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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글을 보는 내 눈

경남 방구석 콘서트 ‘으랏차차’

by 이우기, yiwoogi 2020. 4. 3.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이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보는 문화예술인과 단체를 돕기 위하여 재미있는 행사를 준비한단다. 경남문예회관은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되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문화예술인과 단체에 공연 기회를 주고, 가라앉은 사회 분위기를 문화예술로 다독이고자 ‘경남 방구석 콘서트 으랏차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경남 방구석 콘서트는 경남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관중 없이 공연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를 보고 싶은 사람은 방송이나 유튜브 같은 기반장치를 통해 보면 된다. 안방에서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경남 방구석 콘서트 으랏차차’라는 말에 눈길이 머문다. 마음도 머문다. 참 잘 지은 행사 이름이다. 안방에서 볼 수 있으니 ‘방구석’이고, 코로나19로 맥빠진 도민들에게 힘과 위로를 주자는 것이니 ‘으랏차차’가 된 것이다. 90점 정도 준다. ‘콘서트’를 ‘연주회’, ’이라는 말로 바꿨더라면 100점을 줄 수도 있었다. 

 

‘방구석’은 ‘방 안의 네 귀퉁이’라는 뜻인데, 그냥 방을 좀 낮춰 부르는 말로도 흔히 쓴다. “방구석에 처박혀 있었더니 해가 중천에 뜬 줄도 몰랐네.”처럼 말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며칠 동안 방구석에서만 살았더니 마음의 병이 걸릴 것 같다.”라고 써도 된다.

 

‘으라차차’는 힘겨운 상대나 상황, 대상을 마주하여 이를 이기고 극복하고자 할 때 힘을 모아 내지르는 소리다. 감탄사라고 한다. 이 말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다. 굳이 따져 말하자면 비표준어인 셈이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 ‘으라차차’로 올라 있는데 ‘으랏차차’가 아닌 것도 재미있다. 아무튼 그렇다.

 

며칠 전 경남상남도청, 경상남도의회가 이와 비슷한 행사를 했는데 제목을 영어로 ‘On Spring’이라고 붙였다. 김해 쪽에서 먼저 만든 행사를 가져온 것이긴 하지만, 취지와 내용에 견줘 제목으로서는 아쉽다고 생각했다. 경남문예회관이 행사 이름 지은 걸 보니 그런 아쉬움이 더해만 간다.

 

2020. 4. 3.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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