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경상남도의회를 비롯해 11개 기관ㆍ단체가 힘을 모아 음악회를 열었다. 열기는 열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사람을 불러 모을 수가 없으니 온라인으로 열었다. 4월 1일 저녁 7시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는데, 관객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라는 주제에서 보듯이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들어하는 때에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한 듯하다. 사람을 모으지 못하게 한다고 하여 음악마저, 문화예술 활동마저 외면할 수 없다는 뜻이 묻어났다.
그런데 이 행사의 제목이 ‘ON SPRING’이란다. 꽤 괜찮은 생각으로, 꽤 훌륭한 방법으로 봄을 맞이하자는 사람들에게 신나게 손뼉 쳐 드리려다가 말았다. 입맛이 뚝 떨어졌다. 처음에는 김해 지역 음악가들이 주도하여 이런 연주회를 열었는데 그것을 경상남도 전체 차원으로 확대 재생산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렇지만, 행사 이름을 붙인다는 게 기껏 ‘온 스프링’으로 할 수밖에 없었는지, 많이 아쉽다. 처음 김해에서 할 땐 이 이름이었다고 해도 판을 키우면서 생각도 좀 넓혀보고 키워보지 못했는지 두고두고 아쉽다.
<국어기본법>은 국어 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국민의 창조적 사고력의 증진을 도모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고 민족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돼 있다. 또한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국어의 발전 및 보전을 위한 업무를 총괄하는 국어책임관을 소속 공무원 중에서 지정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경남도청에 국어책임관이 계신다면, 이런 행사 제목을 보고 모른 척하지 말고 좀 적극적으로 간섭해 주셨으면 한다. ‘온 스프링’은 외래어도 아니고 외국어도 아니다. 그냥 영어다. 영어를 경남도청과 경남도의회가 함께 참여하는 행사의 제목으로 쓰면 안 된다고 말려야 했다. ‘봄맞이’, ‘봄나들이’, ‘봄이다’, ‘봄에’, ‘봄에는’, ‘봄이로구나’, ‘봄이로소이다’ 따위 좋은 말이 얼마든지 있으니 바꿔 쓰라고 나무라야 옳았다. 굳이 영어를 써야겠다고 하면 묶음표 안에 넣는 방법을 일러주어도 되었을 텐데. 그러나 그렇게 하시지 않은 듯하다. 아쉽다.
4월 8일에는 진주에서, 뒤이어 거제ㆍ통영, 밀양ㆍ양산에서도 연다는데 다음부터라도 행사 제목을 쉽고도 고운 우리말로 바꿔서 개최하라고 해주시면 좋겠다. 각 언론에서도 경남도청에서 보도 자료를 주는 대로 받아쓰지만 말고, 기왕 이렇게 뜻깊은 행사를 하게 됐으니 행사 이름도 좀더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꾸어보자고 제안해 주시면 참 좋겠다.
2020. 4. 1.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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