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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큰들 마당극 보러 가기

극단 큰들 ‘막공팀’ 첫 공연을 보고

by 이우기, yiwoogi 2020. 5. 31.

새로운 역사를 쓰는 큰들

 

마당극 전문 극단 큰들이 또 하나의 역사를 쓴다. 큰들이 현재 공연하는 작품은 <오작교 아리랑>, <효자전>, <최참판댁 경사 났네>, <남명>이다. 7월에는 완전 새로운 작품 <마당극 정기룡>을 선보인다고 한다. 이 외에도 <역마>, <마당극 이순신>도 가끔 공연한다. 이 작품들은 16명의 배우들이 연기한다. 이규희, 송병갑, 김혜경, 박춘우, 하은희, 류연람, 김안순, 김상문, 안정호, 최샛별, 오진우, 이인근, 박정민, 조익준, 홍수완, 김가람 씨가 그 주인공이다. 개인 사정으로 배역에서 빠지기도 하고 빠졌던 배우가 돌아오기도 한다. 배역이 바뀌기도 한다.

 

작품 속에서는 한 배우가 한 가지 주인공을 연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여러 가지 역할을 소화한다. 한 사람이라도 자기 역할을 까먹거나 실수하면 큰일난다. 정교하고 치밀하게 짜인 각본대로 빈틈 없이 움직이고 소리 지르는 배우들을 보면, 그들이 신의 자녀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한 해에 100회가량 공연하다 보면 대사가 헷갈릴 법도 하건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대단한 연기력이다. 엄청난 체력이다. 혀를 내두를 만한 집중력이다. 이들은 비상한 두뇌를 가졌다.

 

큰들은 오래 전부터 극단을 한 팀 더 만들고 싶어했다. 모든 단원들이 노래 부르고 춤 추고 악기 다루는 것을 무척 잘 하므로, 이를 이용하여 공연 극단을 하나 더 갖추고 싶어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희망사항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극단을 한 팀 더 꾸린다면, 한 팀은 산청마당극마을에서 연중 상설공연을 하고 나머지 한 팀은 전국을 주유하면서 온 나라 관객을 만날 수 있을 것 아닌가. 한 팀 배우가 개인적인 일이 생기면 다른 팀을 투입해도 될 것 아닌가. 무엇보다 극단 큰들의 마당극을 즐겨보는 수많은 관객들에게 새로움, 신선함, 익숙함과 낯섦, 더 큰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첫 공연을 5월 9일에서야 시작했다. 그사이 큰들은 오랫동안 꿈꿔 온 목표를 하나 이뤄냈다. 바로 극단 2팀을 창단한 것이다. 자기들끼리 이름 붙이기로는 ‘막공팀’이다. ‘막 해내는 공연팀’이라는 말이란다. 막공팀은 큰들의 대표작품 <오작교 아리랑>을 연습해 왔다. 큰들은 궁금해 하는 팬들을 위해 연습 장면을 페이스북에 조금씩 올렸다. 감질맛 나게 짧은 연습 장면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는 많은 큰들 후원회원과 팬들은 하루라도 빨리 이들의 공연을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

 

막공팀의 <오작교 아리랑>은 5월 30일 오후 2시 산청군 금서면 동의보감촌 잔디마당 공연장에서 그 첫선을 보였다. 출연하는 배우는 이진관(남돌이 아버지), 박진묵(남돌이 어머니), 오진우(꽃분이 아버지), 임경희(꽃분이 어머니), 최명희(꽃분이), 임기원(혼례집사, 함진애비), 박정현, 윤민서(윗마을 사람), 정태국, 김태광(아랫마을 사람) 씨이다.

