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마법은 마법사가 부리는 도술이다. 도술은 도술사가 부리는 신기이다. 신기는 신비로운 기술이다. 이런 걸 보기는 힘들다. 불가사의는 만나기 쉬운 게 아니다. 하지만 느낄 수는 있다. 가끔 뜻하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만날 수도 있다. 그때, 아! 하는 탄성을 지를 때도 있다.
진주세무서 옆, 그러니까 진주남중 뒤에 <이정식당>이 있다. 삼겹살도 맛있고, 버섯전골도 맛있다. 물론 돼지두루치기도 아주 괜찮다. 사람에 따라 반찬과 안주를 겸하게 된다. 가성비도 좋다. 주인의 웃음은 덤으로 칠까.
고추된장이 있다. 고추가 들어갔으니 아주 약간 맵싸하다. 된장은 구수하겠지. 거기에 화룡점정이 있으니 그것은 잔멸치이다. 대가리와 똥을 따지 않은 멸치가 들었다. 매움과 고소함을 적절히 비벼준다. 비벼준다고? 섞어준다. 섞어준다고? 조화롭게 해준다.
반찬은 아홉 가지가 나온다. 모든 반찬에 골고루 들어가 있는 게 하나 있다. 참기름일까, 아니다. 간장일까, 아니다. 아하, 매실진액이로구나, 아닐걸. 거기에는 쥔양반의 손맛이 들었다. 손의 맛이 아니다. 그냥 손맛이다.
장마가 길다. 햇볕이 그립다. 그러면 고추된장을 만날 일이다. 장마 끝나면 햇살이 따갑겠지. 버섯전골을 시키면 되지. 습도가 높으면 짜증부터 난다. 이런 날에는 친구를 불러야 한다. 삼겹살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아, 저녁이라야겠구나.
시골에서 살 때 무쇠밥솥에 쌀을 안치고, 어머니는 자그마한 뚝배기에 된장을 대충 풀어 쌀위에 얹었다. 쌀뜨물이 넘쳐들어가 구수한 된장찌개가 만들어졌다. 그 맛을 뇌는 기억하고 있다. 혀도 기억하고 있다. 그 멸치 똥의 아련함이 남아있다. <이정식당>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손맛을 잠시 느꼈다. 마법에 걸렸다고 해야겠지.
2021. 7. 7.(수)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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