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는 4월 1일 신문에 “더 세진 ‘실버 파워’를 주목하라…‘총선 중요변수’”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4·15 총선에서 부산의 고령층 유권자가 크게 늘어나 총선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내용이다. 60살 이상 유권자가 4년 전 20대 총선 때보다 15만 명 늘어났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19~29세 젊은 층 인구의 배 가까이라고 하니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4월 3일에는 <한국일보>가 “60대 이상 유권자 1200만 돌파…총선 ‘실버 파워’ 부상”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60대 이상 유권자는 20대 총선 때보다 4%포인트 늘어났는데 20~40대 비율은 상대적으로 5%포인트 줄었다고 한다. 60대 이상 유권자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 의향 조사에서 “투표하겠다”라고 답한 사람은 80%를 넘는다.
<국제신문>은 4월 8일 “청년 떠나자 더 세진 실버파워…선거판 최대 변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한 대학교수의 분석도 덧붙였다. “60대 이상 유권자가 많아지면서 단기적으로는 보수정당이 유리한 방향으로 갈 것이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40대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기존 노년층의 강한 보수성향이 탈색되는 변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4월 15일 실시하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60대 이상 유권자의 성향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는 일이 많겠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역피라미드 구조인 이상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60대 이상이라고 해서 보수적이라고 잘라 말할 수도 없고 20~40대라고 해서 진보 성향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겠다.
‘실버파워’는 노인세대 들이 가진 힘이라는 말이다. 그 세대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국회의원이 당선되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한다는 말이다. 어떤 정책이나 제도를 만들 때 이 세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만한 힘을 가진 집단이 되었다는 것이니, 숫자도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고 그 사람들이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내세운다는 뜻이다. 좀 무서워하라는 암시가 느껴진다.
예전에 대통령 후보였던 어떤 사람과 최근 국회의원 후보인 어떤 사람은 자기가 한 말을 왜곡해 듣는 언론과 국민 때문에 곡경을 치렀다. 이른바 ‘노인폄하’ 발언 때문이다. 나이 많은 사람을 어떤 식으로든 욕되게 하면 안 된다는 정서가 깔려 있어서 그럴 것이다. 실제로는 욕 들어도 싼 늙은이도 많지만, 그런 것은 선량하고 훌륭한 더 많은 늙은이들에게 묻혀 가기도 한다.
60대 이상 세대를 가리키는 말은 무엇일까. ‘실버세대’라고 하면 적당할까. ‘노인세대’라고 하면 어떨까. ‘노년층’이라는 말도 가능하긴 하겠지. ‘고령자세대’라고 해도 대부분 알아들을 것이다. 그렇지만 ‘늙은이’라고 하면 화를 낼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다음’ 같은 들머리(포털) 사이트를 찾아보면, ‘실버세대’는 ‘사회 구성원 가운데 중년이 지나 늙은 나이에 이른 사람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노인세대’나 ‘늙은세대’라고 못할 까닭이 없겠다.
순우리말인 ‘늙은이’라고 하면 자신을 낮춰 부른다고 생각한다. 세상 물정 모르고 아집에 사로잡힌 뒷방 늙은이를 먼저 떠올리기 때문일까. 한자어인 ‘노인ㆍ노년’이라고 하면 그냥 그렇게 봐준다. 그런 반면 영어인 ‘실버’라고 말하면 자신을 우대한다고 여긴다. 웃기는 세상 아닌가. ‘아버지’는 낮춤말이고 ‘부친’은 예삿말이고 ‘파더’가 높임말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꼴이다.
영어 ‘실버’는 원래 ’은’이다.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이라고 말할 때 그 은이 실버다. 이 실버가 어쩌다 노인세대를 가리키는 말이 됐을까. 노인의 흰 머리카락이 은색 비슷해서 나온 말일 듯하다. 노인이라고 모두 머리카락이 은빛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게 유추한 게 아닐까 싶다.
그건 그렇고, ‘뉴실버세대’라는 말도 있는가 보다. ‘나이와 상관없이 매우 활동적인 운동을 즐기고 사회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고령자 세대’라고 한다. 구실버세대는 완고하고 보수적이지만, 뉴실버세대는 밝고 유연하고 합리적이고 긍정적이라고 한다. 앞서 말한 ‘노인폄하’라고 할 때 ‘실버폄하’라고 말하지 않은 것도 재미있다. 신문 제목 ‘실버파워’를 그냥 ‘노인의 힘’, ‘노인 세대의 힘’이라고 하면 어떨까.
2020. 4. 9.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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