 

이진관 씨는 <최참판댁 경사 났네>에서 일본군 다나까를 연기하던 배우이다. 지난해부터 송병갑 씨로 바뀌면서 현재 다른 배역이 없었다. 오진우 씨는 지난해 10월까지 <오작교 아리랑>에서 꽃분이 아버지뿐만 아니라 모든 작품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던 배우인데, 건강이 좋지 않아 몇 달 쉬었다. 그러다가 다시 원래 배역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임경희 씨는 원래 배우인데 요즘은 주로 마당극 대본을 쓰는 작가로 활동했다. 최명희 씨는 특별사업단장이고 박진묵 씨는 공간관리팀장이고 임기원 씨는 재정부장이고 정태국 씨는 사무국 소속, 박정현 씨는 사업단 소속 (일반) 직원이다. 이분들은 배우로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큰들의 이런저런 행사에 참여하며 자신의 실력을 종종 보여준 바 있다. 윤민서, 김태광 씨는 올해 입단한 신입 배우이다. 윤민서 씨는 5월 16일 동의보감촌에서 열린 <효자전>에 처음 출연한 바 있다.

 

그러니까 큰들 막공팀은 극단 소속 배우였는데 요즘은 배역이 없는 사람, 극단 배우가 아니었던 사람, 신입 배우 들이 뭉쳐 만들어진 공연단인 셈이다.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척척 해내고 어떤 어려움도 잘 이겨내는 극단 큰들이지만, 이런 조합으로 마당판에서 멋지게 한판 놀아볼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큰들은 역시 큰들이다. 멋지게 공연한 것을 넘어 기존 공연 배우들과 완전히 다른 작품을 창조해 냈다. 첫 공연을 보는 내내 얼마나 웃었는지 어깨가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 볼 살이 욱신거릴 정도였다. 관객들의 박수 소리도 무척 컸다.

 

2월 ‘시골장작결의’부터 기다려온 날

 

지난 2월 어느날 직장 동료 선후배 넷이 시골장작구이에서 대패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가다가 문득 극단 큰들의 마당극 이야기가 나왔다. 어떤 자리에서건 내가 참석하면 마당극 이야기는 꼭 한두 번 언급되기 마련이다. 마당극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극단 큰들이 얼마나 재미있고 진정성 있게 공연을 이어가는지 침을 튀겨가며 이야기했다. 그중 한 분은 사모님이 아주 오래 전부터 큰들을 후원해 왔다. 현재 사무국장의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시다. 그중 한 분은 나와 동시에 후원회원에 가입했다. 나와 함께 마당극 보러 두어 번 갔다. 그의 가족을 데리고 가기도 했다. 그중 한 명은 그 자리에서 “저도 후원회원에 가입하겠습니다!”라고 하여 그다음 날 후원회원이 됐다.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3월에 마당극 공연이 본격화하면 차 한 대에 함께 타고 구경가기로 결의했다. ‘시골장작결의’이다.

 

그런데 아뿔싸!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으로 번지는 바람에 마당극 공연은커녕 장삼이사의 술자리도 못하게 되는 고통과 인고의 시간이 시작돼 버렸다. 3월 1일쯤 하동에서 시작할 것 같던 <최참판댁 경사 났네>는 물론이요, 산청 상설공연도 언제 시작할지 예측할 수 없었다. 전국에서 앞다퉈 손짓하던 공연 초청 연락도 끊겼다. 그렇게 3월이 가고, 4월이 갔다.

 

주말에 마당극을 한번도 보지 않으면 그다음 한 주 보내기를 너무 힘겨워하는 팬들이 한숨을 푹푹 쉬었다. 마당극 보면서 손뼉 치고 웃고 떠들고 나서야 비로소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던 팬들이 풀죽은 모습으로 봄이 오는지 봄이 가는지도 모른 채 세월을 죽였다. 우리 네 명의 시골장작결의도 하염없이 미뤄지고 연기되었다. ‘언젠가는, 언젠가는’이라는 말로 때를 기다리기는 했지만, 그 언젠가가 언제일지 예측하기 어려웠고 점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에 큰들이 극단 2팀, 즉, 막공팀을 창단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반가웠지. 무척 반가웠지. 매우 반가웠지. 너무나 반가워서 폴짝폴짝 뛰고 싶었다. 2팀이 연기하는 <오작교 아리랑>을 언제나 볼 수 있을지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코로나19가 조금 진정되던 5월 9일 하동에서 올해 첫 공연을 했다. 산청에서는 5월 16일 첫 공연을 올렸다. 의자를 듬성듬성 놓고 손소독을 하며 서로 조심조심하면서 시작한 공연이지만, 그동안의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했다. 5월 9-10일, 16-17일, 23-24일 공연은 원래 공연하던 1팀이 공연했다.

