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6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산청군 금서면 동의보감촌에 있었다. 극단 큰들의 명작 마당극 <효자전>을 보고 있었다. 2021년 1월 26일 화요일 저녁 거실에 앉아 그때 찍은 동영상을 다시 본다.
하늘엔 흰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바람은 제법 뜨거웠다. 관객이 많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코로나' 같은 건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참 좋은 시절이었다. 동영상에 담긴 내 목소리는 웃고 또 웃고 있다. 관객들 표정도 밝고 환하다. 웃음소리도 쾌활하다.
갑동이는 오진우 씨가 연기했다. 갑동이 친구 가운데 최샛별 씨가 등장하던 때이다. 지난해 <효자전>과 <오작교 아리랑>(2팀)에서 열연하던 윤민서 씨는, 이때까지만 해도 큰들에 있지 않았다. 그런 차이를 느끼면서 빠져든다.
치매 걸린 임뻥아재 모친이 등장했다. 아들을 아버지라고 하고, 똥을 떡이라 하고 돈이라고 한다. 남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곧잘 따라한다. '정신줄 놓은' 이 할머니를 보면 눈물이 난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저렇게라도 살아 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실제 치매 노모를 모시고 사는 분들은 생각이 다를 것이다.
귀남이, 갑동이 어머니를 본다. 두 아들이 싸우지 말고 의좋게 잘 살기를 바라는 그 표정을 보면, 어머니의 간난했던 삶이 떠오른다. 네 형제를 키우느라 마음놓고 쉴 날이 없었던 어머니. 마지막 가시다가 갑동이 어머니처럼 명부의 오류를 찾아내어 이승으로 돌아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올해도 5월쯤엔 같은 장소에서 <효자전>을 공연하겠지. 그러면 나는 귀신에 홀린 듯, 몽유병처럼 달려가겠지. 올해도 지난해처럼, 지지난해처럼 해맑게 웃을 수 있을까. 장면장면마다 어머니 추억이 떠올라 제대로 감상이나 할 수 있을까. 지레 걱정이다.
예전에 찍어 놓은 동영상으로 마당극 공연 쉬는 겨울을 보낸다. 그때 그 장면과 그때 함께 간 사람과 그때 그 관객의 반응이 낱낱이 떠오른다. 그래서 마당극은 영원하고 내 마음도 오롯하다. 이제 서너 달만 기다리면 된다. 그러니 코로나는 얼른 물럿거라.
2021. 1. 26.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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