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알 눌어붙은 밥솥에 물을 부었다. 먹다 남은 김치를 대충 넣었다. 당근과 양파를 잘게 썰어 보탰다. 보글보글 오래 끓였다. 누룽지가 붇기를 기다렸다. 라면스프를 넣었다. 이윽고 라면과 밥을 넣었다. 4-5분가량 더 끓였다. 국밥도 아니고 라면도 아닌 그 무엇이 되었다. 참기름 한 방울 살짝 뿌렸다. 비로소 라면죽이 되었다.
아침엔 콩나물해장국을 끓였는데 대충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사과를 깎아 대령했고 커피도 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6시에 일어나 밥상 차려주는 데 대한 보답이다. 주말엔 차리고 설거지하는 게 내 몫이다. 사이사이 낮잠 자더라도 지청구 듣지 않는 비결이기도 하다.
아내는 아침 먹자마자 시작하여 12시까지 집안일 하느라 허리가 아프단다. 빨래하고 화장실 대청소하고... 집안일은 해도해도 끝이 없다. 해놓고 나서도 그다지 표나지 않는다. 아무리 깔끔하게 청소해도 금세 원래대로 되돌아간다. 그렇다고 청소를 하지 않으면 돼지마구처럼 된다.
라면죽 한 그릇으로 주말 오전의 노동을 보상받을 수 없었겠지. 오후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드러누워 연속극이라도 봐라고 해야겠다. 잠오면 자고 궁금하면 과자 먹으며 햇살 따사로운 봄날을 즐기라고 해야겠다. 점심 설거지까지 끝내고 나니, 아, 나도 잠온다.
2020. 2. 22.
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