 

그리고 드디어 5월 30일 산청 동의보감촌에서 극단 2팀, 막공팀의 첫 공연이 열렸다. 시골장작에서 결의한 4명의 동료는 즉각 반응했다. 모든 일정을 뒤로 하고 이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하지만 한 명은 개인적인 일로 불가피하게 빠졌다. 부인이 큰들의 오랜 후원회원인 분은 가족과 함께 출발하고, 나와 다른 한 명은 함께 출발했다. 우리는 주암식당으로 가서 어탕국수를 비웠다. 맵고 시원한 어탕국수의 칼칼함을 즐겼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일주일간의 주독을 풀어냈다. 곧 열릴 마당극 한 판을 상쾌한 기분으로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준비는 늘 이러하다.

 

 

 

 

 

익숙하지만 완전히 다른 <오작교 아리랑>

 

나는 <오작교 아리랑>을 몇 번 보았을까. 2020년 1회, 2019년 9회, 2018년에 9회, 2017년에 1회 보았다. 합하여 20회다. <오작교 아리랑>의 내용을 외다시피 한다. 배우의 몸동작과 대사를 안 보고도 훤히 안다. 어제 공연한 내용과 오늘 공연하는 내용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금방 눈치 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마당극 내용을 조금씩 수정하는 것도 안다. 때에 따라 까마귀와 까치가 여덟 마리도 되고 일곱 마리도 되고 여섯 마리도 되는 줄 안다. 관객 가운데 누군가는 배우 역할을 맡게 되고 그가 마당에 세 번은 나가야 한다는 것도 당연히 잘 안다.

 

그렇지만 작품을 볼 때마다 다르게 느낀다. 날씨에 따라 다르고 내가 앉은 위치에 따라 다르고 관객 배우의 태도에 따라 다르다. 일반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다르다. 다르지만 같은 작품이다. 같지만 다른 작품이다. 아무튼 그렇다.

 

자, 5월 30일 처음 선보인 <오작교 아리랑>은 기존에 해오던 작품과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나는 다른 것이라고 본다. 전체 줄거리는 달라진 게 없다. 70년 세월 동안 서로 등 돌리고 지내던 아랫마을과 윗마을이다. 이 두 마을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바로 아랫마을 총각 남돌이와 윗마을 처녀 꽃분이가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설상가상 두 사람은 부모 몰래 혼례를 올리기로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양가 부모들은 이들의 혼례를 막기 위해 혼례가 열릴 예정인 산청으로 달려간다. 이야기는 똑같다. 똑같은 이야기를 공연했는데도 왜 다른 작품이라고 말하는가.

 

막공팀이 공연한 <오작교 아리랑>에서는 느림의 미학이 돋보인다. ‘느림의 미학’이란 극 중에서 남돌이 아버지가 버나돌리기 경쟁을 할 때 남돌이 어머니가 내뱉는 대사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남돌이 아버지도 남돌이 어머니도 말의 속도가 꽤 더디다. 마당극 성격상 빠른 대사와 날랜 행동이 필수적일 듯한데 이들의 말 속도는 상대적으로 무척 느리다. 그런가 하면 꽃분이도 대사가 빠르지 않다. 전체 배우들의 대사가 반 박자, 또는 반에 반 박자 정도 더디다. 그런데도 공연 시간은 오히려 짧은 게 이상하다. 1팀의 공연은 자로 잰 듯이 에누리없이 60분짜리다. 2팀 공연은 57분에 끝났다. 대사를 느리게 하는데도 아주 조금 일찍 끝나는 게 참 신기하기만 하다.

 

특히 남돌이 어머니의 느린 대사와 몸거지는 극단 2팀이 창조해낸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이다. 남잔지 여잔지 구분이 안 되는 외모에서부터 느려터진 대사, 굼뜬 행동 등은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넉넉하다. 천연덕스러운 박진묵 씨의 연기를 보다가, 하도 우스워서 졸도할 지경이었다. 여태 그런 끼와 실력을 감추고 있었다는 게 이상할 정도다.

