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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고 소소한 일상

입춘

by 이우기, yiwoogi 2020. 2. 4.

입춘이다. 한자로는 ‘立春’ 이렇게 쓴다. 오래전 경남일보 교열부 기자 시절 ‘入春’ 이렇게 적었다가 혼난 적 있다. 입춘 같은 절기 이름이 한자어라고 하여 순우리말로 바꾸자는 주장이 있다. 입춘을 ‘들봄’이라고 부르자 한다. ‘入春’을 번역한 듯한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한자어 ‘입춘’보다는 훨씬 낫다. ‘서툰봄’이라고 부르자는 사람도 있다. ‘들봄’보다는 낫지만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다.

 

춘래불사춘이다.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말이다. 어제까지 제법 포근하던 날씨가 갑자기 많이 추워졌다. 진주시 가호동 아침 날씨가 영하 5도로 나온다. 어제보다 무려 6도나 낮아진 것이다. ‘출근길 입춘 한파’, ‘영하권 강추위’, ‘퇴근길엔 중부 눈’ 같은 언론기사 제목이 보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우리 마음을 더욱 움츠리게 한다. 저마다 입마개를 하고 다니고 사람 만나고 손 맞잡는 것까지 저어하게 한다. 온 세상이 전쟁터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자업자득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래도 아침 신문에서 본 사진 한 장이 희망을 갖게 해 준다. 함양군청에서 언론사에 보낸 산수유 사진을 신문마다 일제히 실었다. 노란 산수유 꽃을 보면서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겠다. 어둠이 깊으면 곧 아침이 오는 것이고 추위가 독하면 봄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뜻이다. 겨울이 제아무리 추워도 오는 봄을 이기지는 못한다.

 

2020. 2. 4.
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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