죽하겠는가. 여기에다 알부자집은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지정하는 ‘깨끗한 축산농장 지정서’까지 사무실에 걸어두었다.
해마다 겨울철이 되면 조류독감 때문에 온 나라에 난리가 난다. 수만 마리가 함께 있는 농장에서 한 마리만 감염되더라도 모든 닭을 살처분해 버린다. 반경 십 리 안의 닭들도 죽여버릴 만큼 철두철미하다.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 때문에 양계농가는 큰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하지만 알부자집은 회사 설립 이후 현재까지 조류독감으로 피해를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만큼 농장 주변의 위생에서부터 농장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소독에 이르기까지, 하나에서 열까지 완벽하게 관리하는 덕분이다. 뿐만 아니라 2017년 발생한 살충제 달걀 파동에도 휩쓸리지 않고 이겨냈다.
“신선한 달걀을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택배다.”
달걀은 약하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속담은 무모한 도전을 이를 때 쓰는 말이다. 껍데기가 매우 얇고 부드러워 조금만 잘못 관리하면 쉽게 깨진다. 이런 달걀을 집에서 주문하여 택배로 받아먹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동네 가게에서 산 달걀도 애지중지 해서 갖고 온다. 장을 많이 본 날이라면 이것저것 차곡차곡 쌓은 뒤 맨 위에 달걀을 얹어 온다. 그런 게 달걀이다. 하지만 알부자집은 벌써 6년 전부터 택배로 전국에 달걀을 판매하고 있다.
알부자집 달걀을 택배로 받아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달걀 한 판 한 판 사이에 뽁뽁이를 끼워 넣었다. 세 판, 또는 네 판, 또는 다섯 판을 노끈으로 단단히 묶음 다음 전체를 독특한 완충재로 감쌌다. ‘에어캡’으로 불리는 이 빵빵한 물건 덕분에 일부러 발로 세게 짓밟거나 집어던지지 않으면 달걀이 깨질 일이 없다. 나는 수차례 이 달걀을 택배로 배달시켜 먹었는데 단 한번도, 단 하나도 깨진 적이 없었다. 완벽한 포장 기술과 배달로 ‘달걀 택배’ 시대를 누구보다 먼저 연 것이다. 그런데도, 어쩌다 달걀이 깨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만약 깨진 달걀을 받았다면 적절하게 100% 보상 조치를 해준다. 요즘도 한 달에 1만 상자 정도 택배로 부친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코로나19 역병이 창궐한 2020년에는 2019년에 견주어 2.5배 정도 택배 물량이 늘어났다. 알부자집의 택배 시스템을 확인한 대기업이나 물류 전문회사에서 계약을 요청하기도 했다.
택배보다 마트에서 사는 달걀이 더 신선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늘 오후 3시까지 인터넷으로 달걀을 주문하면 그날 생산한 달걀을 포장하여 내일 오전 또는 오후에 집에까지 보내준다. 마트에서 파는 달걀은, 운 좋으면 그날 또는 그 앞날 생산한 달걀을 사먹을 수 있지만 대부분 2-3일은 지난 달걀이다. 심지어 일주일 지난 달걀을 사먹게 될 수도 있다. 요즘은 달걀의 집란 과정에서 난각(달걀의 뾰족한 윗부분)에 생산한 날짜와 회사 이름(보통 기호로 표시)을 레이저로 자동으로 새기기 때문에 소비자를 속일 수가 없다. 속이려고 마음먹는 회사도 이젠 없다.
“하루 두 번 수거하는 것도 신선도 유지 비결”
달걀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비결은 또 있다. 매일 오전 11시 30분 이전에 달걀을 수거한다. 이 달걀은 그날 오후까지 발송한다. 보통은 11시 30분 이후에 낳는 달걀은 그다음 날 수거한다. 하지만 알부자집은 오후 2시경에 한번 더 달걀을 수거한다. 그날 생산한 달걀은 그날 포장, 배송한다는 원칙을 어긴 적이 거의 없다. 이런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켜 나가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알려져 나가는 것 같다. 달걀 택배를 위해 새로운 인력 6-7명을 고용하고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상자를 접고, 달걀을 넣고, 포장하고, 노끈으로 묶기 위해 몸을 많이 움직이던 시대는 지났다. 직원들이 시원한 공장에서 웃으며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예사롭다.
