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첫 일요일 어머니, 큰형님과 함께 산청군 동의보감촌에서 열린 극단 큰들의 <오작교 아리랑>을 보고 왔다. 매우 더운 날씨에도 배우들의 혼을 담은 열연이 돋보였고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열기도 만만찮았다.
배우들이 관객 가까이 훅 다가올 땐 얼굴에 흘러내리는 굵은 땀방울이 눈에 들어왔고 관객들은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관객들이야 그래도 차양 밑이라서 좀 나았겠지만 배우들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내색 하나 하지 않았으니.
1시간 동안 웃고 박수치다 보니 아랫마을과 윗마을 사람들이 70년 동안 의절하고 살 까닭이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제부터라도 왔다 갔다 하고 소통하다 보면, 아랫마을 남돌이와 윗마을 꽃분이가 결혼을 하듯이 아랫마을과 윗마을이 함께하지 못할 까닭이란 없다는 것도 느끼게 된다.
다소 무겁고 복잡한 주제이지만 그럴수록 단출하고 간소하게 놓고 볼 일이다. 난마처럼 얽혀 있는 남북관계도 문제를 푸는 실마리는 뜻밖에 작고 시시해 보이는 일에서부터 시작하는 법이다. 그 사실을 풍자적으로 재미있게 보여준 큰들과, 그런 마당을 깔아준 산청군에 고맙다.
이런 마당극을 자주 접해 보지 못한 어머니와 큰형님도 만족해 하셨다. 전체 이야기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싶었던 어머니도 잘도 이해하셨고, 웃고 박수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 듯했다.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꼭 보고 싶다는 것으로 의견이 일치했다. 무척 다행이었다.
동의보감촌에서는 앞으로도 8월까지 큰들의 마당극 공연이 쭉 이어진다. 6월 16일(토, 14:00)과 17일(일, 11:00)에는 <효자전>이 펼쳐질 텐데, 이 또한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확 잡아당길 가능성이 아주 높다. 특히 <효자전>은 우리들 기억 저편에, 가슴 깊숙한 곳에 감춰져 있는 ‘그리움’과 ‘미안함’이라는 눈물샘을 툭 건드릴지도 모른다.
2018.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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