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짓 시비를 붙였다. "경상대 앞인데 왜 홍대김밥이냐?"라고. '다음에도 올 만하겠구나' 싶을 때 써먹는 수법이다. 자주 찾는다고 단골 되는 게 아니다. 쥔장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서로 객쩍은 농담쯤은 어지간히 받아넘길 정도는 돼야 단골이랄 수 있다.
김밥 11가지, 돈가스 4가지, 식사류 7가지, 분식류 10가지, 여름메뉴 2가지, 면류 10가지를 만들 실력을 갖춘 아줌마 네 분이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한다. 손을 맞춘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하다. 우리가 먼저 시킨 치즈라면을 옆자리 꼬마에게 줘버리는 바람에 우리의 속도 균형이 깨졌다. 꼬마녀석이 "와 빨리 나온다. 오예~!"라고만 하지 않았어도 정당하게 뺏어버리는 건데.ㅎㅎㅎ
김밥 소로 들어간 달걀과 오이장아찌(피클)는 고소하고 달콤했다. 김치는, 라면과 정말 잘 어울리게 알맞도록 익었다. 모든 게 넉넉하고 즐거웠다. 원래는 그 옆 중화요릿집에 가려 했다. 짬뽕밥이 당겼기 때문이다. 짬뽕 대신 라면으로 한 끼 넉넉하게 때웠다.
기껏 라면 한 그릇 먹고 이렇게 수다 떠는 것은, 어쩐지 앞으로도 이 동네를 자주 갈 듯해서이다. 이 동네는 경상대 앞 그린빌주공아파트 단지 앞이다. 먹고 나오다 돌아보니 근처 가좌초등학교 아이들이 떼지어 들어간다. 이 아이들과 자리 다툼도 하고 주문 순서 지키기도 해야 하는 건지, 그건 모르겠다.
2020. 2. 14.
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