달걀은 여러모로 봐도 안전하고 맛있고 영양가 높은 식품이다. 개인적으로, 냉장고에 달걀이 떨어지면 괜스레 불안해진다. 달걀은 구이(프라이) 또는 달걀말이를 해 먹는다. 실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오무라이스 같은 것도 해 먹을 것이다. 라면에 달걀이 없으면 섭섭하고 볶음밥에도 필수다. 삶은 달걀은 아련한 초등학교 시절 소풍 가던 추억을 불러준다. 달걀 하나에 사이다 한 모금이면 모든 게 그만이던 시절이다. 요즘은 구운 달걀도 인기가 높다(알부자집에서는 ‘꾼계란’도 판매하고 있다). 건강식품으로 높은 대접을 받는 모양이다. 달걀 값이 제법 많이 오른 요즘이지만, ‘가성비’로 따지면 이만한 먹거리가 없다.
알부자집 달걀은 크기에 따라 소란, 중란, 대란, 특란, 왕란으로 분류한다. 소란이 43.9g 이하인 반면 왕란은 80g 가까이 된다. 왕란은 보통 30개 들이 달걀판에 띄엄띄엄 놓아 15개만 앉힌다.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것은 물론이다. 주문은 네이버로 가서 ‘알부자집’을 검색하면 쉽게 할 수 있다. 나는 네이버에서 진주로컬푸드 사이트를 통해 주문한다. 주문하는 사람, 상품 받을 사람, 은행 계좌번호 등을 한번만 입력해 놓으면 다음부터는 손가락만 까딱까딱 하면 쉽게 주문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깎아주는 데다 점수가 쌓이면 이중으로 싸게 살 수도 있다.
(달걀 주문하러 진주로컬푸드 가기; https://smartstore.naver.com)
“알부자집 달걀을 여기저기 선물하는 까닭”
이 달걀을 한 번씩 경기도 안산 처가에 보낸다. 한 번 보낼 때 ‘대란’ 또는 ‘특란’ 다섯 판(150알) 한 상자를 보낸다. 장인, 장모님을 비롯해 처가 형제들이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작은처남의 외동딸 미야는 ‘진주달걀’만 먹는다고 한다. 프랑스 사람인 처남댁은 ‘메르시 보꾸’라고 문자를 보내온다. 거의 일년 넘게 극단 큰들에 대란 한 상자씩 보냈다. 품질과 맛에서 만점을 받았다. 지금은 인심 좋은 알부자집 문영동 사장님이 직접 한 달에 한 상자씩 보내드리고 있다. 가끔 사무실로 택배를 시켜서 직원들과 한 판씩 나눠 갖고 간다. 고맙다는 인사는 그다음 날 받는다. “정말 좋은 달걀을 맛있게 잘 먹고 있다.”라고.
총알배송을 하는 어느 물류전문회사의 누리집 댓글을 보면, 칭찬이 아주 많다. 알부자집 달걀을 사 먹게 된 이유에서부터 조리법까지 다양한 글이 줄을 잇는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스스로 찾아와서 스스로 사 먹고 스스로 댓글을 올리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어떤 게 들어 있을까. 믿은 만큼 돌아오는, 당연한 이치에 대한 한단계 상승한 믿음이라고나 할까.
2019년 11월 창원에서 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주최로 ‘제10회 국가인증농식품 명품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 진주시 지수면 금포영농조합법인의 ‘알부자집 달걀’이 ‘최우수 명품’에 선정돼 경상남도지사상을 수상했다. 이 대회에서는 친환경인증품은 물론 GAP, 전통식품, 유기가공품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국가인증을 받은 우수농축특산물 202점이 출품돼 전문가 등의 엄격한 심사를 받았는데 거기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다. 달걀을 사 먹어 본 사람은 “상이 제대로 주인을 찾아갔다.”라고 말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마트에 장 보러 가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시대다. 온갖 가지 물가가 다 오르는 세상이다. 적은 돈으로 편하고 안전하게 먹거리를 사 먹고 싶은 게 당연하다. 달걀은 그 가운데 가장 맞춤한 식재료이다. 건강한 닭이 깨끗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오늘 낳은 달걀을 내일 받아 먹을 수 있는 좋은 세상이다. 참 좋은 세상이다.
문영동 사장님은 달걀 포장 상자에 “경승사(敬勝邪), 즉 경건함이 사악함을 이긴다.”라는 <서경>(단서(丹書))에 나오는 글귀를 인쇄했다. 글씨는 경상국립대학교 허권수 명예교수께서 쓰신 것이다. 문영동 사장님이 어떤 마음자세로 사업에 임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나는 이런 정신이 달걀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있다고 믿는다.
2021. 7. 18.(일)
이우기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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