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 2000년에 회원 가입했다. 책은 ‘진주문고’ 아니면 ‘알라딘’에서 산다. 알라딘, 요즘은 점점 정나미나 떨어진다.
3월 특별선물을 내놨는데 ‘에코백’, ‘테일백’, ‘쇼퍼백’이란다. 이게 다 무엇인가. ‘에코백’이 ‘친환경 가방’이라는 건 알겠는데 ‘테일백’과 ‘쇼퍼백’은 모르겠다. 뭘 주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받고 싶지도 않다. 국립국어원이 ‘에코백’을 ‘친환경 가방’으로 바꾸자고 한 게 2014년 10월인데 아직도 이러고 있다.
초중고 참고서를 사면 ‘피너츠 크로스 가방 & 에코백’을 준다고 한다. ‘피너츠’는 무슨 만화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크로스 가방’은 무엇일까. ‘크로스 백’이라고 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할까. ‘&’이 ‘또는’인지 ‘그리고’인지 헷갈린다.
대학생과 취준생에게도 새학기 혜택이 있으니 ‘에코백/롱머그/트윈링 불렛저널’을 준다고 한다. ‘롱머그’는 어림짐작으로 기다란 잔을 말하는 줄 알겠다. ‘트윈링 불렛저널’은 아무리 생각하고 상상해도 도무지 모르겠다. 대학생과 취준생(취업준비생이라고 해도 될 것을)들만 아는 그 무엇일까.
알라딘은 우리나라 온라인 서점 가운데 제법 오래된 데다 장사도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시때때로 그럴싸한 상품을 내걸고 손님 유혹하는 데도 이골이 났다. 거기에 혹하여 제법 많은 책을 샀고 덩달아 따라온 선물을 써보기도 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해도 해도 너무한다.
알라딘 누리집에 가 보면, ‘알라딘 굿즈’라는 게 있는데 책 사면 끼워주는 선물이라고 보면 된다. 책 안 사더라도 따로 살 수 있다. 그것들 이름은 이렇다. 노트, 다이어리, 캘린더, 담요, 방석, 베개, 독서대, 머그컵, 텀블러, 배지 와펜, 키홀더, 북라이트, 램프, 북마크, 북앤드, 북커버, 선풍기, 키친 소품, 스티키, 마스킹 테이프, 양말, 마스크, 타월, 에코백, 가방, 연필, 엽서, 우표, 우산, 의류, 컬러링캔버스, 티셔츠, 파우치, 케이스, 펜, 홀더, 보드, PC, 핸드폰, 주변용품.
요즘 우리가 무심코 쓰는 말을 그대로 옮겨 놨으니 알라딘은 죄가 없다. 잘못했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굿즈’라는 말부터 어색하고 낯설다. 노트, 다이어리, 캘린더 같은 말은 공책, 일기장, 달력으로 써도 된다. 머그컵, 텀블러, 키홀더, 북라이트, 램프, 북마크, 북앤드 같은 말을 굳이 써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가방, 우산, 엽서, 연필 같은 말도 언제 영어로 바꿔 쓸지 걱정이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알라딘이 우리말에 대하여 좀 무관심하거나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온라인 서점도 가 보면 마찬가지일 것이다. 알라딘만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20년 동안 이용해온, 그나마 정이 많이 든 온라인 서점이라서 한마디 해 두는 것이다. 여기서 나 혼자 이런다고 바뀔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
2020. 3. 10.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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