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알림을 매주 화, 수요일쯤 확인하는 까닭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다만 금, 토요일 저녁 날씨가 궁금한 것이다. 온 나라의 날씨가 궁금한 건 아니다. 다만 산청군 금서면 일대의 날씨가 어떤지 몹시 궁금한 것이다. 더울지 추울지 하는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비가 올까 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 걱정스러운 것이다.
특별히 어떤 지역의 어떤 날의 날씨를 굳이 챙기는 까닭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다만 올해는 여러 가지 이유로 극단 큰들의 마당극 <남명>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아쉬움과 섭섭함을 어떡하든 한번 달래보려는 것이다. 오는 금, 토요일에도 <남명>을 공연할 차례인데 날씨 알림은 또한 상서롭지 못한 상이니 마음이 아프다.
코로나19 때문에 극단 큰들이 올해 예정했던 공연의 절반도 못할 지경인데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으니 안타깝고 서글프다. 공연하고 싶은 분들 마음도 오죽할까마는 보고 싶은 마음 또한 하염없는 것이어서, 지난해 찍어 놓은 동영상과 적어 놓은 감상글로써 우선 울적한 마음을 달래본다.
산청군 금서면 동의보감촌에서 열리는 여름밤 상설 공연은 이제 여섯 번 남았다. <남명> 두 번(7, 8일), <오작교 아리랑> 두 번(14, 15일), <효자전> 두 번(21, 22일). 여섯 번 모두 본다면 가장 좋겠고 각각 한번씩이라도 본다면 그다음 좋겠고, 그중 꼭 하나를 한번만 보라고 하면 그것은 <남명>이다. 이런 마음을 하늘이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이번주 지나면 마음이 달라질...)
9월 날씨도 챙길 때가 다가온다. 9월에는 하동 최참판댁에서 <마당극 정기룡>을 공연할 예정이다. 정기룡은 소문은 두루두루 들었는데 아직 보지를 못했다. 과연 어떤 장면이 나에게 감동을 줄지 어떤 대사가 웃음을 줄지 기다리고 기대하는 마음이 무척 크다. 9월 12(토), 13일(일) 오후 2시, 19(토), 20일(일) 오후 2시 이렇게 네 번이다. 정기룡을 볼 기회는, 올해는 네 번이다. 감질맛 나겠다.
아무튼 이 작품 저 작품을 이 날짜 저 날짜에 스스로 알아서 공연할 예정인데 코로나19도 방해하지 말고 날씨도 훼방하지 말기를 진정 바란다. 위대한 자연 앞에 한없이 짜부라져 있는 인간을 부디 가엾게 여겨 주기를 바란다. 아니지, 바랍니다.
2020. 8. 4.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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