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만 해도 거의 매일 제법 긴 글을 썼다. 어떤 날은 저녁 시간에만 A4 대여섯 장을 썼다. 괴발개발이었어도 재미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그냥 생각나는 것 들을 개소리괴소리해 가며 떠들었다. 10년 가까이 된다. 올해는 그것이 안 된다. 어떤 현상이나 사물이 눈에 보여도 멍할 때가 많다. 뚜렷한 소리가 귓전을 때려도 흐리마리하다. 그렇게 좋아하는 마당극을 보고서도 짧은 감상글을 쓸 수 있을 뿐이다. 어떤 때는 낱말이 떠오르지 않고 문장을 이어붙이기 힘들어 한참 동안 멍하게 앉아 있기도 한다. 밥벌이 글도 그렇고 취미 글도 그렇다. 최근 몇 해 동안 너무 많이 쓴 탓이라고 여긴다. 한 해 정도는 심호흡을 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쉼표 없는 글은 없잖은가. 가만히 웅크려 눈알과 머리를 요리조리 굴리면서 녹슬지 않기만을 바라 본다. 이렇게 한 해쯤 보낸다고 하여 설마 죽기야 하겠나.
2021. 6. 1.(화)
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