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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글을 보는 내 눈

드림카드

by 이우기, yiwoogi 2020. 4. 8.

 

취업하지 못한 청년이 일자리를 찾도록 도와주는 사업이 있다. 경상남도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구직 기간이 길어지는 청년들의 사회진입을 돕고, 구직에 필요한 다양한 활동 경비를 지원한다. 다달이 50만 원씩 넉 달간 최대 200만 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지원금은 구직활동에 필요한 교육 수강, 시험 응시, 면접 활동 비용 등에 쓰면 된다. 사회진입 활동에 필요한 교통비, 식비 등의 경비로도 써도 된다고 한다. 미리 주는 건 아니다. ‘사후정산방식’이라는 것이다.

 

경상남도에 살고 있는 최종학력 기준 졸업 2년(2018년 3월 이전 졸업생)이 지난 만 18∼34세, 가구 중위소득 150% 이하인 미취업 상태의 구직을 희망하는 청년이 대상이다.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할 청년이 얼마나 될지…. 아무튼 모집 기간은 4월 17일까지라고 한다.

 

경상남도는 신청자 가운데 가구 소득, 졸업 후 경과 기간, 미취업 기간, 구직활동 계획서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3000명을 선발한단다. 이 사업을 놓고 산청, 남해, 함안, 창녕, 진주, 거제, 밀양, 함양 등 많은 시군이 각각 언론 보도자료를 냈다. 손뼉 크게 쳐 드린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취업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자기 능력과 목표에 맞춤한 일자리를 찾기를 바란다. 청년들을 응원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건 매우 잘한 일이다. 경상남도가 목표한 대로 청년 3000명이 이 사업의 혜택을 입어 취업에 성공하기를 바란다.

 

이 사업의 이름을 경상남도는 ‘청년드림카드 사업’이라고 말했고, 각 시군들은 ‘청년구직활동수당 지원사업(드림카드)’라고 불렀다. ‘드림카드’가 마음에 좀 걸린다. 이 사업에 참여할 만한 청년들은 ‘드림’이 무엇인지 대부분 알 것이다. 하도 많이 써온 말이어서 대부분 국민들이 잘 알 것이다.

 

‘드림’은 ‘꿈’이라는 말의 영어다. 외래어가 아니다. 외국어든 외래어이든, ‘꿈’이라는 예쁘고 쉬운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드림’이라고 쓰는 까닭을 모르겠다. 뭔가 있어 보이고 싶었던 것일까. ‘꿈’보다는 ‘드림’이 청년들이 가진 포부와 각오를 더 잘 끌어안는다고 본 것일까. 경상남도나 각 시군이 청년들에게 무엇인가를 ‘준다(드리다→드림)’는 느낌을 동시에 드러내고 싶었을까. 알 수 없다. 어떤 것이든 지방정부가 국어를 잘 활용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다.

 

‘꿈’이라는 말을 들으면 ‘꿈을 꾸다’라는 말이 곧바로 드러나고 다시 ‘희망을 품다’라는 말로도 연결된다. 자유를 꿈꾼다, 꿈꾸는 다락방, 꿈해몽 같은 말이 잇달아 떠오른다. 청년들이 가져야 할 7가지로 ‘꿈, 끼, 꾀, 깡, 꾼, 꼴, 끈’이 있다는 말도 들은 듯하다. ‘드림’이라는 말은 그다음 다른 말을 잘 끌어오지 못한다. 억지로 찾아보면 드림온, 드림하우스, 드림프로젝트 같은 영어가 보인다.

 

국립국어원은 ‘드림’을 대체할 다른 말을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드림 스타트 센터’를 ‘희망 가꿈터’로, ‘드림팀’을 ‘환상팀’으로 다듬자는 자료를 누리집에 올려놓았다. ‘드림’은 곧 ‘꿈’이고 ‘꿈’은 잠잘 때 꾸는 그것이기도 하고 ‘희망’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굳이 적어놓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카드’는 여태 다른 우리말로 바꿀 엄두를 내지 못했나 보다. 카드는 버스, 라디오, 빵과 같이 우리말 속에 스며들어 버린 것 같다.

 

‘청년드림카드 사업’은 ‘청년희망카드 사업’이라고 했더라면 훨씬 좋았겠다. ‘청년꿈카드 사업’이라고 해도 충분했을 것이다.

 

2020. 4. 8.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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