 

 

 

 

관객들 배꼽 빼는 남돌이 어머니

 

막공팀이 공연한 <오작교 아리랑>에는 ‘오골계’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오골계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극 전체를 끌고 가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맨 처음 남돌이와 꽃분이를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까마귀와 까치를 설득하여 남돌이와 꽃분이가 만나게 해준다. 결혼식 때는 관객 배우의 발바닥을 때리는 역할도 있다. 마지막에는 “까막 까치들아! 뭐하노? 오작교를 이어라~!”라는 대사도 한다. 하지만 2팀의 작품에는 이 오골계가 등장하지 않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2팀의 작품에서 누가 오골계를 맡을지 매우 궁금했다. 모든 단원들의 사진을 펼쳐놓고 혼자 상상하곤 했다. 큰들은 나 같은 팬들의 상상력을 뛰어넘어 버렸다.

 

막공팀의 <오작교 아리랑>에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한다. ‘파이브지.’ 이게 무슨 말인가.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2G, 3G, 4G를 지나 LTE를 넘어 ‘5G 시대’ 아닌가. 사실 나는 이런 용어들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른다. 몰라도 사는 데 지장 없으니까. 그런데 마당극에서 ‘5G’라는 말을 들을 줄이야. 오진우 씨는 까마귀와 까치의 동료로서 ‘5G 시대’에 걸맞게 남돌이와 꽃분이의 애틋한 사연을 남들보다 한발 앞서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의 정보력 덕분에 까마귀와 까치가 남돌이와 꽃분이의 사랑을 이어주게 된다. 세상이 달라졌으니 마당극도 달라진 것이다.

 

막공팀의 <오작교 아리랑>에서는 꽃분이 어머니의 땅재주를 볼 수 없다. 자식들의 결혼식을 막기 위해 가던 도중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황급히 달려가는 장면이다. 허리가 직각으로 구부러진 꽃분이 어머니가 땅재주를 빙글빙글 넘는 대목은 관객들에게 큰 볼거리이자 웃음거리이다. 2팀 공연에서 꽃분이 어머니는 부채를 들고 ‘가위뛰기’를 한다. 땅재주를 넘던 꽃분이 어머니를 본 남돌이 부모가 “십 점 만점에 십 점~!”을 외쳤다면 가위뛰기를 본 남돌이 부모는 “찐~찐~ 찐이야~!”를 부른다. 삽입곡도 유행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막공팀의 <오작교 아리랑>에서는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가 등장한다. 남돌이와 꽃분이의 결혼식에서 꽃분이가 부른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결혼식 때 꽃분이가 부르는 노래는 <울릉도 트위스트>였다. 그러다가 지난해부터는 김수희의 <남행열차>로 바뀌었다. 모두 몸을 흔들며 따라 부르기 좋고 관객들도 손뼉으로 화답하기 좋은 노래들이다. 막공팀의 꽃분이는 <여행을 떠나요>를 부른다. 역시 함께 몸을 흔들며 따라 부르기 좋은 곡이다.

 

극이 끝날 때 나오는 곡도 바뀌었다. 1팀 공연에서는 “남돌이 하고 꽃분이 하고 잡은 손 놓지 말고 천 년 만 년 잘 살아라”라는 대사 뒤에 풍물놀이가 이어졌다. 사물놀이 장단에 맞춰 대미를 장식한 것이다. 2팀 공연에서는 “오늘은 칠월 칠석~! 까막 까치 다리 놓아 견우 직녀 만나는 날~!”이라는 노래가 반복해서 이어진다. 이 노래는 맨 처음에도 나오는 주제곡이다. 들으면 들을수록 신나고 재미있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흥얼거리는 노래다. 처음과 끝을 같은 노래로 열고 닫는 게 무척 멋지다.

