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하지 못한 청년이 일자리를 찾도록 도와주는 사업이 있다. 경상남도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구직 기간이 길어지는 청년들의 사회진입을 돕고, 구직에 필요한 다양한 활동 경비를 지원한다. 다달이 50만 원씩 넉 달간 최대 200만 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지원금은 구직활동에 필요한 교육 수강, 시험 응시, 면접 활동 비용 등에 쓰면 된다. 사회진입 활동에 필요한 교통비, 식비 등의 경비로도 써도 된다고 한다. 미리 주는 건 아니다. ‘사후정산방식’이라는 것이다.
경상남도에 살고 있는 최종학력 기준 졸업 2년(2018년 3월 이전 졸업생)이 지난 만 18∼34세, 가구 중위소득 150% 이하인 미취업 상태의 구직을 희망하는 청년이 대상이다.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할 청년이 얼마나 될지…. 아무튼 모집 기간은 4월 17일까지라고 한다.
경상남도는 신청자 가운데 가구 소득, 졸업 후 경과 기간, 미취업 기간, 구직활동 계획서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3000명을 선발한단다. 이 사업을 놓고 산청, 남해, 함안, 창녕, 진주, 거제, 밀양, 함양 등 많은 시군이 각각 언론 보도자료를 냈다. 손뼉 크게 쳐 드린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취업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자기 능력과 목표에 맞춤한 일자리를 찾기를 바란다. 청년들을 응원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건 매우 잘한 일이다. 경상남도가 목표한 대로 청년 3000명이 이 사업의 혜택을 입어 취업에 성공하기를 바란다.
이 사업의 이름을 경상남도는 ‘청년드림카드 사업’이라고 말했고, 각 시군들은 ‘청년구직활동수당 지원사업(드림카드)’라고 불렀다. ‘드림카드’가 마음에 좀 걸린다. 이 사업에 참여할 만한 청년들은 ‘드림’이 무엇인지 대부분 알 것이다. 하도 많이 써온 말이어서 대부분 국민들이 잘 알 것이다.
‘드림’은 ‘꿈’이라는 말의 영어다. 외래어가 아니다. 외국어든 외래어이든, ‘꿈’이라는 예쁘고 쉬운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드림’이라고 쓰는 까닭을 모르겠다. 뭔가 있어 보이고 싶었던 것일까. ‘꿈’보다는 ‘드림’이 청년들이 가진 포부와 각오를 더 잘 끌어안는다고 본 것일까. 경상남도나 각 시군이 청년들에게 무엇인가를 ‘준다(드리다→드림)’는 느낌을 동시에 드러내고 싶었을까. 알 수 없다. 어떤 것이든 지방정부가 국어를 잘 활용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다.
‘꿈’이라는 말을 들으면 ‘꿈을 꾸다’라는 말이 곧바로 드러나고 다시 ‘희망을 품다’라는 말로도 연결된다. 자유를 꿈꾼다, 꿈꾸는 다락방, 꿈해몽 같은 말이 잇달아 떠오른다. 청년들이 가져야 할 7가지로 ‘꿈, 끼, 꾀, 깡, 꾼, 꼴, 끈’이 있다는 말도 들은 듯하다. ‘드림’이라는 말은 그다음 다른 말을 잘 끌어오지 못한다. 억지로 찾아보면 드림온, 드림하우스, 드림프로젝트 같은 영어가 보인다.
국립국어원은 ‘드림’을 대체할 다른 말을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드림 스타트 센터’를 ‘희망 가꿈터’로, ‘드림팀’을 ‘환상팀’으로 다듬자는 자료를 누리집에 올려놓았다. ‘드림’은 곧 ‘꿈’이고 ‘꿈’은 잠잘 때 꾸는 그것이기도 하고 ‘희망’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굳이 적어놓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카드’는 여태 다른 우리말로 바꿀 엄두를 내지 못했나 보다. 카드는 버스, 라디오, 빵과 같이 우리말 속에 스며들어 버린 것 같다.
‘청년드림카드 사업’은 ‘청년희망카드 사업’이라고 했더라면 훨씬 좋았겠다. ‘청년꿈카드 사업’이라고 해도 충분했을 것이다.
2020. 4. 8.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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