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발의 기품 그레이스 그레이 스타일링도 편하다’라는 제목을 붙인 기사를 만났다. 5월 1일 동아일보다. ‘그레이스 그레이’에 눈길이 머물렀다. 참 고약한 말이다. ‘은발의 기품’이라고만 해도 되었을 것을. ‘스타일링’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신문을 잠시 읽자니 구역질이 나서 미치겠다. 이 따위로 기사를 쓰는가 싶다. 눈에 보이는 대로 영어를 골라 본다. 어떤 건 어쩔 수 없이 써야 할 것이고 어떤 건 무조건 쓰지 말아야 하고 어떤 건 좀 고민될 것이다.
제목: 그레이스 그레이, 스타일링, 패션, 아이콘, 그레이헤어
사진설명: 그레이 헤어, 모델, 캐주얼, 패션, 매치, 에너지, 블랙 코디, 그레이 헤어
본문: 그레이, 플래티넘 블론드, 키워드, 패션 인플루언서, 그레이 헤어, 패션 유튜버, 보이시, 쇼트커트, 패션, 스타일링 팁, 실버모델, 힙한 롤모델, 그레이 헤어, 스타일링 팁, 고잉 그레이, 그레이 헤어, 베스트셀러, 패션 인플루언서, 그레이 헤어, SNS, 패션, 그레이 헤어, 패션, 그레이 헤어, 인스타그램 팔로어, 그롬브레, 그레이 헤어, 해시태그, 포스팅, 실버헤어, 그레이 헤어, 실버, 그레이 헤어, 패션 아이콘, 롱스커트, 화이트 캔버스, 에코백, 매치, 프린트셔츠, 선글라스, 그레이 헤어, 컬러, 액세서리, 블랙, 캐주얼, 캐주얼, 레드 립, 포인트, 애시그레이, 실버블론드, 실버아이스
이 기사를 제대로 이해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말 물어보고 싶다. 이 따위 기사를 제대로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세계 시민이 되는 것일까. 머리, 옷, 신발, 가방, 화장품 들을 다루는 기사는 대개 이런가. 이렇게 써야 잘된 기사인가. 어지럽고 혼돈스럽다. 토할 것 같다.
2020. 5. 1.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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