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솔사 법당에 연등을 달았다. 20여 년째 계속해 온 일이다. 소원은 하나다. '가족들 건강'을 빈다. 술자리 잦은 나를 비롯해 맞벌이에다 집안일로 한가할 틈이 없는 아내, 군대 간 아들에게까지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 것이다. 부처님의 가피를 입으려면 건강검진부터 얼른 해야 한다.
올해는 금산 반야정사에도 작은 연등을 달았다. 어머니의 천도제를 올린 암자이다. 사십구재를 올리는 동안 스님의 정성에 감동했다. 특별히 올해 건강 유의하라며 나를 위한 염불도 해 주셨다. 쉰 듯하면서도 카랑카랑한 특유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조만간 가 보아야겠다.
오래 전 부처님 오신 날 아버지 어머니 모시고 절 3군데를 다녀왔다. 오후 너덧 시쯤 본가에 도착하니 방안이 난장판이다. 좀도둑이 다녀간 것이다. 아버지는 외출하실 때 집안의 현금을 쓰레기통에 던져 놓곤 하셨다. 덕분에 손을 타지 않았다. "부처님 오신 날 좀도둑이 다녀갔구나"라며 웃었다. 그런 일이 있다.
몇 해 전에는 어머니와 친구분을 모시고 공군교육사령부 안에 있는 절에 갔다. 군인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마어마했다. 어른들은 절한 뒤 공양을 위해 긴 줄 뒤에 섰다. 따분해 하는 우리를 먼저 집으로 쫓아보냈다. 왕복 버스가 있었다. 어른들만 두고 돌아오기 죄스럽던 기억이 있다.
더 오래 전에는 열다섯 가족이 하동 칠불사에 간 적 있다. 법당 오르는 길 왼쪽에 크지 않은 은행나무가 아주 노랗던 날이다. 해우소 근처 느티나무 아래서 어머니와 형수들의 요청으로 '이씨'들만 사진을 찍었다. 해마다 한두 번은 간다. 절하고 나면 할 일도 없고 할 말도 없어서 은행나무만 하염없이 보다가 돌아오곤 한다.
이제, 모시고 갈 아버지도 어머니도 계시지 않는다. 경로당 어른들도 모시기 멋쩍다. 남은 가족들도 제각기 더 바쁜 일상이라 모이기가 어렵다. 부처님 대신 와 줄 좀도둑도 없을 테고... 그저 하루 쉬는 날로만 보내지 않기 위해 다솔사라도 더 일찍 가야겠다.
2021. 5. 18.(화)
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