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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저녁상 차리기

by 이우기, yiwoogi 2020. 2. 23.

볼품없고 별로 맛 없어도 온갖 정성을 다한다. 김치찌개부터 끓인다. 쌀뜨물에 김치와 고기를 넣고 오래 끓인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좋다. 김치의 신맛과 고기의 고소한 맛이 어울린 향기가 주방에 퍼진다. 두부, 콩나물, 버섯, 호박, 대파, 매운고추를 넣는다. 멸치액젓과 진간장으로 맛을 더한다. 김치찌개가 준비되면 밥상의 절반 이상은 차린 것이다.

 

만두와 두부크로켓을 굽는다. 이런 것은 냉동실 지킴이다. 진미채와 데친 갑오징어는 냉장실 지킴이다. 무말랭이는 이정희 선생과 단실 이혜영 님 덕분에 밥상에 올랐다. 달걀과 햄 구이는 회심의 역작이다. 싫어할 수 없는 빛깔과 향기를 선사한다. 냉이 간장과 김도 한 귀퉁이를 차지한다. 저녁상 차리는 시간은 대충 30-40분 걸리는데 하루 가운데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김치찌개는 내일과 모레까지 먹을 만큼 넉넉하게 끓였다. 하루쯤 두었다가 다시 끓이면 전혀 새롭고 신비로운 맛이 난다. 김치찌개 한 그릇이면 감기도 독감도 코로나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다. 한데, 이런 상을 차리고 나면 문제가 생긴다. 밥 반찬이라고 차렸는데 자꾸 안주로도 보이는 것이다. 어제 달린 후유증도 잊은 채 딱 좋은데이 딱 두 잔만 들이켠다. 설거짓거리가 많아도 웃음이 난다.

 

2020. 2. 20.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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