 

막공팀의 <오작교 아리랑>은 1팀이 하던 <오작교 아리랑>을 기가 막히게 그대로 따라하면서도, 또 다시 기가 막히게 절묘하고 오묘하게 바꿔 놓았다. 여기서 일일이 말하지 못할 정도로 정교하고 섬세하게 다른 작품으로 꾸몄다. 그러니까 나처럼 마당극 작품을 수십 번 본 사람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다짐으로 달려갈 만하다는 뜻이다. 무엇을 기대하고 상상해도 그 이상을 보여줌으로써 ‘마당극 전문 극단’이라는 위상과 긍지를 이어가는 큰들이라서, 우리는 또 다른 기대와 상상을 키워갈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진주에서 다시 만났다. 5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지리산찹쌀홍화동동주’에는 좀 있다 가기로 하고 우선 ‘어울림’에서 막걸리를 비웠다. 함께 가지 못한 다른 동료 한 명도 달려와서 2월의 ‘시골장작결의’ 4인방이 모두 모였다. 한 직장 동료이므로 회사 이야기도 아니 할 수 없었지만, 이날만큼은 마당극, 큰들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동동주 잔에 우리 지역의 크나 큰 보배 큰들이 더 발전하고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우리는 6월 27일 토요일 하동 공연을 보고 진주로 돌아와 어울림에서 막걸리를 마시기로 결의했다. 이번에는 ‘어울림결의’이다. 왜 어울림인가.

 

큰들 극단 2팀, 막공팀 만세~!

 

큰들문화예술센터의 극단 2팀 '막공팀' 두 번째 공연도 잘 끝났다. 5월 30일과 31일 이틀 연속 관객들이 동의보감촌 잔디마당을 가득 채운 가운데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순조롭게 공연을 이어갔다. 30일엔 긴장한 빛이 아주 조금 보였으나 31일엔 한층 원숙한 연기를 선보였다. 1팀 배우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수많은 극단 큰들 후원회원들이 응원하는 가운데 2팀 출발을 널리 알렸다. 이제 2팀과 1팀 공연을 느긋하게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까지 더해졌다. 아직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서로 의논하고 연습하면서 매끌매끌하게 다듬어 나갈 것으로 믿는다. 1팀과 같은 작품을 공연하지만 관객들에게 새로운 작품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고치고 더하는 노력을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큰들 극단 2팀, 막공팀 만세~!

 

 

 

 

 

나는 <오작교 아리랑>을 볼 때마다, 아랫마을 남돌이 가족과 윗마을 꽃분이 가족이 화해하여 함께 버나놀이를 하는 장면이 무척 좋다. 눈물이 날 정도로 좋다. 저렇게 왔다 갔다 하면서 소통하면 모든 게 풀리고 녹아내린다는 것을 우리는 왜 모르는 것일까. 계속 힘을 주며 회전시켜야만 떨어지지 않는 버나가 아랫마을, 윗마을 사람에게로 왔다 갔다 해도 잘만 돌아가는 원리를 왜 깨닫지 못할까. 다함께 줄지어 서서 돌리고 뒤돌아서서 돌리고 위로 번쩍 던지면서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야말로 이 마당극의 백미이다.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지각 시작한 큰들 마당극을 벌써 10회나 보았다. 하동에서 5회, 산청에서 4회, 진주에서 1회 보았다. 공연 한 번 보고 나면 일주일이 금방 지나간다. 마당극 보면서 손뼉 치고 웃으며 소리지를 때 내 몸속으로 들어온 에너지 덕분에 기운을 차리고 힘을 낸다. 일소일소라 했다. 한 번 웃으면 그만큼 젊어진다는 뜻이다. 큰들 마당극 덕분에 참 많이도 웃는다. 참 즐겁게 산다. 쉰 넘은 나이에 맞춤한 취미를 갖게 된 것이 신기하다. 그저 고맙고 고마울 따름이다.

 

다음주 주말(6월 6~7일)에는 하동에서 <최참판댁 경사 났네>를 공연한다. 토요일엔 오후 2시 한 번, 일요일엔 오전 11시, 오후 2시 두 번 공연한다. 아, 하동에서는 2팀 공연이 없다. 머지않아 막공팀이 <최참판댁 경사 났네>도 하고 <남명>도 하고 <효자전>도 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서로 비교해 가면서 보고 분석해 가면서 보는 재미를 느낄 날이 오기를 또 기다려 본다. 모든 분들의 수고로움에 감사드린다.

 

2020. 5. 31.

이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